신앙생활 초기, 전도하며 여러 좌절 겪은 후
복음의 거룩함과 보존성에 대해 깊이 깨달아

연세중앙교회에 오기 전 교회를 다녔지만, JESUS(지저스)를 ‘제우스’로 읽을 정도로 영적으로 무지했다. 그런 내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심으로 내 죄를 깨끗이 사해주신 대속의 복음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동안 썩어 있던 가치관을 뒤흔들 만한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이었다.

진정으로 예수를 믿고 성령체험을 했을 때, 세상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난 내 속에 있던 세상 근성들을 모두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예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미쳤느냐며 예전의 나로 어서 돌아오라고 했고, 직장에서도 비웃음을 받을 뿐이었다. 가족들도 어지간히 믿으라며 핍박했고, 특히 당시에 남묘호렌게쿄에 열성당원으로 활동했던 할머니는 평소 잘해주시다가 예수의 ‘예’ 자만 꺼내면 안색이 바뀌고 부들부들 떨 정도로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내 삶이 그전보다 더 경건하고 건전해졌음에도 예수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로 나오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전도할 좋은 기회구나’ 싶어 당장 달려갔다. 친구들은 동네 PC방에 모여 있었고,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도 이전에는 게임중독자였다. 컴퓨터 앞에서 오락에 빠져 밤을 지새우고, 그다음 날 온몸에 담배 냄새가 잔뜩 찌들어 그곳을 나왔던 적이 많다.

나는 그 자리에 복음을 전하러 갔지만, 전도할 틈이 없었다. 친구들의 눈은 모니터에 집중돼 있고 손가락은 쉴 새 없이 마우스를 움직여댔다. 그 순간 나는 강력한 유혹에 휩싸였다. 옆자리 친구는 “앉아, 한판 해”라고 권면했다. 유혹이 컸지만 얼른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그래도 복음을 전해야 했기에 나는 친구들을 기다렸다. 그들은 PC방에서 나온 후에도 나에게 복음을 전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중에 특히 친한 친구가 노래방이나 가자고 제안했다. 사실 나는 학창시절이나, 직장 생활할 때 회식자리에서도 노래방만 가면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인물로 유명했다. 한 곡을 부르더라도 자리에 얌전히 앉아서 부르는 법이 없었다. 그 친구는 “노래방에도 찬송가가 있어”라는 말로 나를 꼬였다. ‘그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나는 가리라. 그냥 앉아 있다만 와서 나중에 진지하게 전하는 거야’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 그들과 동행했다. 노래방에 들어가자 친구들은 내가 예전에 즐겨 불렀던 노래만을 선택하여 부르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실룩샐룩 거리고 있었다. 마음은 괴로웠지만 이미 동요되고 있었다.

나는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노래방 책자를 뒤지며 복음송을 찾았다. 하지만 내가 알 만한 곡은 없었다. 내 친구는 기회를 틈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한 뒤 나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나는 세상가요를 맛깔나게 불렀다. 한번 부르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막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그동안에 못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열광적으로 짖어댔다. 노래방을 나왔을 때 그 녀석들의 음흉한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무엇에 승리한 듯한 그 표정들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맥없이 교회로 발걸음을 향했고 눈물이 핑 돌았다. 노래방 책자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복음송을 찾은 내가 가증스럽기만 했고, 마귀가 밉고, 친구들이 밉고, 내가 당한 것이 너무 분했다. 주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그 후 하나님의 은혜로 직분자들과 상담하고 기도와 예배를 통해 회복할 수 있었지만, 친구들에게 빌미를 잡혀 그 후로 친구들은 나를 믿음에서 끌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며칠 후 친구 생일이 되자 친구들은 동네 가까운 술집으로 나를 불러냈다. 이번에는 미리 기도로 준비하며 친구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결연한 표정으로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인사하고,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축하한다고 말한 뒤에 바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이지만 예수 믿고 구원받은 후에는 그들보다 교회에서 주님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좋고, 함께 구원의 은혜를 나눌 형제자매들과 있는 시간이 더 좋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그런 자리에 일절 발걸음을 끊었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나와 같은 일을 겪는 다른 회원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물론 그런 경험 후에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마귀의 참소 때문에 영원히 실족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 후로는 늘 거룩한 무리 가운데서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전도하는 것이 바른 전도방법임을 깨닫고 부원들과 함께하는 전도에 힘쓰고 있다.

이진규 (충성된청년회 13선교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22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