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5-24 14:22:16 ]
습관적이 아닌 진실한 감사 속에 우러나오는 전도 하고파
“째깍째깍” 오늘도 어김없이 시계는 오후 6시를 향해 달린다. 하루 업무를 다 마치고 오후 6시 5분이 되면 종종걸음으로 회사 문을 나선다. 회사를 벗어나자마자 후다닥 뛰어 노량진행 전철에 몸을 싣는다. 이제부터 나의 본업을 시작한다.
나는 회사에서 ‘칼퇴근’ 하기로 유명한 신입사원이다. 그리고 술자리 회식을 싫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얼마 전에는 직장 상사가 술잔을 내 앞에 갖다놓으며 “마시면 돈을 주겠다”고 회유했을 때 “억만금을 줘도 싫다!”고 잘라 말한 덕에 유명세는 더 커졌다.
노량진으로 향하는 발걸음
노량진행 전철에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진다. 매일 나가는 전도지만 2011년도 달력이 넉 장이나 넘어갔는데도 눈에 보이는 전도 열매가 없다. ‘기도가 부족해서일까? 내게 예수의 심정이 없나? 말을 잘 못하는 걸까? 매일 전도하는데 왜 열매가 없나?’ 여러 가지 원인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기운 빠지게 하지만, 이내 도리질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이럴 땐 말씀 듣는 게 최고다. 예수께 생각을 고정하려고 담임목사님 설교가 담긴 MP3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러나 무거운 눈꺼풀은 자꾸만 내려오고 비몽사몽간에 말씀 듣다가 “노량진역입니다” 하는 소리에 헐레벌떡 가방을 안고 뛰어내린다.
노량진역에 내려서 전도거점인 샘터로 가려면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어깨를 부딪치고 눈이 마주치기도 하면서 그들 사이를 뚫고 가는 길에 ‘오늘은 꼭 예비한 영혼 만나게 해주세요. 습관적인 전도가 아닌, 복음을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의 운반자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
노량진 샘터 문을 열자마자 먼저 온 사람들의 뜨거운 기도소리가 내 심령을 들뜨게 한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더 간절하다. ‘하나님, 벌써 2011년도 몇 달이나 지나가는데 아직도 저는 빈손입니다. 정말 딱 한 명이라도 저에게 맡겨주신다면 그 영혼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저 한번만 믿어주세요.’ 한 시간 동안 무릎 꿇고 눈물 콧물이 범벅되도록 주님께 매달렸다.
자, 이제 힘을 얻었으니 주님의 이름을 가지고 전도하러 나갈 시간이다. 전도 파트너와 “오늘은 꼭 한 명이라도 전도하고 귀가하자”고 굳게 다짐의 말을 나누며 전도지를 들고 나간다. 뜨겁게 기도해서일까. 오늘 전도는 전혀 위축되거나 눌리지 않고 마음이 즐겁다. 가게 진열장에 비친 전도지를 든 내 모습이 오늘따라 예뻐 보이고 감사하다. 피곤함을 잊은 채 전도하던 중, 검은색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 땅을 보며 걸어오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네 사람을 전도한 사연
나는 발끝에서부터 끌어올린 밝은 미소와 함께 전도지를 사정없이 내밀었다. 남자는 무슨 일인가 싶어 발걸음을 멈추었고 나는 이때다 싶어 복음을 전했다. 다행히 남자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생과일주스라도 마시며 얘기하자”고 권유했는데 흔쾌히 “그러겠다”고 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공무원 준비로 시작한 노량진 생활은 취업 준비로 이어졌고, 취업 실패에 낙심하고 말할 사람도 없이 우울함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수록 더 예수님을 만나야 해요. 우리를 도우실 분은 주님 한 분이세요. 우리 교회에 와서 그 주님을 꼭 만나보세요”라고 전도했다. 감사하게도 그 주에 우리 교회에 등록했고, 지금은 꾸준히 예배에 참석해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있다. 또 우리 교회에 나온 지 2주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형제자매들의 중보기도 덕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후 세 명을 더 전도할 수 있게 해주셨다. 한 사람은 노량진에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온 남자 분이다. 1년 넘게 같은 길로만 다니다가 이날 처음으로 내가 전도하는 길로 돌아가다가 복음을 듣고 우리 교회에 등록했다.
또 다른 사람은 전도할 시간이 20분밖에 없어 ‘시간이 짧은 만큼 더 진실하게 마음 쏟아서 전도하자’고 마음먹고 전도할 때 전도 끝나기 2분 전에 만나서 우리 교회로 인도했다.
마지막은 노량진에서 회계사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는데, 식권을 사러 가려고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찾아 헤매다 나를 만났다. 이렇게 만난 세 사람은 전도부 직분자들의 섬김으로 예배에 잘 참석하고 있다. 이제는 이들의 마음이 예수로 꽉 차길 기도한다. 한 영혼이라도 일단 맡겨주시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주님과 약속했기에 이들이 우리 교회에 잘 정착해 믿음의 뿌리를 내리기까지 기도하는 것은 내 몫이다.
이번 일을 통해 전도는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께 순종하고 나 자신을 내어 드릴 때 주님이 인도하신다는 것을 체험했다. 지금도 예비한 영혼을 보내주시려고 대기 중이신 주님께 제한 없이 쓰임받을 수 있도록 수많은 영혼을 품는 큰 그릇, 큰 전도자로 만들어지고 싶다.
전보연 (충성된청년회 전도2부)
위 글은 교회신문 <24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