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5-11 14:00:13 ]
몇 해 전, 다급하게 전하지 못한 한 남자 다음 날 죽어
그 이후 복음에 빚진 자 처럼 어디에서건 담대히 전해
2007년 노량진 학원가 ‘우리고시원’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시원에 사는 연세중앙교회 청년의 전도로 교회에 다니게 됐다.
감사하게도 시골에서 신앙생활 하다가 취업준비나 수험생활하려고 서울로 올라온 고시원 청년들이 나를 기점으로 하나 둘 전도 받아 연세중앙교회에 다녔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고시원’ 청년들끼리는 사도행전 2장 말씀처럼 물건을 서로 나눠 쓰고 챙겨주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즐거워했다. 이런 은혜로운 모습에 믿지 않는 고시생들도 우리 무리에 동참하고 싶어 했고 자연스레 전도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때 사도행전을 재현하던 친구들과 동생들은 우리 교회 청년회 임원단 총무, 실장, 부.차장, 성가대 등에서 열심히 주의 일을 하고 있어 감격스럽다.
‘아... 내 탓이다, 내 탓에 그가...’
당시 ‘우리고시원’에 새로 온 사람들은 눈만 뜨면 복음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 복도나 화장실, 식당에서 우리 교회 청년을 만날 때마다 “예수 믿자, 교회 가자” 소리를 들었으니 끈질기게 권유할 것도 없이 몇 번만 전해도 자연스레 교회로 따라왔다. 사실 18명이나 되는 청년들이 돌아가면서 복음을 전했으니 한 사람씩 몇 번만 말해도 50번은 족히 듣는 말이 “교회 가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233호에 남자 취업준비생이 새로 들어왔다. 24세 청년인데 부산에서 살다가 취업준비 차 서울에 왔고, 여자 친구가 사는 곳 가까이에 거처를 정했다고 했다.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제한하는 고시원에서 나는 총무 권한으로 여자 친구의 출입을 허용해줬기 때문에 233호 남자뿐 아니라 그의 여자 친구까지도 금방 친해졌다. 그리고 얼마 뒤, “이번 주일에는 꼭 교회 가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그리고 이틀 뒤였다. 금요철야예배에 가는 길에 고시원 현관에서 233호 남자와 마주쳤다. “안녕, 주일에 꼭 가는 거다.” 인사 겸 약속을 다짐받고 교회로 가려는데, 이상한 마음이 들면서 ‘저 친구를 지금 꼭 교회에 데려가고 싶다’는 감동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이내 ‘지금 서둘러 가도 예배시간에 늦겠는걸. 어쩌지? 데려갈까? 에이, 아니야. 주일에 간다고 했으니까 그때 데려가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나 혼자 교회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조용한 고시원에 웬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잠이 깬 나는 비몽사몽 현관으로 향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233호에서 짐을 빼고 있었다. 그때, 233호의 여자 친구가 검은 옷을 입고 내게 다가섰다. “언니… 남자친구가 새벽에 교통사고로….”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아… 내 탓이다. 나 때문이야. 내가 감동대로 예배에만 데려갔어도...’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죄책감이 너무 크고 마음이 아파서 그대로 노량진 골목으로 뛰쳐나가 233호 남자를 생각하며 눈물로 복음을 전했다.
이제 전도와 심방에도 담대히
노량진 수험가에서 전도하다 보면 합격에 매여 사는 수험생들이 매우 안쓰럽다. 하지만 그들도 사실 궁금해한다. 도대체 왜 우리가 죄인인지, 우리가 죄사함을 받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하나님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등 말이다.
얼마 전, 충성된청년회 전도자양성대회에 참가해서 많은 것을 얻었다. 강단에서 듣기만 하던 말씀을 내 입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죄, 구원, 예배, 주일성수, 재림, 성령, 자아관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전도자 양성대회는 ‘밥만 먹고 오는 심방은 가라! 전도지만 전해주는 전도는 가라!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아라!’를 지향한다.
이 대회에 출전한 나는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 테이프를 계속 들으면서 내용을 정리하고 기도했다.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이의 심령을 움직여야 하므로 성령님께 나를 써달라고 기도로 매달렸다. 기도 덕분일까. 그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해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렸다.
그동안 나는 전도자와 만나 밥만 먹고 허탈함에 돌아올 때가 잦았고, 주일성수를 못 하는 회원에게 주일성수의 축복을 말해줘야 했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머릿속엔 있는데 입에서 좀처럼 말씀이 나오질 않으니 답답했다. 하지만 전도자양성대회 이후 전도자라면 알아야 할 죄, 구원, 예배, 주일성수, 재림, 성령, 자아관 등을 담임목사님 말씀과 성경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돼 전도와 심방에 담대해졌다.
몇 주 후면 제3회 전도자양성대회가 열린다. 이번에는 또 어떤 전도꾼이 나올까? 분명히 나보다 뛰어난 전도 열정과 실력을 갖춘 청년이 배출될 것이다. 그럼 거기서 또 도전받아 나 자신을 점검하고 전도에 박차를 가할 나의 모습이 기대된다.
장소연 (충성된청년회 14선교부)
위 글은 교회신문 <24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