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8-30 19:20:14 ]
씨를 뿌리면 주께서 자라게 하시고 거두신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 교회에서 처음 신앙생활을 했다. 그러자 열렬한 불교 신자인 어머니는 “왜 하필 교회냐!”며 야단을 치고는 밥도 안 주고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새벽기도에 나간다고 ‘수시 합격’한 대학에 예치금을 넣어주지 않아서 대학에도 못 갔다. 그래서 다음 해에 대학에 입학하긴 했지만, 여전히 신앙생활은 즐겁기만 했다.
스무 살 때에는 대학선교회 전도부에 소속해 일주일에 한 번 다양한 곳으로 다니며 전도했다. 그러다가 이재구라는 또래 남학생을 전도했다. 재구는 말수가 적고 얌전한 친구였는데 거부감 없이 설교 말씀을 잘 받아들였다. 그 후 재구는 교회에 다닌 지 3개월 만에 입대를 했는데, 군에 있을 때나 제대한 후에도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내게 연락했다. 그러면서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저 복음을 전하기만 했는데
몇 해 전, 나는 어리석게도 시험에 빠져 한동안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된다. 교회 가야지’ 하면서도 세상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생활에 점점 젖어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답답하고,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상태가 이런 줄도 모르고 재구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연락을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올해 초 나는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일본 열도를 뒤덮은 쓰나미와 대지진을 보면서 ‘아, 이제 정말 마지막 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그 주 삼일예배부터 참석해 지금까지 교회에 잘 나오고 있다. 다시는 흔들리지 않으리라 늘 다짐을 하면서.
교회에 다시 나오고 보니, 그다음 주가 잃은 양 찾기 주일이었다. 문득 재구가 생각났다. 내가 세상에 있을 때도 가끔 연락한 친구였기에 연락이 끊긴 지 일 년이 지났어도 “재구야, 잘 지내?” 하고 문자를 보냈다. “나, 다시 교회에 나가는데, 이번 주일에 같이 교회 가자”고 했더니 무척이나 흔쾌히 “응!” 하고 대답하고는 지금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예배를 잘 드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침례를 받더니 이번 청년성회에서는 방언은사까지 받았다. 하나님 말씀에 어떠한 반감이나 거부감 없이 하나님을 뜨겁게 체험하고 있어 감사하다.
최선을 다하니 주께서 일하시더라
이번 청년대학연합 하계성회에 꼭 한 명을 데려 가고 싶은데, 시간이 많지 않아서 노방전도는 왠지 막연했다. 그래서 관계전도를 생각할 때 언뜻 떠오른 친구가 중학교 동창인 남윤진이었다. 그래서 윤진이를 위해 기도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했다.
“우리 교회 수양관에서 3박 4일간 열리는 성회가 있는데 무척 은혜롭다. 함께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성회 날짜가 가까워지자 보컬 레슨 날짜와 겹친다며 도저히 못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하루라도 가자고 사정했고 결국 윤진이는 월요일 저녁부터 화요일 오전까지만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하고 수양관에 갔다. 그런데 화요일 오전 설교를 마친 후, 윤석전 목사님께서 “노랑머리를 까맣게 물들일 사람 일어나라”고 하자 윤진이가 슬며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윤진이는 까맣게 머리를 염색하고 마음을 바꿔서 수요일까지 있겠다고 했다.
레슨 일정도 순조롭게 변경되어 하나님의 일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말씀에 은혜 받고 뜨겁게 성령을 체험한 윤진이는 결국 목요일 오전 말씀까지 다 듣고 귀가했다. 그리고 그날 목요일 저녁 기도모임 때 윤진이는 커다란 짐 보따리를 끙끙거리며 메고 왔다. 그 속에는 짧은 옷, 매니큐어, 진한 색조 화장품, 올해 사서 한 번도 안 입은 비키니 수영복, 귀걸이 등이 수북했다. 자기는 뭐가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지 잘 모르겠으니 내가 소속한 부장님께 가려달라고 가져온 것이다.
연약하고 부족한 나를 통로로 재구와 윤진이를 하나님께로 인도해주시니 그저 어리둥절하면서도 감사하다. 이제 다음 순서는 우리 가족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때보다 핍박이 줄긴 했지만 모진 소리를 하시는 어머니와 언니도 속히 주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어머니가 교회 간다고 야단치면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서 나도 지지 않고 맞섰다. 이제는 주님께서 품고 기도할 마음을 주셔서 욕하고 타박하는 그 모습이 오히려 안타깝다. 그저 기도하면서 지혜롭게 전도와 효도할 마음을 주시니 감사하다.
강해리(풍성한청년회 20부)
위 글은 교회신문 <25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