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더 부지런히 주의 일을 위해 집중하는 시간
전도와 충성, 기도 등 신앙생활의 즐거움으로 가득


<사진 설명>온수역에서 전도하고 있는 한귀동 집사(가운데).

복음은 유창한 언어로 전하지 않아도 된다. 울고 있는 영혼에게는 천국이 있다는 것을, 육체의 안일한 삶만을 추구하는 영혼에게는 지옥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진실한 호소만 있으면 된다.

6월 뙤약볕이 뜨거운 온수역에 가면 만면에 온화한 어머니의 미소를 머금고 복음을 전하는 한귀동 집사를 만날 수 있다.

자식을 위해 교회에 첫발을 딛고
“엄마도 이제는 예수 믿으세요. 저는 제사 지낼 땐 집에 안 갑니다.”
한귀동 집사는 3남 2녀 중 막내아들이 이런 말을 할 때만 해도 ‘하나님 믿는 사람들은 부모도, 조상도 모르나?’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막내아들은 노량진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전도를 받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충주에 살던 한 집사가 서울에 사는 딸네로 올라왔을 때, 막내아들이 간간이 한 집사를 보면 전도를 했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엄마가 되어 주세요.”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다쳐 항상 애처롭기만 한 막내아들이 한 말이라 더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절에도 다니고, 제사도 지내고 있어서 단번에 교회에 나간다고 할 수는 없었다. 얼마 후, 막내아들이 또 사정했다. “엄마가 자식 위해 하는 기도는 하나님이 잘 받으신대요.” 애절한 아들의 말에 이끌려 1999년 무렵 연세중앙교회를 찾았다.

처음에는 윤석전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이해가 잘 안 됐다. 하지만 예배에 계속 나오다 보니, 어느새 설교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말씀들이 모두 믿어졌다. 목사님, 사모님 얼굴만 봐도 반갑고, 교회 식구들이 집에 오면 그렇게 좋았다.

은혜를 사모하면서 구역장을 따라 흰돌산수양관에서 하는 충성에도 열심을 냈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와서 목사님 설교에 은혜 받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기쁘고 즐거웠다.

전도대원으로 사는 즐거움 맛봐
한 집사는 어느 날부터인가 흰돌산수양관에 가서 충성할 일이 없을 때면 하나님 은혜에 감사해서 홀로 노방전도를 했다. 1년여를 혼자 복음을 전하다가 지난해 총동원주일을 앞두고 합력하여 전도하고 싶어 전도국 소속 전도대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6명을 전도했다. 그중 남전도회에 소속한 장지철 성도가 제법 튼실한 열매다. 총동원주일을 앞두고 개봉시장에서 만나 전도했다.

“예수 믿다가 안 믿으니 되는 것이 없다”고 하며 복음을 받아들이더니 전도주일에 와서 등록했다. 등록할 당시 장지철 성도는 개봉3동에 살았다. 걸어서 교회에 오려면 제법 먼 거리여서 시간이 날 때만 예배에 출석했다.

한귀동 집사는 전도한 후에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속히 교회에 정착해 하나님을 만나고 구원받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래서 늘 전도한 이들을 대접할 반찬이나 간식거리 등을 챙겨서 주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전도한 이들이 주일예배에 오지 않아 얼굴을 못 본 날이면 걱정이 돼서 애타게 기도한다.

장지철 성도를 놓고도 그렇게 애간장을 태웠는데, 뜻밖에도 올해는 한 집사 아랫집으로 이사를 왔다. 아직도 온전히 주일성수를 못 할 때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구원을 이루어 가시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올해 4월 총동원전도주일 전 주에 온수역에서 안경민 성도를 만난 것은 정말 절묘한 찰나였다. 전도팀이 철수하려고 전도물품을 차에 싣고 다른 팀원들은 이미 차에 올라탔는데, 그때 유모차를 밀고 가는 안 성도를 만났다.

복음을 잠시 전하고 연락처를 건네받았는데 한 주간 열심히 기도했더니 전도주일에 남편과 함께 교회를 찾아왔다. 한 집사는, 안경민 성도 부부는 하나님께서 전도해 주셨다며 겸손히 웃는다. 안 성도 남편은 직장 출근 때문에 매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는 못해도 조금씩 주님께 다가오고 있다.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
전도자에게 간절한 기도는 필수다. 한 집사에게는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의 체험들이 많다. 전도해서 교회에 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도, 교회에 오기까지 그 영혼들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마음의 평안과 함께 ‘꼭 온다’는 확신을 주신다. 그러면 틀림없이 기도 응답이 이루어지는 것을 체험한다.

하나님께서는 가족들을 위한 기도에도 많은 응답으로 역사하셨다. 큰며느리가 아이가 없어서 늘 안쓰러워서 ‘하나님, 엄마, 아빠 소리 듣게 꼭 아이를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 후, 큰며느리는 병원에서 어렵다고 한 임신을 해서 딸아이를 낳았다. 그 손녀가 자라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고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

또 큰며느리 오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일찍 세상을 뜨자, 안사돈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사돈댁 자녀와 손자들이 모두 예수 믿게 해 주세요.’ 어느 날 큰며느리가 “친정어머니께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셨어요”라고 기쁜 소식을 전했다. 멀리서 간절히 구한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했다.

다른 기도에 비해 자식들을 구원해 달라는 기도는 더디 응답하시는 것 같아 초조할 때도 있었다. 다섯 남매 중 막내아들만 신앙생활 할 뿐, 다른 자녀는 하나님을 영접하지 않아서 항상 애달프게 기도했다. 그런데 요즘 자녀들이 조금씩 주님께로 다가오는 조짐이 보인다.

한 집사가 처음 신앙생활 할 때만 해도 자식들이 만만찮게 거부했었다. 예수를 믿으니 더는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큰아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큰아들도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말없이 어머니인 한 집사의 신앙을 지지해 주는 것 같아 고맙기만 하다. 애끓는 기도로 간구하며 살아온 외로운 세월이 열매를 맺어가는 것을 본다.

전도하며 하늘 소망 쌓아
전도에 단단히 맛이 든 한 집사를 두고 “노인네가 뭘 그리 전도에 열심을 내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면, “노인네니까 더 부지런히 재료 만들어 천국의 집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늘 소망이 가득한 대답을 한단다. 주님 안에서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는 삶이 부럽기만 한다.

한 집사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전도와 충성으로 주의 일을 열심히 하다가 예수 보혈의 능력을 꼭 붙들고 천국 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는 날 동안에는 건강해야만 한다. 두 다리 건강해야 주님의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한 집사에게서 피 끓는 젊은이보다 더 뜨거운 예수 사랑을 느낀다.

/이진숙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4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