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1-14 09:23:22 ]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전도하기 쉽지 않으나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며 인생 여정 불태우다
<사진설명> 종묘공원에서 어르신들과 정을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홍덕춘 집사.
올해 65세인 홍덕춘 집사는 매주 토요일이면 동년배들을 전도하러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을 찾는다. 종묘공원에는 많은 노인이 나와 시간을 보낸다. 주름진 얼굴에서 격변기를 살아온 세월이 묻어나고, 성성한 백발이 소한(小寒) 찬바람에 휘날린다.
담배 한 개비가 아까워 꽁초까지 빨아당기는 노인을 바라볼 때마다 홍 집사는 “인생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하지만 순간 ‘아니다. 예수가 있다. 예수 복음을 전해 영원한 삶의 낙을 주자’라는 감동이 홍 집사 마음을 세차게 울린다. 세파를 겪으며 굳어진 노인들 얼굴에 예수를 전하고자 사람 좋은 웃음을 던진다. “하하하, 교회 한 번 가자니까.” 종묘공원 노인들은 “뭔 교회를 가?” 하고 퉁명스러워하지만, 거듭 강조하여 권면해서 결국 예배에 오겠다는 확답을 받아 낸다.
전도 터를 닦아 주님 일하시게
홍덕춘 집사가 속한 8남전도회는 토요일이면 종로구 거리에 나와 전도할 터전을 닦았다. 8남전도회는 대개 환갑이 넘은 연령대지만, 지난해 지하철역에서 활발하게 전도해 전도대상자 300여 명에게 새가족 5주 교육을 받게 했다.
전도 터를 잘 잡아서 교회에 데려오니 매주 전도할 사람이 생기고 정해진 장소에서 자연스레 심방을 한다. 종묘공원에 나가기만 하면 같은 자리에서 소일거리를 찾는 노인들을 매주 만나 얼굴을 익힌다. 겨울이면 햇볕이 비취는 따뜻한 담벼락, 여름이면 나무 그늘 아래로 가면 된다. “노방에서 활기차게 다니며 전도할 체력이 없으니 하나님께서 전도대상자라도 묶어서 만나게 해 주신다”고 홍덕춘 집사는 말한다.
전도대상자인 A 씨는 담임목사님 고향인 부여 출신이다. “우리 목사님과 고향이 같으니 한번 가서 설교 말씀 들어보세요”라며 친밀하게 다가가나 교회에 올 기미가 안 보인다. A 씨 가족 중에는 예수 믿는 이도 많고 목회자도 있다. 우리 교회 소식도 잘 알아 담임목사가 외국 어디로 선교 가는지도 꿰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교회는 여전히 오지 않는다.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해서다. 홍 집사는 앞으로도 A 씨를 두고 계속 기도하며 꾸준히 복음을 전할 작정이다.
홍덕춘 집사는 전도할 때마다 담임목사님이 전하는 하나님 말씀이 은혜롭다고 전도대상자들에게 강조한다. “어르신,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을 뒤돌아보셔야 하고, 앞으로 영원히 살아갈 날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교회에서는 바르게 살라고 말합니다. 말씀 듣고 은혜 받으시면 계속 교회에 다니고 아니면 뜻대로 하시지요. 어쨌든 한번 와 보십시오.” 교회에 오라고 권하는 홍 집사의 말에는 예배에만 오면 담임목사가 전하는 하나님 말씀을 듣고 은혜 받으리라는 확신이 담겨 있다.
홍 집사는 지난해 초에 장기간 금식 기도할 때 전도하라는 감동을 받았다. 당시 인간관계, 물질 관계가 꼬여 힘겨운 상황에 부닥쳤지만 “사랑으로 풀어 주세요”라고 금식하며 기도하니 사랑을 실천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전도로 쌓아 온 한 해를 돌아보니 묶였던 결박이 하나하나 풀리고 있다.
홍 집사는 내성적인 성격인데, 전도하다 보니 하나님께서 화통한 성격으로 바꿔 주셨다. 전도하다 보면 전도대상자들이 언짢은 말을 하기도 하고, 복음을 잘 듣다가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교회 가지 말라”고 말하며 훼방하면 주춤한다. 그럴 때마다 어색한 상황이 되기 전에 홍 집사가 “껄껄” 웃어서 분위기를 전환한다. 홍 집사 특유의 유쾌한 웃음이 전도할 때 강점으로 나타난다. 불교 신자든, 교회에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든 호탕한 웃음소리에 심각한 분위기가 싹 달아난다.
“전도대상자가 교회 오길 거부하지만 한참 복음을 전하다보면 미안한 마음을 지닐 수도 있으니 되도록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한다”는 홍 집사의 말처럼 다음에 다시 복음 전할 기회를 도모한다. 요새 홍 집사는 아내가 “당신, 웃는 얼굴로 변했다”며 용기를 주니 전도할 힘이 더 난다.
매주 수십 명이 와서 은혜 받고 가
주일이면 본당 4층 중앙 자리를 8남전도회가 독차지한다. 매주 전도대상자 30여 명이 예배를 드리러 오다 보니 중앙 자리는 다른 성도가 아예 양보해 준다.
홍덕춘 집사는 주일 아침이면 일찍 집을 나서 자리를 예비하고, 전도한 사람들이 올 때마다 자리로 안내한다. 수십 명을 자리에 앉히는 일이 보통이 아니지만, 전도한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난다면 어떤 수고인들 마다하겠는가. 또 식사를 대접하러 월드비전센터로 가려면 어린아이에게 하듯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 한다.
“자! 서로 처음 보시는 분들이지만, 손을 잡으세요. 부끄러워하지 마시고요. 이제 옆 건물로 이동할 텐데 옆 사람 손을 놓치면 안 됩니다.”
주일 2부예배를 마치면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마치 아이들처럼 손에 손을 잡고 이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 사람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다. 새가족 교육 3주차쯤 되는 전도대상자들은 “여봐, 어여 손 잡으라고!” 하며 옆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 ‘잡은 손 저대로 주님 나라에 함께 간다면 더 바랄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종묘역에서 전도한 손병학, 김옥희 부부는 어느새 교회에 잘 정착해 주변 지인까지 전도한다. 목사님 말씀에 은혜 받고 새가족 교육도 재미있게 받아서 신앙생활 하는 재미를 만났다고 한다. 홍덕춘 집사는 교회에 잘 정착한 부부에게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라고 장갑을 선물했다. 8남전도회에서 방한용품 업체를 운영하는 성도가 전도자들에게 제공하라고 손수 지원했다. 겨울이면 장갑, 여름이면 우산을 지원받아 주님이 주시는 마음으로 합력하여 섬기며 열매를 맺는다.
올해 역시 많은 열매 거두길
올해 홍덕춘 집사는 8남전도회원들과 함께 대학교 캠퍼스로 전도하러 갈 계획이다. “올해는 더 열매 맺어 보자”며 단단히 각오하고, 아버지 심정으로 대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한다. 홍덕춘 집사는 “우리보다 영특하고 지식으로 충만한 대학생들에게 예수를 전하려 하니 막상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더 기도하고 나갑시다” 하는 남전도회장이 있어 든든하다. ‘사랑을 주면 누구나 예수 믿는 사람으로 변한다’는 열매 맺은 경험이 있어 담대하게 나가려 한다. 젊은이들과 잘 어울리려 옷차림도 신경을 쓰며 나름대로 준비도 마쳤다.
홍 집사는 “올해 역시 지난해처럼 많은 이가 우리 교회에 와서 은혜 받고 신앙의 뿌리를 내렸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정리 오정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6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