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비전공이지만 그래도 어느새 문화사역 3년째

무슨 역할이든 예수를 진하게 전하는 전도자 되고파

[성극 <10분> - 마지막 장]

#23. 절규하는 하준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는 천사의 말에, 하준은 예수가 재림하실 때가 언제인지 조심스레 묻는다.

(순간, 하준 뒤에 놓인 시계가 초읽기 하듯 ‘10분’에서 빠르게 줄어든다.)

10분 후, 세상이 끝난다는 경고를 들은 하준은 허둥지둥 전화기를 찾는다. 예수 믿지 않는 가족과 친구들이 지옥 간다는 생각에 ‘통화’ 버튼을 다급하게 누른다.

(통화 연결 음)

하준: “엄마! 엄마! 갑자기 연락해서 당황스럽겠지만, 예수 믿어야 해. 지금 시간이 얼마 없거든. 예수 믿어, 엄마.”

엄마: “하준아, 또 예수 믿으라는 소리냐! 지금 좀 바쁘거든. 끊는다.”

(뚜. 뚜. 뚜.)

하준: “엄마, 엄마, 엄마! 여보세요?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두리번거리던 하준이 관객을 응시한다.)

하준: (관객을 향해) “여러분! 여러분이라도 예수 믿어야 해요. 예수 믿고 천국 가야 해요!”

하준이 눈물로 절규한다. 시계 숫자가 ‘영(0)’을 향해 줄어들면서 극이 끝난다.

 

전도하는 배우가 되고자 
 

지난해 11월, 청년회 전체 모임에서 <10분> 주연을 맡아 공연했다. 대단원에서 10여 분간 홀로 독백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예수 믿어야 하는 다급한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2011년 말부터 뮤지컬 <그날>, 성극 <병 나으러 교회 가도 됩니까> <위드 유(With you)> <회복(Return)> 같은 여러 작품에서 주·조연을 맡아 하나님께 쓰임받았지만, 주연 혼자 끌고 가는 역할은 처음이라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주님, 제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예수님이 지금 오시면 예수 안 믿는 우리 가족은 지옥 가요! 예수 믿으라고 꼭 전할 테니까 오시는 발걸음을 잠시만 멈춰주세요.”

<10분> 마지막 대사에서는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오열했다. 대사는 미리 정해졌지만, 예수 믿지 않는 관객에게 예수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성령께서 감동하시는 대로 예수 믿으라며 울부짖었다. 담임목사께서 애타는 심정으로 설교 말씀을 전하듯 나 역시 예수 믿어야 산다고, 눈물 젖은 연기로 주님 심정을 전했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울기로 마음먹으면 울 수 있고, 신앙생활이 식었으면서도 거룩한 척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교회 배우들은 신앙생활과 극 중 역할을 일치하려고 애쓴다고 할까. 맡은 역할이 성령 충만한 인물이라면, 그 역할을 감당하려고 실제 신앙생활을 더욱 진실하게 끌어올린다. 하나님께 거짓된 무대를 만들지 않고, 생명 있는 문화 사역을 담당하려고 연기에 앞서 기도에 더 열심을 낸다.
 

2013년 동계성회를 앞두고 뮤지컬 <그날> 연출이라는 중책을 맡아 마음을 쏟았다. 청년회에서 진행하는 콩트나 단막극도 병행하던 중이었다. 퇴근하고 새벽까지 연습하고 기도하다 보면 서너 시가 넘었다. 두 달간 선잠을 자고 출근하는 고된 생활이었지만, 전도하겠다는 일념이 어느 때보다 야무지게 성장한 기간이었다.
 

‘연극 연습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전도하러 나가야 한다. 예수 믿으라고 영력 있게 대사하려면, 실제 전도하는 신앙생활이 받쳐 줘야 한다.’
연습은 연습대로 바빴지만, 길거리에 나가 전도도 했다. 빡빡한 연습 일정으로 전도하지 못할 때도 생겼지만, 어떻게든 길거리에 나가서 전도하고 발로 뛰면서 전도자의 심정을 체험했다.
 

올해 총력전도주일을 앞두고는 전도대상자가 없어 마음이 답답했다. 토요일 밤까지 전도대상자를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더니, 주일 아침 노량진에서 수험생인 김상현 형제를 만나 예배에 오게 했다. “지금 당장 교회 가자”는 말에 상현 형제가 가던 발걸음을 돌려 교회에 온 것은 주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를 오해하던 상현 형제가 예수를 바로 알고 인격적으로 만나 주님의 일꾼이 되길 기대한다. 세상에서도 연륜 있는 배우가 폭넓은 연기를 하듯, 풍성한 전도 경험과 주님 심정이 차곡차곡 쌓여 영감 있는 연기가 나오는 것이리라.



무대 안에서든 밖에서든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에 쓰임받고 싶다는 이하준 청년.

무대 밖에서도 전도의 삶을 
 

배우로 충성하는 것은 간접 체험을 해 보는 기회라 참으로 귀하다. 그동안 다양한 배역을 맡아 은혜를 경험했다.

이번 달에 노량진 샘터에서 공연한 <예수와 함께한 점심식사>에서는 주인공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친구를 다치게 한 사춘기 아들(윤혁)을 대신해 친구 어머니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장면이다.
 

“어머님, 윤혁이 대신 제가 벌을 받겠습니다. 제 아들은 아직 앞날이 창창합니다. 한 번이라도 자식을 품에 안아 본 부모라면 모든 것을 주고 싶은 아비 심정을 이해하시겠지요?”

우리를 살리려고 온갖 수모를 당하고, 피 흘리기까지 사랑하신 예수의 심정을 아버지 배역으로나마 살포시 경험했다. 신앙생활의 열정이 잠시 식었다가도, 은혜가 절절한 배역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열정이 되살아난다.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무대 뒤편으로 돌아오면 기진맥진한다. 프로 연기자가 아니어서 무대에 서는 날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도 요즘은 연기에 지쳐 파김치 된 몸을 일으켜, 관객 전도에 나서려고 한다. 성극을 마치고 교회 등록을 망설이는 초청자가 보이면 얼른 객석으로 내려가 결신을 돕는다.
 

“연극 재미있게 보셨어요? 예수님은 정말 살아 계시고 형제(자매)님을 사랑하세요. 이번에 꼭 예수님을 믿으세요.”

주연 배우가 가까이 다가가 권면해서인지, 너스레를 떨며 결신서를 내밀면 초청자들이 이름을 적는다. 예수 믿으라고 말 한마디 거들 뿐이지만, 그런 작은 일조차도 하나님께서 사용해 주시는 것이리라.
 

전도대상자가 교회에 오기까지 우리 교회 청년들이 많은 시간과 물질, 노력을 기울였으리라 생각한다. 더운 날, 추운 날 가리지 않고 전도대상자들을 어렵사리 데려온다. 주님을 사랑해 충성하는 그 마음을 돌아보면 허투루 연기할 수 없다. 무엇보다 예수께서 피 흘려 우리에게 천국을 주셨기에 온몸을 던져 연기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아무 능력 없는 나를 연극 도구로 써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 무슨 역할이든 예수를 진하게 전하는 배우 그리고 전도자가 되고 싶다.

/정리 오정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9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