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전도이야기] “함께 뛰고 구르면 어느새 정이 들어요”

등록날짜 [ 2014-09-30 14:21:50 ]

토요일마다 레포츠로 수험생들과 친분을 쌓고 복음 전해
함께 땀 흘린 뒤 느끼는 남자들만의 정이 전도로 이어져


‘수험생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레포츠전도’

운동장 한쪽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수험생들을 반갑게 맞는다. 토요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에 있는 영등포고등학교를 방문하면 청년들 70~80명이 축구, 농구, 족구 같은 경기로 활기차게 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 교회 청년이 많이 있지만, 얼굴이 낯선 형제들도 20~30명가량 보인다. 수험생 형제들이 학원가에 붙은 레포츠전도 전단이나 공무원 카페 광고를 보고 매주 수십 명씩 운동장을 찾는 것이다. 레포츠전도로 많은 수험생이 교회 청년들과 친교를 나누고, 그 와중에 예배에 오는 이도 많다고 한다. 레포츠전도실 조영훈 실장을 만나 운동모임으로 예수를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전도

“반갑습니다. 운동하느라 더우시죠? 음료수 한 잔 드세요.”

레포츠전도에서 음료수를 따라 주고 말벗도 해 가며 수험생을 두 해째 섬기다 보니 수험생 형제들과 친해져 허물없이 지낸다. 수험생들은 대개 공부 이외의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한창 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기 어려운 데다 남자 청년들은 대개 공놀이에 대한 미련을 가슴에 품고 있다.

“길거리에서 축구공만 봐도 공 차고 싶어서 얼마나 근질근질하던지….”

“지방에서 혼자 올라오다 보니, 농구할 친구 대여섯 명 찾는 일도 여간 어렵지 않았어요.”

남자 수험생들이 운동하고 싶은 바람을 달래 주고자 충성된청년회는 2012년에 레포츠전도실을 처음으로 기획했다.

충성된청년회는 평소에도 스포츠.피부 마사지, 무료 영어강의로 노량진 수험생들을 섬기던 터라, 학원가 근처에 있는 운동장을 대여하고 구기용품과 음료수 같은 편의를 제공하는 등 복음 전할 아이템을 마련했다.

레포츠전도를 두 해 넘게 담당하면서 남자들 전도가 쉽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남자지만, 남자들은 참으로 단순하다. 운동 한 경기만 같이 뛰면 마음 문이 활짝 열린다.

길거리에서 전도하려면 전도대상자에게 말 붙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데 레포츠전도에 초청해 농구 한 게임만 같이 뛰면 십년지기처럼 어느새 막역해진다.

“수년째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다”며 자기 속내를 털어놓고 기도를 부탁하는 이도 생겼다. 마음 문이 열린 수험생들을 만나면 ‘복음 전할 때가 왔다’라는 감동이 온다. “예배에 와서 예수님 만나 보라”고 친구처럼 편하게 초청하면, 수험생들 역시 예배에 거부감 없이 온다.

“진실하게 섬기는 자에게 강퍅한 마음을 부술 영력이 생긴다.”

레포츠전도 초창기에 수험생을 섬기던 윤남식 전도총무가 내게 한 말이다. 수험생들을 잘 섬기려고 여름이면 음료수 전도를 적극 활용한다. 운동하느라 땀으로 범벅인 형제들에게 미리 얼려 간 음료수를 건넨다.

나 역시 스무 살 시절 방황하다 예배에 왔을 때, 담당 부장님이 “잘 왔다, 영훈아”라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사르르 녹은 것처럼 수험생활로 마음이 지친 형제들에게 말 한마디, 미소 한 번, 음료수 한 잔이 예수를 전하는 통로로 귀하게 사용된다. 운동을 통해 수험생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섬김까지 받으니 교회에 가고 예수 믿을 마음을 주님이 부어주시는 것이리라.

형제들의 단순한 성향을 파악해 홍보 역시 지혜롭게 진행한다. 레포츠전도를 알리는 전단에는 ‘축구’ ‘농구’라는 단어만 크게 적어서 붙여 놓는다.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써 놔도 형제들이 길거리 전단을 세세하게 읽어 보지는 않을 테니까. ‘축구’ ‘농구’라고 강렬하게 인쇄된 활자가 형제들 눈을 사로잡으면, 바로 아래에는 연락 달라고 전화번호만 남겨 놓는다. 비록 전단은 투박하지만, 매주 대여섯 통씩 참석 문의 전화가 온다.

“운동하고 싶으신 형제는 김다슬 ‘자매’에게 연락해 주세요.”

청년회 부별로 레포츠전도 담당자를 한 명씩 정해 놓았는데, 전단에는 자매들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 놓아야 안내하기가 좋다. 형제들이 전화를 받을 때보다, 자매들이 다정다감하게 안내를 맡으니 남자 수험생들이 레포츠전도에 오는 발걸음이 경쾌해진 듯하다. 또 담당한 자매들도 연락처만 올려놓으면 자기가 챙길 전도대상자가 자연스레 생기고 교회로 인도할 수 있으니 청년회에서 전도에 활용하고 있다.

언제나 활발하게 웃으며 전도해

1년 전 이맘때쯤 친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미처 예수를 전할 여유도 없이 돌아가셔서 우리 가족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할아버지에게 예수를 전할 기회가 많았는데, 담대히 전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다. 예수를 전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잘 웃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예수 좀 믿어요. 제발 예수 좀 믿으라고!”

당시 레포츠전도에 나가서도 전도대상자들에게 내 답답한 심정을 여과 없이 퍼부은 듯하다. 가족조차 전도 못하는 내가 답답하고, 예수 믿을 생각이 없는 전도대상자들에게 부아도 났다. 다행히 얼마 안 가 주님이 위로해 주셔서 마음을 추스렸다. 내 할아버지가 예수 안 믿고 돌아가셨다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데, 독생자를 보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기까지 인류를 살리려 하신 하나님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실까.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우리 가정에 큰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듯했고, 나 역시 영적으로 한결 성장한 듯했다. 큰일을 겪고 나니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낙심하지 않게 된다. 때로는 레포츠전도에서 형제들이 격렬하게 시합하다 보니, 몸을 부딪치다가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형제들은 자존심 탓에 먼저 사과하지 않으려 한다. 그럴 때는 얼른 먼저 눈웃음을 지으며 나서서 다툼을 중재한다. 올해도 무더운 한여름 땡볕에서 신경전을 말리느라 안 그래도 많은 눈가 주름이 더 늘어났다.

레포츠전도는 두 해 만에 충성된청년회 주력 전도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초창기에 레포츠 용품을 나를 차가 없어서 자전거에 음료수 페트병을 싣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옮기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노력이 모여 지금 좋은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로 레포츠전도를 통해 많은 청년이 예배에 오고, 우리 교회 청년들도 레포츠전도를 적극 활용하니 감사하다. 최근에는 어떤 형제가 2년 만에 레포츠전도 운동모임에 다시 나와서 기쁘다. 앞으로도 레포츠전도를 꾸준히 이어 가려고 한다.

비록 수험생들이 운동에 목말라 교회에 왔지만, 이제는 자기 영혼이 갈급하다는 사실도 깨달아 예수를 만나길 기도한다.     

정리 오정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0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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