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전도이야기] 성령의 감동에 순종하니 어느새 전도자가 되어

등록날짜 [ 2014-11-12 09:09:45 ]

내성적인 나로서는 전도가 여전히 부담되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으로 담대히 복음 전해



<사진설명> 말주변은 없어도 성령에 의지하면 전도는 절로 된다는 조영준 청년.


자신에게 맞는 전도 장소와 방법을 찾는 것도 전도 전략 중 하나다. 내가 속한 충성된청년회는 토요일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전도모임을 진행한다.

올해 충성된청년회로 부서를 옮겨 학원가에 나와 보니,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길거리 전도가 만만치 않았다. 내가 서글서글하게 다가가지 못한 탓도 있지만, 수험생들 역시 전도지 한 장 받아 줄 여유조차 없는지 “예수 믿으세요”라는 말에 찬바람을 쌩쌩 일으켰다.

사람을 많이 만나볼 요량으로 학원가 중심 시가지로 나갔지만 말 한마디 변변하게 못 붙여 보았다. 북적이는 시가지를 뒤로하고 학원가 외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소 선택도 전도에 중요한 전략
노량진 학원가 골목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면 만양로 언덕길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한적한 분위기인 데다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수험생들의 발걸음 역시 여유로웠다. 나로서는 왠지 편안한 옷을 입은 듯 차분하게 전도할 장소를 발견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중앙교회 청년인데, 혹시 교회 한번 가 보지 않을래요?”

전도말을 꺼내자 이곳 수험생들은 선뜻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 주었다. 학원가에서 수험생에게 말 한 번 붙이려면 쫓아다니기 바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또 성경 말씀을 인용하는 전도가 어렵다 싶으면, 얼른 청년회에서 진행하는 피부마사지 전도, 레포츠 전도, 영어강의 전도를 소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해도 만양로에서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그 얘기를 들어 줬다. 신기할 정도였다. 전도에는 장소나 주위 분위기가 참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올 3월, 만양로 언덕길에서 김진태 형제(25)를 만나 전도했다. 진태 형제는 어릴 때부터 고교 시절까지 교회에 다녔지만, 대학교에 입학한 후로 주님과 멀어졌다고 했다.

첫 만남인데도 만양로 길을 유유히 걸으며 자세한 신앙경력을 얘기해 주었다. 나도 천국과 지옥이 정말 있다는 것과 교회에 소속해 신앙생활 해야 하는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했더니, 바로 다음 주에 교회에 등록해 6개월째 예배에 잘 나오고 있다.

왁자지껄한 거리에서 만났다면 진태 형제와 신앙적인 대화를 깊이 나누지 못해 교회로 인도할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르겠다.

전도에 대한 편견을 깨다
전도는 정말 사람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진태 형제를 전도하던 날을 돌이켜 보면, 평소처럼 쭈뼛거리며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로 복음을 전했다.

누가 봐도 사람을 확 끌어당길 만큼 인상 깊고 영력 있는 전도자는 아니었을 터. 그런데도 진태 형제가 어찌 그리 순순히 교회에 따라왔을까. 최근 진태 형제에게 들은 말이다.

“영준 형제님을 만날 당시 교회에 다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던 참이었어요. 전도해 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사실 나는 그동안 전도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 평소 나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이 불만스러웠고, 그런 말주변 없는 성격 탓에 전도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진태 형제 경우만 해도 사람의 말솜씨에 이끌려 교회에 온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전도대상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내 역할이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이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전도자는 사람 낚는 어부로서 그저 낚싯대를 던질 뿐이다.

전도에 대한 오해 또 한 가지. 올 초만 해도 전도자를 무시하는 수험생에게 미움이 치밀었고, 내 의가 강해서인지 그들의 행동에 깊이 상처를 받았다. ‘교회’라는 말만 들어도 냅다 도망치거나, 전도자를 벌레 보듯 하며 인상을 찌푸리거나, 무슨 말을 걸든 “아니요! 아니요!”만 반복하거나….

‘수험생활이 어렵겠지만, 저렇게까지 전도자를 무사하는 건 너무 비인격적인 거 아니야? 나는 뭐 한가해서 전도하러 나왔나?’

한마디로 전도자로서 대접받으려 했었던 것이다. 성격이 활달한 사람은 그런 푸대접을 받아도 금세 툴툴 털어 버리겠지만,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은 꽤 깊은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전도자는 인격적인 대접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직 상대를 끝없이 이해하고 사랑만 해야 한다.

요즘 들어 하나님께서 노량진 학원가 수험생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아량을 주셨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우리 교회 청년들에게 전도받으면 짜증도 나겠구나.’ 하나님이 넓혀 주신 마음으로 요즘은 그런 노량진 수험생들 마음을 십분 이해해 넉살 좋게 대응한다.

“바쁘셔도 1분만 시간을 내 주세요. 예수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이제는 성실한 전도자로
나의 전도 롤모델은 단연 담임목사님이시다. 사실 나는 연세중앙교회에서 신앙생활한 지 16년 차다. 각종 흰돌산수양관 성회에 참석한 횟수만 50여 차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목사님이 애타게 설교하는 심정을 몰랐고, 지옥 가는 영혼을 방관하기만 해서 하나님 속을 태웠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여름, 외할아버지의 싸늘하게 식은 주검과 대면하자 때늦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평소 교회에 다닌다고 늘 눈살을 찌푸리셔서 전도를 못 했는데 그렇게 세상을 빨리 떠나실 줄은 미처 몰랐다.

‘할아버지의 영혼을 좀 더 사랑했다면…. 주님이 할아버지 전도하라고 감동하실 때 순종했더라면….’

깊은 회한을 안고 올해부터 전도에 나섰다. 담임목사님 설교 말씀 테이프를 많게는 하루 2시간씩 들으니까 목사님께서 자기 삶으로 복음 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전도하는 발걸음에 힘을 얻었다.

내가 주일학교 학생일 당시 담임목사님께서 괴한이 던진 도끼에 맞아 크게 부상했는데도 휠체어에 탄 채 설교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땅에서 팔레스타인 모슬렘에게도 예수를 전하셨다. 모슬렘에 복음 전하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데 나는 아무도 전도를 가로막지 않는 한국 길거리에서 전도를 하느니, 못 하느니 왈가왈부해서야 되겠는가….

지금도 길거리에서 노인 어르신들을 보면 눈물이 핑 돌 만큼 외할아버지를 전도하지 못한 일이 한스럽다. 그 안타까움이 전도할 동력이 되어 아직 예수 믿지 않는 영혼 구원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새로운 해에는 좀 더 능력 있는 전도자로 쓰임 받길 기도한다.

정리 오정현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0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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