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전도이야기] 인생 고락에 담긴 예수의 흔적을 전하며

등록날짜 [ 2015-02-02 22:37:03 ]

1남전도회 어르신들이 전하는 복음은 왠지 남달라

날씨는 추워도 영혼 구원 열정에 마음만은 뜨거워


1남전도회원들. 왼쪽부터 정동섭, 박수섭, 박우청(회장), 임차호, 장행식, 강의동 회원.

 

58세 되던 해에 IMF가 터져 운영하던 건축 회사가 부도났다. 절망적인 상황에 밤마다 소주병을 기울였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큰딸이 예수 믿자고 했다. 핍박하던 큰딸의 손에 이끌려 겸연쩍은 모습으로 교회에 발을 디뎠다. 설교 말씀을 들어도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었다.

 

예배가 지루해 차에 가서 잠을 자기도 여러 번. 하루는 잠자기도 지겨워 슬그머니 예배당 안에 들어가 맨 뒷자리에서 설교를 듣던 중, 하나님 말씀이 심령을 파고들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그렇게 예수를 만났다.

 

그 후 둘째딸이 오랜 지병인 심장병을 하나님 말씀으로 치유받자 살아 계신 하나님을 더욱 뜨겁게 느꼈다. 남전도회에 소속해 활동하다 회장이 됐고, 올해로 10년째 연임하는 베테랑 회장이 됐다. 자신이 느지막이 예수를 만났기에 인생의 벼랑에서 고통받는 한 영혼에게라도 더 예수의 십자가 사랑을 전하고 싶어 70대 후반인 1남전도회원들과 함께 매주 노방전도에 나선다.

 

바로 1남전도회장 박우청 집사(76) 얘기다.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방전도에 나서서 노익장으로 구령의 열정을 불태우는 그를 만나 보았다.

 

 

최고 어르신 기관에 불붙은 구령의 열정

 

금요일 오후 12시면 박우청 회장과 70~80대 1남전도회원 6~7명은 어김없이 개봉역으로 향한다. 흰머리 희끗희끗 휘날리는 1남전도회 전도팀이 영혼 구원 사명을 붙들고 매주 전도에 나선 것.

 

“커피 한잔 들고 가시오.”

 

회원 서너 명은 신문과 주보를 나눠 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본다. 박우청 회장을 포함해 기관에서 젊은 편(?)에 속하는 두세 명은 커피를 마시는 행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연락처까지 받아 내려 애써 본다. 요즘은 하루 1명에게 연락처를 받기도 어렵다.

 

전도에 한창 불붙던 6~7년 전에는 한 해에 연락처를 230명까지 받았다. 한 주에 한 번 전도 나가면 평균 10명에게 연락처를 받았고, 그 주일에 교회에 오겠노라고 약속하는 이도 대다수였다. 하지만 3년 전부터는 연락처 받기가 어려워졌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강퍅해져서 연락처를 쉽게 알려 주지 않고, 교회 와서 예배드리라는 초청에도 흔쾌히 응하지 않았다.

 

구로구 오류역과 개봉역에서만 수년째 전도했지만 최근 이삼 년간은 전도장소를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인 경기도 역곡 북부역과 부천역 사거리로 옮겨 보기도 수차례. 요즘 들어서는 혹독한 겨울 날씨 탓에 회원들 건강에 적신호까지 떨어져 자못 전도열기가 움츠러들었다. 지난 12월, 날씨가 영상 4~5도 때 전도 나갔다가 79세 어르신이 독감에 걸려 혼쭐이 났다.

 

박우청 회장은 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지는 날이면 회원들에게 전도하러 가자고 말하기가 영 미안스럽다. 포근한 날이라 해도 전도하느라고 한곳에 계속 서 있다 보면 발이 꽁꽁 얼어붙어 몹시 춥게 마련이다. 80세를 앞둔 회원들에게는 한기가 더욱 매섭게 느껴질 터. 몸이 힘들 텐데도 “전도 나갑시다!”라는 회장의 전화 한 통화에 순순히 따르는 회원들이 무척 감사하다.

 

“젊었을 때 권투를 해서 워낙 건강한 체질인 나조차도 전도할 때면 가끔 몸이 안 따라 줘서 힘들어요. 그러니 몸이 약한 회원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그래도 주님 심정으로 전도하자고 권면하는 말에 따라 주니 감사하지요.”(박우청 회장)

 

박 회장은 그렇다고 1남전도회가 골골하신 어르신들만 모여 섬김받는 기관으로 여기면 큰 오산이라고 웃음짓는다. 지난해 1월, 박 회장은 1남전도회원 5명과 부천 매봉산에 올라가 싸릿대를 주워 왔다. 교회에 쌓인 눈을 치울 빗자루를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이날 주워 온 싸릿대로 빗자루 열댓 개를 만들었다. 그날 산에 올라간 두 분이 혹독한 감기에 걸려 병원 치레를 했지만 그래도 성도들이 교회 눈길에 넘어지지 않고 예배드리러 올 모습을 생각하니 뿌듯했다.

 

 

메모 활성화하여 전도에 활용

 

박우청 회장도 해가 갈수록 체력과 기억력이 떨어져 전도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전도대상자들은 그를 기억력이 무척 좋은 편으로 여긴다. 그 이유는 바로 ‘연락 장부’ 덕분.

 

박우청 회장은 토요일마다 전도대상자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그럴 때마다 곁에는 ‘연락 장부’가 놓여 있다. 전도대상자와 전화 통화하면서 중요한 대화내용을 연락 장부에 메모한다. 그 후, 다음번 통화할 때 그 장부를 훑어보고 그 사람에 관한 정보를 상기하고 전화한다.

 

“어떻게 그 말을 기억하고 계세요? 기억력이 정말 좋으시네요.”

 

전도대상자들은 세세히 기억해 주는 박 회장의 특별한 관심에 기뻐했다.

 

박 회장이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 많이 감퇴했다고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는 회원들을 세세하게 섬기는 데 빛을 발한다. 따뜻한 심성까지 주셔서 회원들의 마음을 편안히 다독인다.

 

9년 전, 박 회장이 전도한 정동섭 성도(69)가 지금껏 박 회장과 함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 성도는 지독한 불교 신자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굿과 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법사였다. 그런데 오류역에서 길거리 전도로 박 회장을 만난 후 연세중앙교회에 와서 인생이 달라졌다. 삶의 참소망이신 예수를 만난 것이다. 박 회장은 새신자인 정 성도를 두고 눈물을 쏟으면서 기도해 주었다. 법사를 그만두어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도 박 회장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그런 박 회장의 섬김을 받은 정 성도는 1남전도회에서 섬김부장으로 3년간 회원들을 섬기고 있다.

 

“박 회장님은 정말 믿음으로 살아가시는 분, 또 주님 일에 굉장히 충실한 분입니다. 제게는 참 감사한 분이고요.”(정동섭 성도)

 

 

삶의 참소망, 예수 있어 행복

 

박 회장의 신앙경력은 어느덧 18년에 접어들었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둠이 짙게 드리웠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깃들었다. 주자창에 우두커니 서 있던 그의 자동차는 지금은 전도 차량으로, 또 흰돌산수양관까지 회원들을 태우는 은혜의 셔틀 차량으로 쓰인다. 그의 주머니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홀홀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예전에는 회사 부도로 돈이 없었다면 지금은 회원을 섬기느라 주머니가 가볍다.

 

가족 수도 늘었다. 네 자녀는 모두 결혼해 사위, 며느리, 손주를 포함해 일가족 18명이 안수집사, 여전도회 기관장, 전도부장, 도서출판실장으로 각자 맡은 자리에서 교회를 섬기고 있다. 한 가족이 더 있다. 1남전도회 87명이라는 가족! 1남전도회 대가족을 섬길 때면 어깨가 무겁기는커녕 주님 주신 기쁨으로 어깨춤이 절로 나서 하루하루가 기쁘기만 하다.

 

박우청 회장이 현재의 평안을 누리기까지 수많은 인생 고락이 있었지만 예수 안에 있었기에 그 모두를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삶의 참소망 예수 안에서 그의 남은 생애에 계속 펼쳐질 좌충우돌 전도일지가 기대된다.

/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21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