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전도이야기] 새내기 교사가 쓰는 주일학교 생활일지

등록날짜 [ 2015-04-07 17:02:10 ]

천방지축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이 한 주일을 보내지만

복음 전하는 위대한 사역에 동참하는 기쁨 언제나 넘쳐

 

 

교회에서 차로 40분 거리 경기도 시흥 지역. 그곳에서 올해 열 살 된 아이 열 명 남짓이 주일마다 서울 구로구 궁동 연세중앙교회를 찾아 디모데부(초등3)에서 예배를 드린다. 이들은 대부분 비신자 가정 아이들로 그 곳에 사는 아이들이 전도했다. 이들을 인도하는 이는 올해 대학 2년생인 최유진 교사(21세). 천방지축 아이들을 둥글둥글한 성품과 따뜻한 사랑으로 품는 새내기 교사의 주일학교 일지를 들여다보자.


주일학교 공과시간에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최유진 교사

 

 

이제는 내가 만난 예수를 전해야

 

디모데부는 신입반이 드리는 1부예배(오전 10시 30분), 정회원반이 드리는 2부예배(오후 1시)로 이루어져 있다. 최유진 교사가 맡은 신입 5반(시흥 지역)은 이날 오전에 공과 공부를 하고, 2부예배에 참석했다.

 

“얘들아, 이리 모여라. 밥 먹자~”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릴 시간. 공과 공부를 마친 신입 5반 아이 9명이 디모데부 예배실 옆 휴게실 탁자 주위로 쪼르르 모였다. 남자아이들은 스마트폰 게임 솜씨를 뽐내는 아이 주변에 모여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고, 여자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다. 점심밥 차리랴 아이들 돌보랴 최 교사 홀로 분주하다.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잠시, 어느새 아이들 엉덩이가 씰룩거린다. 최 교사가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아이들은 어느덧 사라진다. 한창 뛰놀기 좋아하는 꼬마 아이들을 한자리에 가만히 붙들어 놓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어느새 디모데부 교사들이 준비한 햄, 달걀말이 같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찬들로 한 상이 차려지고 신입 5반 아이들이 우걱우걱 밥을 먹는다.

“아, 배부르다. 선생님~ 밖에서 놀아도 돼요?”

 

밥을 다 먹은 남자아이들이 또 밖에 나가고 싶어 한다.

최 교사는 오후 1시인 2부예배 시간에 맞춰 적어도 12시 40분까지 꼭 들어오라고 신신당부한다.

 

아침부터 짜증과 톡톡 쏘는 말투 때문에 최 교사에게 훈계를 들은 한 여자아이는 젓가락으로 밥만 쿡쿡 쑤실 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어서 밥 먹어. 그리고 하나님이 다 듣고 계시니 항상 말을 예쁘게 하자.”

조금 나무랐더니 아이가 다시 뾰로통해서 입술을 쭉 내민다.

“아이들이 말을 참 안 듣네요. 휴우~”(최유진 교사)

 

스물한 살의 앳된 교사가 넋두리를 한다. 하지만 2부예배가 시작될 무렵 아이들이 돌아오자 최 교사는 다시 한 아이 한 아이를 예배 자리에 앉히며 아이들이 은혜받는 데 온 신경을 쏟는다.

 

최 교사가 연세중앙교회에 온 지 4년째, 교사 직분을 맡은 지는 햇수로 2년이 됐다. 최 교사는 고2 때, 동아리 선배가 전도해 연세중앙교회에 처음 왔다. 선배가 전도하며 전해 주는 ‘마지막 때’ 이야기에 ‘예수님이 진짜 계신가?’라는 호기심이 들었고, 처음 참석한 예배에서 학생들을 향한 담임목사님의 설교 말씀은 당시 방황하던 최 교사의 마음을 확 끌어당겼다.

 

“예수를 모른 채 방황하면서 세상 친구 따라 세상에 빠졌다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탈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최 교사는 당시 이유 없이 공허했고 모든 일에 지쳐 있었다. 돌파구를 찾고 있던 시기에 들은 하나님 말씀은 최 교사의 심령을 파고들었고,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 처음에는 마음을 달래려고 왔지만 설교 말씀에 은혜받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예수님을 진실로 만나고 싶다!’

바로 다음 주에 있는 하계성회에 참석해 예수를 뜨겁게 만났다. 그 후 고등부에서 친구, 교사들과 아웅다웅 지내며 예수를 알아갔다. 대학부에 올라갈 시기가 되자 그동안 교사들에게 섬김과 은혜를 받았듯이 자신도 다른 이에게 예수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만난 예수를 아이들에게 알려 줘야지.’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기쁨

 

매주 월, 수요일 오후 12시경이면 최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모두 마칠 시간에 맞춰 시흥 지역 초등학교 앞으로 간다. 이번 학기는 아이들을 심방하려고 월, 수요일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게끔 시간표를 짰다. 아이들은 학교 앞에 서 있는 최 교사를 보며 반가워하지만, 교회에 자주 나오지 않는 한 아이는 최 교사를 보자 “꺄~ 몰라요” 하며 도망간다.

 

최 교사가 맡은 반에는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꽤 있다. 혹여 가정 문제로 생긴 상처에 주눅 들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달리 아이들이 나름 밝다. 낮에 부모님이 안 계시니 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놀아 주며 복음을 전한다. 단둘이 깊은 대화를 하며 아이들과 마음을 나눈다.

 

어쩜 저럴까 싶을 정도로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이는 아직 아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는 전화로 “선생님, 언제 와요?”라며 최 교사가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오늘 하루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다정히 물어봐 주면, 아이는 신이 나 조잘조잘 하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되자 “선생님, 벌써 가요?” 하며 아쉬워한다. “미안, 다음에 또 올게.” 아이를 혼자 두고 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최 교사는 심방 가는 날이면 평균 열 가정을 둘러보고 온다. 그날 못 보고 온 아이들이 있으면 그 주 내에 다시 방문하여 어떻게든 꼭 보려 한다.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 주고 싶은 마음에 심방 때마다 디모데부에서 제공하는 학용품을 전해 준다. 생일이면 자비를 털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클레이 점토나 미니어처를 선물한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대학생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자꾸 챙기게 된다.

 

 

아이들 돌보다 보면 자신의 모습도 보여

 

심방하거나 아이들과 문구점에 들를 때면 다른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놓치지 않고 “민수 친구니? 이번에 교회 한 번 오렴. 민수도 다녀~” 하며 전도한다. 학부모님이 소개해 주어 정착한 아이도 있다. 디모데부는 초등3학년 부이지만 신입 5반에는 이렇게 관계전도로 교회에 온 6세 아이와 중1학년생도 있다. 지난해 2명으로 시작한 반이 현재 27명으로 부흥했다. 다만 꾸준히 예배에 참석하는 인원은 6~10명 남짓이어서 올해 시흥 지역반은 ‘잃어버린 영혼 찾아오기’가 목표다.

 

최 교사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섬기다 보면 주님 앞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주님 앞에 투정부리는 제 모습이에요.”

 

아이들이 교사의 마음도 모르고 삐딱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주님께서도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셨는데 그 사실을 모른 채 제 멋대로 살아왔다. 교사를 하면서 확실히 깨달은 점이다. 또 교사를 하며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은 교회에 발길이 끊긴 아이를 두고 간절히 기도하는 중에 어느새 그 아이가 마음을 열고, 환경이 열려 다시 교회에 나오게 됐을 때다. 잃어버린 영혼을 다시 찾는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 교사는 주님께서 기도에 응답해 주실 만한 가치 있는 사람, 보호해 주실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늘 기도한다.

 

“사실 그런 사람이 바로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영혼을 하나님께로 이끌어 주는 자, 그런 자를 하나님께서 더 바라봐 주시고 기뻐하시는 듯해요.”

 

어느덧 예배가 끝나고 간식을 나눠 주는 시간. 점심시간 내내 뾰로통해 있던 여자아이가 어느새 마음이 풀렸는지 최 교사 목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교구 버스에 몸을 싣고 나면 최 교사는 버스 안까지 따라가 한 명 한 명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그러고는 버스에서 내려 버스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든다.

 

영혼 사랑은 곧 주님의 양을 치는 것이라는 최 교사.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아이들을 섬기고, 바른 길로 이끌려는 교사에게서 참된 ‘목자’의 심정이 느껴진다.

 

순간, 아이들을 배웅하는 최 교사의 얼굴에 주님의 모습이 겹쳐진다. 어린 영혼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주님의 모습이.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2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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