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전도이야기] 천국 소망으로 노년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

등록날짜 [ 2015-11-10 12:37:52 ]

80대 회원들이 펼치는 영혼의 때를 향한 여정을 보며
세월이 더할수록 더욱 열정적일 수 있음을 깨닫게 돼


‘노년’이란 무엇인가? 앞을 내다보기를 그치고 뒤를 돌아보는 때가 아닐까. 흔히 ‘노년’을 인생의 끝 무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리스도인의 노년 너머에는 ‘천국’이라는 푯대가 놓여 있다.

여기 천국 소망으로 노년의 때를 더욱 값지게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2여전도회 전도 팀이다.

임봉임 회장(63)과 우명옥(86), 이범순(84), 김순덕.송재분(82), 송점희(80) 회원으로 구성된, 그들의 영혼의 때를 위한 전도 여정을 들여다보자. 


<사진설명> 제2여전도회 전도팀.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범순, 김순덕, 송재분, 송점희, 우명옥 회원, 임봉임 회장.


화.목요일은 ‘전도하는 날’
화요일 오전 11시. 궁동에서 거래처 직원과 점심 약속한 남자 한 명이 연세중앙교회 앞을 지나간다. 그때 ‘영혼의 때를 위하여’라고 쓰인 신문을 건네며 백발 할머니가 말을 건넨다.

“예수 믿으세요? 잠깐 시간 내서 커피 한잔 드시며 복음을 들어 보세요.”

남자는 약속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 듯 전도 부스 안으로 들어간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빠른 손놀림으로 커피를 탄다.

그 옆에서 안경을 쓴 할머니는 출출하지 않느냐며 뜨끈한 고구마와 삶은 달걀을 내놓는다. 곧이어 어르신들의 딸 나이쯤 돼 보이는 여자가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이야기하며 복음을 전한다.

바로 80대 여전도회원과 60대 회장이 팀워크를 이룬 2여전도회의 전도 얘기다. 십여 분간 복음을 듣던 남자는 자신에게 예수를 전하려고 제법 쌀쌀한 날씨에 길거리에서 전도하는 이들의 나이를 묻고는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곧 그 젊음과 선한 인상의 비결을 알게 된 듯 말한다.

“아, 예수 믿어서 이렇게 젊으시군요.”

2여전도회는 매주 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연세중앙교회 리터닝 건물 앞에서 전도한다. 이날에는 절대 다른 약속을 잡지 않는다. 자녀가 집에 한 번 오라고 해도 전도가 우선이다.

섬김을 받기보다 오히려 섬길 것을 찾아
쉴 새 없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전도하는 모습을 보면 팔십 노인 같지 않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의 육신에는 세월의 풍상이 고스란히 내려앉아 있다.

송점희 회원(80)은 무릎과 엉덩이 관절에 통증이 심해 앉을 때면 항상 턱이 있는 높은 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전도할 때만큼은 언제 관절이 아팠냐는 듯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는다.

김순덕 회원(82)은 지난 10월 초, 오른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작은 돌이 눈을 콱콱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는데도 전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범순(84) 회원은 천식과 어지럼증이 심하다. 설상가상으로 10월 중순에는 혹독한 감기 몸살에 걸렸다. 하지만 전도하고 싶어 가장 비싼 영양제 주사를 맞고 전도하러 나왔다.

특히 우명옥(86) 회원은 지난 2월, 뇌경색으로 사경을 헤맸다. 3개월간 딸네 집에서 지내면서 주일예배만 겨우 드렸다. 지금은 건강을 많이 회복해 기도, 예배, 전도 자리에 다시 나오고 있다.

“우명옥 어르신은 몸 상태를 생각하면 아직 전도하실 수 없는 분이에요. 그런데도 전도하러 늘 오셔요.”(임봉임 회장)

우 회원은 팀원들에게 아무 도움이 못 돼 미안하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전도하진 못하지만 뒷자리에서 전도 팀을 위해 끊임없이 중보기도 한다. 이것이 전도 팀에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다.

이들 나이라면 지금쯤 집에서 자식의 효도를 받고, 손주들이 쑥쑥 커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황혼을 편하게 보낼 터다. 그런데 이렇게 노년에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 전도하는 이유가 궁금해 여쭈니 이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성령의 은혜를 받았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보답해야지요.”

오늘 밤 세상을 떠난다 해도 한 명에게라도 복음을 전하고 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올해 초, 2여전도회원 5명과 그들의 가족 3명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엊그제만 해도 같이 밥 먹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웃고 떠들던 식구였다.

노년의 때를 사는 이들은 저 천국에 영원히 살 자신의 집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육신이 있을 때 더욱 충성하고 전도하여 천국에 견고한 자신의 집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로하시고 아프신데도 열심히 신앙생활 하시는 어르신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아요.”(임봉임 회장)

이들은 육신이 아프기에 더욱 기도한다. 힘이 없기에 주님께 기도로 더욱 의지해 전도한다. ‘전 교인 매일 저녁 기도회’, 새벽예배, 교구.지역 기도모임, 주일 기관 기도 모임에 참석해 적게는 하루 2시간, 많게는 6시간 이상 기도하는 이유다.

기도뿐만이 아니다. 성경 읽기에도 열심을 낸다. 4년 전, 딸의 인도로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이범순 회원은 올해 성경을 10독했다. 현재 마태복음을 읽고 있는 이 회원은 해가 지나기 전에 한 번 더 완독할 계획이다.

5년 전에 우리 교회에 와 처음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송재분 회원(82)은 섬김에 열심이다. 길거리 전도 때뿐 아니라 2여전도회 주일 모임에서도 20~30인분의 식후 커피를 담당한다.

이들은 섬김을 받기보다 늘 ‘더 섬길 것이 없나’ 하며 섬길 일을 찾는다.

본향을 향한 여정
세월이 지날수록 삶의 무게는 무거워져 간다. 80여 년간 그 무게를 감당하느라 쌓인 아집과 고집은 때때로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말씀 속에서 진리를 깨닫고 기도 생활을 꾸준히 하면 이런 아집, 고집, 오만, 불손은 어느덧 무너지고 사라진다. 그 덕분에 회장이 심방 가자고 제안하면, 고령의 회원들은 제법 먼 거리인데도 ‘빼는’ 법이 없다. 몸이 아픈 날이면 병원에 다녀온 후, 다른 회원들 심방에 나선다.

“다른 사람도 천국 가야지, 어떻게 나만 천국 가.”(김순덕 회원)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처럼 회원들의 넘치는 열정과 회장의 겸손한 마음이 하나 되어 전도 열매를 맺는다. 2여전도회 전도 팀은 올해 총 16명을 전도했다.

“그동안 열매가 없어 많이 낙담했어요. 하지만 역시 주님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세요. 새 힘 주셔서 늘 감사해요.”(송점희 회원)

회원들이 눈가에 깊게 주름진 웃음을 보이며 말한다. 세상에 있을 때 신앙생활 잘하고 가야 천국에서 하나님 뵈올 때 사랑받는다고. 생애 동안 말씀 따라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행한 것도 모자라, 마지막 호흡까지 하나님께 바치려는 이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본향, 천국을 가슴 깊이 새겨 본다.                                 

손미애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5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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