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전도이야기] 화요일을 기다리는 어느 요양병원

등록날짜 [ 2018-02-28 15:44:10 ]


“죽으면 그만이지.”

고령 환자의 최대 약점은 ‘의욕 상실’. 허공을 응시하는 그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중병 들어 소망이라곤 티끌만큼도 없고 운신조차 힘든 노구에는 모든 것이 성가실 뿐. 재활하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데도 낙망이 마음 문을 닫아버렸다. 이들의 공허한 마음에 소망을 주고,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는 이가 있다. 요양병원 재활치료사 김은 성도다. 13년 차 재활치료사인 그는 환우의 재활을 도울 뿐 아니라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어준다. 때론 가족보다 미더운 이가 되어 준다.

환우들은 재활 치료받을 때 치료사에게 30분간 온전히 몸을 의지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날이 갈수록 마음 문을 열고 자신을 맡긴다. 환우들은 담당 간호사와 친숙해지면 마음 깊숙이 쌓아둔 속내를 봇물 터지듯 쏟아낸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아리는 사연들을 듣다 보면 환우에게 진정한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손을 꼭 잡고 말한다.

“어르신, 저는 예수님을 믿어요. 어르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기도해준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자기도 교회 다니느냐며 반색하는 이도 있지만 역정 내는 이도 많다. 환우의 반응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에 맞게 복음 케어(care)를 한다. 그가 근무하는 C요양병원은 연세중앙교회와 연계돼 있어 우리 교회 신문을 매주 받아보고, 금요일마다 교역자가 방문해 환우들과 예배를 드린다. 재활치료 시간마다 그가 신문 속 은혜로운 사건과 간증을 읽어주면, 귀담아듣는 환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는 ‘날마다 주님과 함께’라는 우리 교회 영상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예배 때 은혜받은 말씀을 더 해 복음을 전한다.


<사진설명> 13년 차 재활치료사 김은 성도가 고령 환우를 정성껏 돌보고 있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환우의 재활을 도울 뿐 아니라 친구로, 때론 가족처럼 대하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주 안에서 참된 자유의 기쁨을 전한다. 동해경 기자

 

여전도회원 모두 한마음 되어

지난해 그가 속한 79여전도회는 매주 화요일 C요양병원 앞에서 전도한다. 함께 전도하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을 아는 여전도회원들이 전도 장소를 옮긴 것이다.

화요일마다 그가 환우에게 “날씨도 좋은데 우리 밖에 나가서 차 한 잔 마실까요? 1층에 제 친구들이 왔는데 같이 나가봐요” 하면 흔쾌히 “어서 나가자”고 재촉한다. 79여전도회원들도 어르신을 반갑게 맞아주며 차와 간식을 대접하고 두 손을 따뜻하게 잡아드리고 안마도 해드린다. 또 환우들이 먹을 간식과 반찬을 전도 모임에 챙겨온다. 손녀같이 살갑게 섬기는 모습에 고령 환우들은 고마워한다.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 날짜도 잊고 사는 그들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싸 오는 정겨운 이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화요일’만큼은 꼭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소소한 기다림과 설렘이 환우들에게 크나큰 활력이 돼 재활치료를 더 열심히 받는다. 조금도 못 움직이던 환자가 호전하는 모습을 보면 동료 간호사들도 깜짝 놀라 김 성도에게 비결이 뭐냐고 물어본다.

진정 품고 사랑하고 섬겨야 할 존재
그가 우리 교회에 온 사연은 각별하다. 2년 전, 친구를 C요양병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만났다. 대학 시절 대학생선교회(CCC)에서 같이 활동했는데 15년 만이었다. 깜짝 놀라 안부를 물었다. “연세중앙교회에 다니고 있어. 신앙생활 잘하고 싶어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했다”는 그 친구는 “얼마 있으면 우리 교회에서 초청잔치를 하는데 와 보겠니?”라고 했다. 너무 궁금했다. 어떤 교회이기에 그 멀리서 이사를 했는지. “그때까지 못 기다리겠어. 이번 주에 당장 가볼게.” 친구를 따라서 온 연세중앙교회에서 애절하게 전하는 설교 말씀을 들었다. 어느새 김 성도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가장 낮고 천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기까지 피조물들을 섬기고 사랑하셨다. 환자들을 겉모습으로 판단했던 자신의 초라한 모습과 겹쳐졌다. 진정 품고 사랑하고 섬겨야 할 존재로 느껴졌다. 그 후 환자를 ‘치료사’가 아닌, 친구로, 때론 가족처럼 대했고, 주님처럼 낮은 자가 돼 사랑하며 섬겼다.

식음을 전폐하고 힘없이 누워 있는 환우를 볼 때면 안타까워 마음에서 방망이질 소리가 요란하다. ‘아, 복음 전해야 하는데…. 저 영혼 저대로 지옥 가면 안 되는데….’

기회가 닿는 대로 손을 잡고 복음 전한다. “예수 믿으셔야 천국 가요.” 손을 뿌리치거나 무섭게 노려보는 환우도 있다. 그래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애절하게 복음 전하다 보면 조금씩 받아들인다.

나만의 전도 노하우
김은 성도는 환우와 대학교 친구, 후배, 친척까지 지난해 12명을 전도했다. 친구, 친척, 지인에게는 담임목사 저서 『날마다 주님과 함께』를 활용해 전도했다. 소식이 뜸한 이들에게는 안부 인사와 함께 『날마다 주님과 함께』 저서에서 해당 날짜에 맞는 페이지를 사진 찍어 전송했다. 자신이 먼저 읽어 은혜로운 말씀에는 밑줄을 그어 눈에 잘 띄게 했다. 그러면 “잘 읽었다”는 답장과 함께 그간의 서먹함을 벗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고 전도로 이어졌다. 전도한 12명 중 6명이 정착해 우리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 하고 있다.

김 성도는 고백한다.
“저를 만나는 모든 이에게 예수 피의 복음과 예수의 특성이 전달되기를 원해요. 저를 만나는 이들이 스쳐 가는 자들이 아닌, 예수 안에 복된 인연이 되어 그들이 예수를 만나 뜨겁게 구원의 기쁨을 누리기를 원합니다. 나는 죽고 내 안에 성령님만 나를 통해 일하시기를 늘 기도하며 주님 주신 전도 사명 넉넉히 감당하기를 기도합니다.”

환우를 주님 앞으로 인도한 복음 전도자 김은 성도. 그의 구령 열정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주안에서 참된 자유의 기쁨을 전한다. 영혼 치료사 김은 성도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 모든 일을 하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동해경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6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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