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시대의 거울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글로 쓰여진 소설을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사실에 기초를 두어 제작하기도 하고, 충분히 현실 속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허구로 제작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때론 영상의 묘미에 취해 아무런 여과없이 영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허구의 상황인데도 현실인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관계자들이 관객의 이러한 심리를 모를 리 없으며 교묘히 이것을 이용한다는 것도 알아야한다.
사학법 재개정이 한창였던 2005년과 사학법이 통과된 2006년 무렵, 두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공공의적2>와 <투사부일체>.
<공공의적2>는 2005년 1월에 개봉되었으며, <투사부일체>는 사학법이 통과된 2005년 12월 후 한 달이 지난 2006년 1월에 개봉되었다.
두 영화 모두 속편으로 원작의 인기를 힘입어 제작된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두 영화는 악랄한 학교 재단 이사장의 악행과 이를 막으려는 정의의 사도(?)들의 갈등이 주된 스토리다.
두 영화 모두 100만명 이상의 관객 동원을 이루기도 했다. 특히 <투사부일체>는 그 내용상의 허접함(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에도 불구하고 610만명의 관객이 관람하기도 했다.
왜 하필이면 당시의 상황에서 이런 영화가 개봉되었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영화 그대로만 본다면 재단 이사장들은 악의 우두머리 격이다. 이를 본 학생들은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자신의 학교 재단 이사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투사부일체>는 참으로 한탄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려고 했다하더라도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 순간만큼이라도 깡패를 학교 선생님보다 더 의리 있는 사람으로 취급했을 것이다. ‘깡패는 겉으로 무식해 보일지라도 그 심성은 착하다.’ ‘학교 선생들은 겉으로 선한 척해도 그 마음은 기회주의자들이다’ 이런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학교 선생님을 자신의 최대 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이 영화가 통쾌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코미디로 웃고 넘기기에는 가슴 한 켠에 너무도 답답한 구석이 있다. ‘이래선 안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래선 안되는데….’
<투사부일체> 개봉 이후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투사부일체>와 <공공의 적2>가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정권의‘정치적 장치’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크게 근거 있는 말은 아니다.
전여옥 의원이 얘기한 것처럼 정치적 장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영화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흥행을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류의 영화가 흥행되는 것에 사회 전반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과없이 오로지 웃기기만을 바라는 영화 제작자는 학생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어 사회 전반적으로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관객들 역시도 이런 영상의 장난(?)에 속아서는 안된다. 영화를 단지 눈요깃거리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파급효과도 분명히 생각할 줄 아는 수준있는 관객이 되어야할 것이다. 상업적 영화라 할지라도 반교훈적인 영화는 반드시 지양해야 함은 마땅한 일이 아닌가.
위 글은 교회신문 <11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