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영화 속에 비친 그리스도인

등록날짜 [ 2007-11-06 17:31:33 ]


영화 <밀양>은 2007년 칸느영화제에서 주연 전도연(신애 역)이 여주연상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남편을 잃은 젊은 여성이 외아들과 같이 남편의 고향인 밀양(密陽, Secret Sunshine)에 내려와서 사는데 유괴범에 의하여 외아들을 잃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 여인은 기독교의 복음을 듣고 교회에 나가서 하나님을 받아들이고 마음에 평안을 얻어 아들의 살해범을 용서하게 된다. 진정한 용서를 실천하기 위하여 교도소에서 복역 중에 있는 살해범을 찾아가서 하나님의 용서를 전하고자 한다. 그런데 살해범은 “나도 교도소에서 복음을 듣고 하나님의 용서를 이미 받았다. 내 마음도 평안하다”고 말한다. 여인은, 용서는 피해자인 자기가 해야 하는데 하나님이 먼저 용서하였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한다.
그리하여 피해자인 이 여인은 기독교의 용서에 대하여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된다. 결국 정신이상까지 일으켜 정신병원에 들어가 치료를 받은 후에 비로소 퇴원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영화의 내용이 어떻고, 주연 배우의 연기가 어떻다는 말은 주제넘게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몇 가지 부정적인 요소를 소재로 이것이 기독교의 전부인양 그리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가 되고, 기분이 좋지(?) 않은 점은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기독교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다.
감독이 아무리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화에 나오는 신앙인 모두가 하나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의 온상으로 그려져 있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기독교인은 겉으로만 신령한 척하는 기회주의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감독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기독교의 신앙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집중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진정으로 거듭난 신자들은 자신의 죄를 하나님 앞에 고백하며,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아래로는 이웃을 사랑하게 된다. 결코 자신의 죄를 하나님에게만 용서받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마태복음 5장 23~24절에는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 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고 했다.
유괴범이 자신의 죄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결단코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다. 설령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의 죄를 용서하셨다 하더라도 이웃과 화목하기 위해 유괴범은 여인에게 용서를 빌었어야 했다.
이 점이 감독이 기독교를 오해한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앙생활은 끊임없이 자신의 죄를 하나님 앞에서 찾아 이를 회개함으로 용서를 받는 과정이다. 또한 이웃과 화목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오해가 있다면 반드시 이를 바로잡고,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결단코 신앙인은 자신만을 위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생활해서도 안된다. 물론 인간이기에 때로는 이기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신앙인이 자신의 죄성 때문에 늘 무릎을 꿇고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며 이웃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왜 이런 진실한 부분에 대해 단 한 장면도 나타내 주지 않았는지 진실로 아쉬울 따름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12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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