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과학이 우리의 구세주인가

등록날짜 [ 2008-05-14 13:49:22 ]

인디펜던스데이(Independence Day)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1996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H.G 웰스의 고전 SF 소설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을 리메이크 한 것으로, 이미 1953년에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다. 둘 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내용은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 1953년 ‘우주 전쟁’에서는 외계인을 대항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무기가 다 파괴되자 사람들은 하나님을 의지하였고, 그 응답으로 외계인들이 지구의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갑자기 죽어버린다. 이 영화는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실패했다”는 해설과 함께 사람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현대판 “인디펜던스데이”는 전혀 다르다. 외계인 침공이라는 동일한 위기상황에서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구원은 고도로 발달된 군사기술을 배치하면서 이루어진다. 미국의 대통령이 직접 탄 전투기 편대가 폭탄을 투하함으로 외계인들을 날려 보내고 세계를 구한다. 두 영화를 통해 불과 몇 십년 사이에 미국인의 생각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인간 구원의 주체가 신이 아닌 인간의 과학기술이라는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진화론의 망령

역사적으로 볼 때, 많은 서구의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이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믿었다. 과학기술로 이루는 유토피아사상 역시 다윈의 진화론을 그 바탕으로 한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무한한 진화의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전과학의 발달은 새로운 진화, 즉 ‘초유전자’를 개발하여 초지능이나 초능력을 가진 사람만을 선택적으로 만들어 더 완벽한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유전학적으로 다시 만들려는 시도는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혀 불가능의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렇지만 진화론의 망령은 떠나지 않았다. 다른 은하계로 방향을 살짝 바꾼다. 이 지구는 공해, 전쟁, 질병으로 멍들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지금보다 높은 단계로 진화하기도 전에 스스로 멸망할 것이며, 인간 구원의 유일한 희망을 우주 안의 다른 존재들, 이미 우리보다 더 높은 단계로 성공적으로 진화했을 외계문명과 연계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발전시킨다. UFO 추종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첨단 과학의 현주소이다.

외계인의 손에 맡긴 인간구원

이 이론은 미 항공 우주국(NASA)에 의해 '외계 지능탐지'(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하였는데, 이 연구의 목적은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는 것이다. NASA는 매년 1,00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을 이 프로젝트에 쏟아 붓고 있으며, 외계에서 지적 생명체가 보내올지도 모를 전파 신호를 찾아내려고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1초에 2800만 개의 주파수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구에 전달되는 그 어떤 신호도 놓치지 않고 계속 들여다보고 있지만 아직 단 하나의 메시지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주 속에서 발견될 다른 문명이 우리가 어떤 존재로 진화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진화해 갈 것인지를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원관은 한때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고등교육을 받은 39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몸은 이 땅에 남겨둔 채, 영혼이 혜성을 만나 '인간 이상의 단계’로 이사하겠다며 알코올과 마약의 칵테일을 마시고 집단 자살한 “헤븐스게이트(Heaven's gate)”의 광신자들과 다를 게 없다. 과학기술에 대한 잘못된 맹신이 인간을 이렇게 허무한 것에 굴복시키고 있다. 과학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탐구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져야 한다. 인간을 우주의 미아와 탕자로 몰아내버리는 타락한 도구로 쓰여서야 되겠는가?

위 글은 교회신문 <13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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