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서울시향과 함께 우리 교회를 다시 방문하였다.
그는 우리에게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대표작 세헤라자데를 선사하였다. 작곡가 이름도 작품 이름도 조금은 어렵고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음악을 들으면서 누구나 ‘아! 이 음악!’ 하고 그 선율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국민요정으로 주목받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유명세를 타는 곡이고, 멀리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 곡의 첫 부분은 어린 시절 만화영화 ‘스머프’에서 ‘가가멜’이 등장할 때 삽입되었던 곡이다. 이렇게 이 곡은 어려운 작곡가 이름과 작품 이름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친숙한 음악이다.
이번 호엔 정명훈 씨와 서울시향의 역사적인 두 번째 방문연주를 기념할 겸,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와 그의 세헤라자데에 대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겠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러시아 사람이다. 그의 집안 내력 중 특이한 점은 해군이 많다는 것이고 그 또한 12세 때인 1856년에 페테르부르크의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이후 6년간 거기서 보냈으며 그 후로도 해군 사관으로도 일했다. 바다를 헤치며 겪었던 이때의 무수한 경험은 그의 생애를 통해 음악으로 재창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신밧드의 배와 바다를 그린 세헤라자데의 1번 곡, 또 4번 곡에서의 배가 침몰하는 장면을 음악적으로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을 우리는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수많은 금관 악기와 타악기의 사용은 언뜻 듣기에 군악대가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것도 그의 군대생활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음악과 아무 상관없을 듯한 해군생활이지만 만약 그가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세헤라자데와 같은 명곡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무소르그스키, 발라키예프, 큐이, 보로딘과 더불어 러시아 민족음악 5인조의 한 멤버로서 당시 황량한 러시아 음악계에 등불 같은 역할을 하였다. 그가 쓴 관현악법에 관한 책은 당시 러시아에서뿐 아니라 지금도 유럽과 세계 각지에서 번역되어 관현악법의 교과서처럼 쓰이고 있다.
교향적 모음곡 세헤라자데는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세헤라자데는 방대한 이야기의 첫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대강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아내의 부정에 분노했던 샤리아르 왕은 밤마다 처녀를 불러들여 동침하고 이튿날 죽여버리곤 했다. 그렇게 해서 불려 들어간 처녀 중 한 사람이 세헤라자데였다.
이 여인은 음악에서 바이올린의 가냘픈 독주로 묘사되어 있다. 세헤라자데는 샤리아르 왕에게 이야기로 즐거움을 안겨줌으로써 죽음을 모면해 나갈 궁리를 짜냈다. 그녀는 원래 대단한 독서가였기 때문에 각국 왕들의 전설이나 민족의 역사 등에 정통해 있었다. 게다가 이야기를 재미나게 엮어내는 재주가 뛰어나 왕은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루 저녁 이야기가 끝나면 어느새 다음날 저녁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세헤라자데는 목숨을 부지해가며 천일 동안 낮과 밤을 계속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중 4가지의 이야기를 골라 4악장의 교향적 모음곡 세헤라자데라 하였다. 교향곡이라 하지 않고 교향적 모음곡이라 한 것은 특별한 이유에서라기보다 교향곡이라는 서양음악에서의 절대적 장르를 피하고, 더 환상적이고 자유로운 음악적 표현이 깃들었기에 교향적 모음곡이라 한 것 같다.
제1악장 바다와 신밧드의 배, 제2악장 칼렌다르 왕자의 이야기, 제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제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바다-난파 등으로 이뤄진 세헤라자데. 생각보다 쉬운 곡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곡도 있지만 알고 보면 우리와 가까이 있는 곡이고 그 내용도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것들이다. 이제 위에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세헤라자데의 선율을 만끽해보라.
위 글은 교회신문 <15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