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이 마에스트리 정기 연주회

등록날짜 [ 2009-09-12 10:57:42 ]


지난 7월 10일(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마에스트리’(I Maestri)의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음악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사람들로 콘서트홀이 가득 메워졌다.
힘이 넘치는 30~40대의 남성 성악가 60인으로 구성된 ‘이 마에스트리’는 60여 회의 국제 콩쿠르 입상, 10여 개 외국 도시 유학, 수백 편의 오페라 출연 경력 등으로 한국 성악의 권위를 높여주고 있다. 이들 중에는 우리 교회 테너 박현재 교수와(글로리아 성가대 지휘자) 테너 정현수 교수가 소속돼 있다.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장인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 마에스트리’의 단원들은 모두 대학 강단에서 성악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흔히 전문가들은 성악인들이 융합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기지만 이날 공연에서 이 마에스트리가 보여준 화합과 호흡은 속설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두 남성 성악가가 피아노 두 대를 맞붙여 놓고 노래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끌어당겨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연은 ‘오페라’와 ‘민요’라는 동·서양의 각기 다른 축으로 구성되었다. 다른 듯 보이는 두 장르는 공통점이 있다. 오페라가 처음에는 귀족의 향유물이었으나 후기에는 대중 오페라로 발전한 것처럼, 우리 민족의 삶과 희로애락을 담은 민요 역시 그렇다.
처음 연주된 베르디의 ‘리골레토 판타지’는 오페라의 요소를 재배치하여 남성 성악가들만의 독특함을 더한 갈라 콘서트 형태로 연주되었다. 리골레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리마돈나 질다의 아리아 ‘사랑스러운 그 이름’(Caro nome)은 플루티스트 이지영(협성대 교수) 씨가 연주해 새로운 감흥을 주었다.
2부 한국민요 마당에서는 우리 민요 ‘농부가’와 ‘방아타령’이 연주됐다. 대부분 서양음악 위주의 연주회가 주를 이루는 요즘, 연주 회장을 찾은 청중들은 신선한 퓨전 음악의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작곡가 진규영(전 영남대 음대학장, 현 작곡가협회 회장) 씨가 칸타타 형식으로 새롭게 작·편곡한 곡으로, 민요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한여름 밤 서울 시민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준 이 마에스트리의 공연은 최근 외국 공연의 대성공으로 더욱 호평받고 있다. 2008년 7월 일본이 자랑하는 산토리홀에서의 공연, 12월 오사카 초청 공연 그리고 2009년 7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호드카에서의 두 차례 초청 공연 등 모든 공연에서 수백여 관객이 기립해 환호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합창한 리스트·모차르트·레하르 등의 오페라는 본고장 청중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창단 취지처럼, 앞으로도 모두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감동의 음악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한국 성악가의 위상을 드높여주길 기대해본다.

위 글은 교회신문 <16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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