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해운대'는 과거의 할리우드가 그랬듯,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영화계가 어렵게 찾아낸 탈출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지금의 한국영화가 겪고 있는 위기는 결국 '규모의 논리'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발상에서 나온듯 싶은데, 이 같은 첫 도전의 성공 여부는 기존의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에 친숙한 한국 관객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에 달려 있다.
영화 내용은 나쁘지 않다.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관객들을 의식해 연인의 애절한 사랑, 헤어진 부부의 끈끈한 가족애, 홀어머니의 애타는 모정 등을 두루 그리면서 관객들의 눈물샘 자극에 주력하고 아기자기한 웃음을 곁들인다.무엇보다 ‘해운대’의 이야기가 기존의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이 없기 때문이다.이 모든 게 액션이 아닌 감정의 카타르시스에 주력하겠다는 감독의 영리한 의도로 풀이된다.
재난의 경고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박중훈 분) 박사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이 5년전 발생했던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흡사하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대한민국도 쓰나미에 안전하지 않다고 수차례 강조하지만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난 방재청은 지질학적 통계적으로 쓰나미가 한반도를 덮칠 확률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 순간에도 바다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해가고, 마침내 김휘 박사의 주장대로 일본 대마도가 내려 앉으면서 초대형 쓰나미가 생성된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는 수백만의 휴가철 인파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부산 시민들, 그리고 이제 막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만식과 연희를 향해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의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데….
재난 영화라는 타이틀 속에 가족의 소중함을 부각시켜주는 따뜻한 이야기와 감동, 웃음, 눈물까지 녹아 있어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마지막을 위해 준비해야
재난 영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체로 공통된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반드시 그 재난을 경고하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무시한다. 의로운(?) 소수의 사람들만이 재난에 대비하여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하지만 재난은 반드시 닥치고야 만다.
그런 연후에는 반드시 후회하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이 마지막으로 이뤄진다. 꼭 재난이 온 후에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미래를 대비한다. 이것은 노아의 방주 사건 때부터 내려오는 재난의 사이클이며,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재난의 코스(?)다.
창세기부터 경고해 온 재난을 늘 우리는 회피하고, 외면해왔기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도 외면했고, 이 땅에 다시 오실 예수님도 회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태풍과 쓰나미는 이 세상의 일부만을 제어할지 모르지만 이 땅에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에는 세상의 모든 곳에서 심판이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마지막 재난(?)을 위해 우리가 준비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늘 재난을 대비하라고 외치는 광야의 소리와 같은 선지자의 목소리를 듣는 자가 마지막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선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나는 의로운 소수인가. 아니면 외면하고 회피하는 다수의 일부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위 글은 교회신문 <16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