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에서는 시온 성가대 지휘자 윤승업이 지휘를 맡은 ‘돈 죠반니(Don Giovanni)’가 경희대 60주년 창립축하행사로, 경희대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의 연주로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4회에 걸쳐 공연되었다. 오페라 ‘돈 죠반니’는 섬세한 인물 묘사가 어렵기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 않을뿐더러, 오페라 연주곡에 많은 비중을 두는 작품이다. 짧은 기간 준비했지만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여유를 보여주는 윤승업 지휘자의 모습에 많은 기대가 됐다.
‘돈 죠반니’는 모짜르트(W.A.Mozart)가 작곡한 2막으로 구성된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는 에스파냐의 호색 귀족 돈 죠반니(돈 후안)를 주인공으로 하였다. 돈 죠반니는 사랑의 편력을 하던 중, 돈나 안나에게 추근거리다 그녀의 아버지 기사장(騎士長)의 질책을 받고 결투 끝에 그를 찔러 죽인다.
그 후에도 시골 처녀 체를리나를 유혹하는 등 못된 짓을 계속하던 그는 묘지에서 자신이 죽인 기사장의 석상(石像)에게 만찬 초대를 한다. 그날 밤 집으로 찾아온 석상을 보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던 돈 죠반니는 마침내 업화(業火)에 싸여 지옥으로 떨어진다.
‘돈 죠반니’는 공연 포스터에서부터 극의 내용을 암시한다. 여러 켤레의 하이힐 구두에 둘러싸인 남성 구두. 매끈하고 세련된 구두는 여성 하이힐을 거만한 듯 쳐다보며 서있다. 하이힐의 모양은 각각 다르지만 그 색은 흑백의 같은 색으로, 어떠한 여자를 보더라도 와인과 다를 바 없이 취급하며, 즐기고 버리는 돈 죠반니의 시선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하다.
공연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이야기의 문을 여는 서곡과 함께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며 시작한다. 배우들의 위트 넘치는 연기와 아름다운 목소리의 화음은 오페라에 대한 문외한도 마음이 끌리게 한다.
‘돈 죠반니’의 개인 테마곡과 사랑의 밀어를 속삭일 때 흐르는 간드러지는 연주들 또한 매력적이다. 절정 부분에서 웅장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것, 배우들과 완벽한 호흡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 등 윤승업 지휘자의 리드는 오페라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너무나 달콤하게 시작되지만 그 끝은 쓴맛일거야.” 극 중 체를리나의 말처럼 ‘돈 죠반니’에서는 인간 내면의 욕망과 그 허망함을 그린다. 이것의 끝이 파멸인지 알고 있지만, 달콤한 욕망에 지고 마는 우리의 약함이 극 중 많은 인물들을 통해 드러난다. 극의 마지막, 기사장은 돈 죠반니에게 회개할 것을 여러 번 요구하지만, 돈 죠반니는 그것마저도 무시하고 듣지 않는다. 여러 번 회개할 것을 간청하던 기사장은 “이제 그의 시간이 다 되었다”고 말하고, 돈 죠반니는 죄에 합당한 처벌을 지옥불 속에서 맞이한다.
돈 죠반니를 증오하면서도 그 처지를 불쌍하게 여겼던 기사장의 심정으로, 지휘자도 이 부분에서는 더욱 애절한 마음으로 연주하였다. 결국 붉은 빛이 도는 지옥이 연출되며 오페라도 끝을 맺는다.
돈 죠반니가 회심하기를 간청했던 기사장의 심정처럼, 우리 주님께서도 한 영혼이라도 더 주님께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계실 것이다. 오페라의 대단원 가운데 은혜로운 메시지를 받으며 돌아오는 포근한 밤이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7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