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02-01 14:34:17 ]
현대 추상화나 설치미술은 일반인이 감상하기 난해해
설명서 등을 참조해 작품 의도 알면 좀 더 이해가 빨라
이미정 권사 | 서양화가 · 제20여전도회
화가인 나는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많은 관람객이 나의 작품을 감상해줄 때 뿌듯함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 그림의 소재는 대부분 꽃이며 그 내면엔 기독신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나의 신앙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감상하면 더욱 풍만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관람객은 전시회에 와서 화가들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할까 고민하기도 한다.
작품 의도 알아야
인상파시대나 그 이전의 그림들은 대부분 자연이나 사물, 사람을 그대로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감상자가 눈에 보이는 그대로 감상하면 된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모든 작품의 장르는 자연을 묘사하는 것을 그만두고 인간의 내부 세계에 눈을 돌리면서 추상미술, 전위예술, 비디오.미디어.팝 아트, 설치 등 표현방법이나 표현매체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현대미술 작가들은 각양각색의 주제와 재료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대로 작품을 감상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아무렇게나 물감을 흩뿌린 듯한 그림, 캠퍼스 전체를 검은색으로 칠한 그림을 보았을 때 우리의 고개는 갸웃거려지고 제목이 ‘무제’이거나 ‘작품 번호 19’라고만 적혀 있을 때는 더욱 난감해진다. 이처럼 근.현대 미술작품들은 결코 우리에게 솔직하고 자세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에 쉽게 감상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미술작품에서 작품 의도와 주제는 감상자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기에 감상하기에 앞서 팸플릿에 있는 작가 노트나 평론가가 쓴 글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작가에게 직접 그림 설명을 듣고 감상하면 이해가 훨씬 빠르다. 작가의 설명을 통해 어떤 생각과 어떤 주제로 표현했으며 선, 색채, 공간, 재료 등을 왜 그것으로 선택했는지,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그 작가의 특징과 함께 알면 그림감상이 더욱 재미있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닫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적인 눈으로 감상해 은혜롭고 풍성한 삶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은 감상방법인 것 같다.
<사진설명>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은 A에서 D로 추상화되었다. 이를 알면 작품감상이 쉬워진다.
알고 보면 쉬운 추상미술의 세계
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초기작품은 사실화가 주를 이룬다. 거장들도 사실화에서부터 시작해 사실물을 분석하고 단순화시키면서 추상화로 발전시킨다. 그 대표적인 예로 몬드리안을 들 수 있다. 그가 그린 ‘나무’ 연작을 보면 사실적 회화에서 추상적인 회화로 변해가는 과정이 분명히 드러난다.
A 작품에서는 두터운 밑동과 나뭇가지가 뻗어 있는 모습을 통해 나무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B 작품 속의 나무는 점점 단순화되어 가고 거미줄 같은 선으로 분해해 거의 알아볼 수 없게 그려 놓았다. C 작품에서는 수평과 수직의 선만 남아 있을 뿐, 나무라는 것을 전혀 알아볼 수 없다. 마지막 D 작품은 이러한 단순화 과정을 거쳐 몬드리안만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A 작품만을 감상할 때는 그저 한 그루의 나무로만 인식하며 수동적으로 감상하게 되지만 D 작품을 감상할 때는 빨간색과 파란색, 노란색을 보며 더 많은 것들을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모든 물체의 기본이 되는 선과 그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 이것이 몬드리안만의 특징적인 작품세계이다. 즉 작가는 단순히 나무라는 형체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갖는 특성을 통해 그 의미와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그림의 붉은색과 노란색을 보면서 가을날 풍성히 덮인 낙엽을, 흰색을 보면서 겨울날 앙상한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떠올렸다. 그리고 파란색은 여름의 시원한 바다와 푸르른 녹음을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감상자는 작가와 다른 입장이 되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7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