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작곡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등록날짜 [ 2010-04-05 08:33:17 ]

누구나 들리지 않는 선율 표현할 창작의 재능 있어
어릴 적부터 자유롭게 음악 읊조리는 환경 만들어야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듯, 잡히지 않는 생각을 글로 쓰듯, 누구나 내면에서 읊조리는 것을 악보로 표현할 수 있다.

어릴 적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읽을 때의 일이다.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를 심어 키워서 흥부가 박을 탈 때 ‘슬근슬근 톱질하세’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읽으며 나도 모르게 속에서 음률을 붙여 읽었다. 한참 후에 ‘흥부놀부전’을 TV에서 보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슬근슬근 톱질하세’가 내가 생각하던 그 선율과 같아서 짐짓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 『이 책을 세 번만 읽으면 누구나 작곡을 할 수 있다』는 책을 서점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 사실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누구나 작곡을 할 수 있다. 마음속에 어떠한 선율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가끔 아이들이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에 엄마들이 자기 아이가 천재인 줄 알고 놀라는 일도 있다. 놀랄 일도 아닌 것이 아이들은 모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천재이다.

각 노랫말마다 적당한 멜로디 있어
수많은 작곡가가 수많은 곡을 세상에 내놓았다. 특히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것보다 더 했었던 것 같다. 어떠한 노랫말에도 가장 적당한 멜로디는 분명히 있다. 수많은 작곡가가 수많은 곡을 남겼지만 우리에게 알려져 불리는 노래는 쓰인 곡에 비하면 우스울 만큼 적다. 소위 음악적인 공감대가 형성이 될 때-‘슬근슬근 톱질하세’에 붙인 멜로디가 서로 동일할 때 느끼는 것과 같은-노래의 생명력은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슈베르트는 19세기 초 3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낭만파 작곡가로 ‘가곡의 왕’으로 불린다. 이 짧은 세월을 사는 동안 너무도 많은 곡을 썼는데 그중에서도 가곡을 600여 곡이나 남겼다.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노래 한 곡을 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 곡이 끝나면 바로 또 다음 곡을 썼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슈베르트의 가곡으로는 ‘숭어’, ‘보리수’, ‘마왕’ 등이 있다. 그의 선율은 그 가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자연발생적인 선율이라 할 수 있다. 말하는 것을 조금 도와 노래를 만든 듯한 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지금까지도 불리우고 있다.

자유롭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잡히지 않는 생각을 글로 쓰고, 들리지 않는 노래를 풀어내려가는 창작의 아름다움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신성이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내면의 귀에 귀를 기울여보자. 말씀을 묵상할 때 말씀 속에 묻어나오는 선율을 느껴보자. 기도할 때 내 속에 있는 찬양의 선율을 들어보자. 어디에서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소리가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사 속에 남아있는 바흐의 찬양에서부터 헨델과 하이든, 멘델스존, 브루크너와 메씨앙에 이르기까지 이 영혼의 울림을 받아 적은 자들이 진정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다. 음악적인 영감을 그대로 적어 곡을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텅 빈 도화지에서 그림을 시작할 때처럼 막막한 심정으로 시작하지만 묵묵히 붓을 들고 그릴 때 도달하는 완성의 기쁨처럼 그러하다.

요즈음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악기 하나 정도는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개인 레슨은 못 받는다 하더라도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학교나 교회에서 악기를 대할 수 있다.

이왕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거든 이 이야기도 함께 해 주자. 작곡은 작곡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훨씬 더 자유로운 마음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듯, 글짓기를 하듯 노래를 짓게 하자. 물론 작곡법은 꽤 엄격한 학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학문에 맞는 음악을 강요할 자는 없다.

자유롭게 음악을 읊어 보자. 새 노래로 주님을 찬양하자. 매일 아침 나만의 노래로 찬양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림은 어떤가.

위 글은 교회신문 <18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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