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제자들의 심리 묘사 탁월 <최후의 만찬>

등록날짜 [ 2010-05-18 10:04:46 ]

한 사람 한 사람의 인물과 성격에 맞게 표현
자리 배치 등을 통해 ‘삼위일체 하나님’ 묘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세 개의 창과 예수를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특별한 장치를 통하지 않고서도 적절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그 탁월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명화 <최후의 만찬>은 르네상스의 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 성당에 그린 벽화로서(1493~1497년, 421×910㎝)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성화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르네상스는 중세의 신 중심의 세계관을 극복하고 인간 중심적이고 현세적인 문화를 탄생시켰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르네상스 미술이 완전히 종교적 주제를 버리고 세속화된 것은 아니었다.

세 개의 창과 예수의 배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그릴 당시에 실제로 수도사들의 식탁에 놓이던 식기와 식탁보 등을 모델로 삼았고 이 그림의 공간이 실제 건물 공간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묘사되어 현실감을 더했다.

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를 중심으로 좌우 6명씩 제자를 대칭으로 배치하면서도 3명씩 4개의 그룹으로 무리를 짓고 서로 다른 포즈와 손동작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 놓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등장인물이 모두 13명이라는 기본적인 정보를 두어 이 그림이 예수께서 그의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나누는 장면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레오나르도는 당시 예수의 머리에 후광을 그려 넣어 그의 신성을 나타내려 했던 중세의 관례를 따르지 않고 건물 구조를 통해 삼위일체의 상징으로 보이는 세 개의 창을 열어두고 그 가운데 예수를 배치함으로써 자연적인 후광을 통해 예수를 특별한 존재로서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게 했다. 이렇듯 레오나르도는 소박하고 자연스런 방식으로 예수의 신성을 보존해 놓았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께서 마지막 만찬을 통해 그의 살과 피를 통한 구원의 약속을 선포하신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이 그림의 주제는 그것에 있지 않았다. 기존의 성화와는 달리 레오나르도는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자신을 배반할 것이라는 예수의 말을 들은 제자들의 긴장된 다양한 반응을 그리고 있다.

레오나르도는 복음서에 나타난 각 제자의 인물과 성격대로 그에 걸맞은 표정과 몸짓을 결정하여 등장인물들의 배역을 부여했다. 예수의 왼편 가장 가까운 곳에는 제자 요한을 배치하여 예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음을 나타냈고 그 곁에 성격 급한 베드로가 배신자가 누구인지를 귓속말로 물어보려는 듯한 몸동작을 취하고 있다. 또한 재정을 담당했던 유다에게는 돈주머니를 움켜쥐게 함으로써 그가 예수를 팔자 임을 암시하는 등 제자들의 특성에 맞는 성격묘사가 탁월하다.

그가 남긴 또 하나의 명작 <모나리자>와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듯 사람의 모습을 묘사하여 인간미를 드러내는 것이 당시 르네상스 시대의 한 특징이었는데, 레오나르도가 기존 성화의 주제를 벗어나 유다의 배반을 주제로 삼은 이유 역시 그가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제자마다 개성 부각
현실생활의 공허함을 주장했던 중세와는 달리, 르네상스 시대는 현세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긍정하였고 그 결과 잊혔던 인간과 자연을 발견하여 인간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과학적 정신이 생겨났다. 레오나르도는 13명을 각기 개성 있는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했으며 관람자로 하여금 그들의 표정과 동작에서 다양한 심리상태를 살필 수 있게 했다. 유다의 배반이라는 주제는 그가 부단히 관찰하며 연구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표정을 표현하기에 적절했던 것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분열의 시대였고 페스트와 말라리아로 인해 암울했던 시대였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물론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갈릴레이와 같은 문화, 예술, 과학 분야에 빛나는 성취를 이루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9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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