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영화 ‘피아니스트’에 흐르는 쇼팽 곡

등록날짜 [ 2010-07-27 07:47:44 ]

폴란드 슬픈 역사를 음악으로 공감


영화 ‘피아니스트’는 폴란드의 전설적인 인물 슈필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영화 전반에는 쇼팽의 피아노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폴란드 하면 생각나는 두 인물이 있다. 히틀러와 쇼팽, 지독히도 유대인을 싫어한 히틀러와 조국 폴란드를 몹시도 사랑한 쇼팽과 그의 음악. 완벽하게 상반된 두 인물이 교차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

나는 이 영화 피아니스트를 독일 유학시절 언어공부를 위해 관람했다. 영화를 본 후, 한 달가량 그 감동에 젖어 음악공부에 더 정열을 쏟던 일을 기억한다. 당시에 영화 주인공인 폴란드 피아니스트인 슈필만(Wladyslaw Szpilman 1911~2000)에 폭발적인 관심이 일어나서 그 당시 사사하던 폴란드 태생 선생님에게 마구 졸라대어 음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슈필만의 쇼팽 연주곡 CD까지 얻어낼 정도로 그 영화는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이 영화는 폴란스키가 쓴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영화 내용은 폴란드 태생의 실존 피아니스트가 실제로 겪은 참혹한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1939년 독일군이 폴란드 바르샤바를 침공하면서 유대인 대학살(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1933년부터 2차 대전 종결까지 당시 유럽에 살던 유대인의 80%인 575만 명이 학살당하였다)을 보고 경험하며 그 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어느 피아니스트(슈필만)의 이야기다.

인간의 처절한 모습 속에 끝까지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며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쇼팽 피아노곡이 주를 이룬다. 그 중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쇼팽의 세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곡
영화 첫 장면과 끝 장면에 쇼팽의 피아노 녹턴 20번 c#minor가 등장한다. 녹턴은 다른 말로 야상곡(夜想曲)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악곡의 한 장르다. 음악적으로 매우 표현력과 호소력이 있으며 분산 화음을 많이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쇼팽이 죽은 후 발견된 이 녹턴은 따로 유작(遺作)으로 불리는데, 이 영화 OST로 사용됐다. 최근엔 이 녹턴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많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회에서 앙코르곡으로 연주한다.

이 영화 클라이맥스라 할 극적인 장면에 또 다른 쇼팽 곡이 등장한다. 피아니스트가 오랫동안 굶주려 음식을 찾아 헤매다 피해가 작은 저택에 들어갔다가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어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는데, 이때 쇼팽 대표작인 발라드 1번 g-minor 작품번호 23번을 연주한다. 이 곡은 나도 개인적으로 연세중앙교회에서 연주한 바 있는데, 사실 피아니스트를 보고 난 후 쇼팽 연주곡 중 나의 18번이 된 곡이다. 비록 영화이기에 약간의 허구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전쟁 탓에 피아노 연습을 하지 못한 손가락으로 쇼팽의 발라드를 불꽃과 같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로 하여금 현재 삶의 모습에 감사하며 한편으로 알 수 없는 미안함이 가슴에 가득 찼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안단테 스피아나토 화려한 그랜드 폴로네이즈 Eb장조 작품번호 22번이다. 영화 중간에 은신처에 놓여 있는 피아노를 칠 수가 없어 손가락을 건반 위 허공에 대고 연습하는 장면, 영화 끝에 내레이션과 함께 슈필만이 전쟁 이후에 그의 활발한 연주활동을 보여주는 장면에 오케스트라와 협연곡으로 등장한다. 

폴란드 역사와 쇼팽의 음악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답게 수많은 피아노 솔로 곡을 작곡했다. 그에 비해 다른 장르 곡은 가곡 20곡과 실내악 3곡 그리고 피아노 협주곡 2곡이 전부다. 그래서인지 그의 다른 악기와 오케스트라 편성이 다른 작곡가에 비해 그리 훌륭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나도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폴란드의 정서 그리고 슬픈 역사 흐름에 함께한 쇼팽의 피아노곡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연세중앙교회 식구들과 이 영화와 쇼팽 음악을 함께 나누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20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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