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11-16 22:24:25 ]
일생을 외롭게 살다 비극으로 마감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37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 간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반 고흐 하면 미술책에 나오는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같은 작품들과 함께 고갱과 다투다가 자신의 귀를 자르기도 하고 끝내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 비극적인 이야기가 함께 떠오른다.
185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반 고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고자 했다. 가난 때문에 신학 교육을 다 받지 못했지만, 그는 실제로 전도사 양성학교의 임시 전도사 자격으로 벨기에 탄광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광부들과 동고동락하며 선교활동을 하던 그는, 고용주들에게 착취를 당하며 고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편에 섰다가 자신을 파송한 학교로부터 교계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전도사직을 해고당했다. 이렇게 그는 돈독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해 생애를 바치려 했던 따뜻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1880년 반 고흐는 절망 속에서 화가로 삶의 방향을 전환했다.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그는 죽기 전까지 1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900여 점의 그림과 1100여 점의 습작을 남겼다. 기독교적 성격이 가장 뚜렷한 작품에는 ‘피에타’ ‘나사로의 부활’, ‘선한 사마리아인’ 등이 있다. 그는 인상파와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으로 강렬한 색채와 격렬한 필치를 사용한 독특한 기법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소재들을 더욱 뛰어나게 묘사했다.
사람들 대부분은 반 고흐가 화가로 새로운 출발을 하고부터는 신앙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친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에는 성경 구절과 기도문, 전도사 시절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또 그의 작품에는 성경 이야기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거의 없지만 “내게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체험하는 일이다. 박제된 죽은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 우리로 하여금 거절할 수 없는 힘으로 변함없는 사랑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하시는 살아계신 분”이라고 반 고흐가 편지에 쓴 것처럼, 그의 생애와 작품 전체가 절대 신앙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님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반 고흐의 작품 중 ‘오베르 교회(The Church at Auvers)’는 신학적 해설에서부터 정신분석학적 논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거친 밀밭 사이로 꼬불거리는 길은 꿈틀거리는 오베르 교회를 중심으로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왼쪽 길은 마을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무덤으로 가는 길이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인생의 갈림길이다.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짙푸른 하늘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파란 하늘과 노란 길로 표현한 보색의 대비 또한 반 고흐가 즐겨 사용했던 방법의 하나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교회의 출입문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 그림을 통해 성직자의 길을 열망하였지만, 번번이 막혔던 자신의 답답한 심경과 삶과 죽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결국 그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오베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반 고흐는 사후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이 됐지만 신앙인으로서 그의 삶은 가장 비극적이었다. 과연 그는 참된 크리스천이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의 자살 원인은 정신질환 등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근본적인 원인은 가족 간의 사랑 부족과, 그를 위로하고 격려해줄 신앙의 동역자들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베르 교회’의 보이지 않는 문처럼 오늘날 많은 교회와 크리스천이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놓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1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