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유대인 종교화가, 마르크 샤갈

등록날짜 [ 2010-12-15 10:26:30 ]

이스라엘 역사담은 성서이야기 등 화폭에 담아
작품 <하얀 십자가> 통해 독일 나치 만행 고발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 사진)은 1887년 러시아 유대인 가정에서 아홉 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유대계 러시아인이었지만 예술 활동을 위해 프랑스와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였으며 1947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이후에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샤갈의 화풍은 표현주의나, 입체파, 추상주의, 초현실주의와 같은 20세기를 풍미한 회화양식을 흡수하기도 했으나, 화려하고 환상적인 색채로 그 어떤 사조에도 속하지 않은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양식을 추구했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깔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샤갈은 색채를 통해 예술 본질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샤갈 그림 속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물고기, 새, 연인, 바이올린, 동물은 서로 연관이 있는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꿈같은 무의식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모아 놓은 것에 가깝다. 그것은 샤갈이 어린 시절 러시아 비테프스크에서 본 유대인 공동체, 성서, 러시아 민속예술 등 고향에 대한 추억과 내면세계에 남아 있는 그리움의 잔상을 화려한 사랑의 색채를 덧입혀 아름다운 향수와 그리움의 세계로 표현하였다.

샤갈의 대표작 <도시 위에서>는 그의 고향인 비테프스크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연인의 모습을 통해 아내 벨라와 함께하는 신혼의 행복감을 나타내고 있다. 푸른빛과 파란색 대비는 부드러운 질감과 세련된 색채를 잘 드러냈으며, 회색빛 마을 배경은 당시 러시아 혁명기의 암울한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상상 중 하나일 것이다. 어릴 적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해본 하늘을 날고 싶은 동화적 상상을 샤갈은 그의 수많은 작품 속에서 중력 법칙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마음껏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람자들에게 무한한 꿈과 낭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선사한다.

샤갈 작품 대부분에 영감과 모티브를 준 생의 반려자이자 아내인 벨라가 갑작스럽게 병들어 세상을 떠나자, 샤갈은 슬픔과 충격에 빠져 한동안 작품 활동을 중단하였다. 이후 샤갈은 영원한 사랑 벨라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딛고 그의 후기 작품인 종교화로써 폭넓은 작품 활동을 재기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성서에 관심이 많은 샤갈은 <아담과 이브>, <홍해 횡단>, <십계 판>, <야곱의 꿈>, <다윗 왕>, <골고다>, <순교자>, <하얀 십자가> 등과 같은 성서 내용을 바탕으로 장면을 묘사한 종교화를 남겼는데, 유대인인 샤갈 그림에는 종교적 신앙심을 주제로 삼기보다 유대인 역사를 담은 성서 이야기와 나치 핍박으로 고통받는 유대인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하얀 십자가> 1938년, 140×155 시카고미술관 소장

<하얀 십자가>는 유대인들에게 행한 독일 나치 만행을 고발한 작품이다. 곳곳에서 불타고 있는 마을, 배를 타고 황급히 피난을 가는 사람들, 유대교회에 불을 지르는 병사, 붉은 깃발을 들고 전진하는 사람들, 옛 선조의 탄식하는 모습, 그 가운데 이 모든 수난으로 말미암아 십자가에서 고통받는 예수 그리스도는 다름 아닌 잔혹한 나치에게 희생당하는 유대인을 상징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구세주라고 인정하기보다 선지자 중의 하나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샤갈에게 예수는 유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유대 민족의 선조로 보았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 세계에 흩어진 샤갈 걸작품들을 국내 한자리에 모아 놓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작품을 시기별, 주제별로 묶어 <러시아 청년 시기>, 성경 내용을 회화적으로 그린 <성서이야기>, 샤갈 작품 대주제인 <사랑과 연인>,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시리즈>, 극단의 익살스러운 장면을 표현한 <서커스 연작>, <종이작품> 등 여섯 주제로 구성하였으며 98세를 일기로 한 세기를 살고 간 샤갈 생애 전반에 걸친 대표작을 담은 회고전이어서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2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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