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그날’ 작곡 배경과 과정

등록날짜 [ 2011-04-29 16:07:42 ]

의도한바 이상의 결과에 ‘감사’
복음 전하는 곳에 쓰임받기를

기독교 뮤지컬 ‘그날’은 순수 창작 뮤지컬로 2009년 3월, 연세중앙교회 설립 23주년을 기념하는 문화행사 일환으로 초연했다. 그 후 지금까지 크게 세 번 수정을 거쳐 ‘어린이 그날’을 포함, 20회에 가까이 공연했다.

뮤지컬 ‘그날’에는 노래 20여 곡과 배경 음악 10여 곡이 들어간다. 그중 춤과 합창이 어우러진 오프닝 ‘The day(더 데이)’, 극 중간에 나오는 ‘New day(뉴 데이)’, 마지막의 ‘Jesus coming day(지저스 커밍 데이)’가 극에 화려함을 더한다.
이 세 곡은 모두 춤을 고려하여 쓴 곡이면서 오페라 합창 장면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며 작곡했다. 춤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리듬으로, ‘The day’와 ‘Jesus coming day’에는 디스코 리듬을 적절히 사용하였다. ‘New day’에서는 재즈 보컬 느낌을 가미한 여성 코러스의 경쾌한 스윙 리듬으로 구성하여 세련미를 더했다. 이 세 곡은 모두 두꺼운 코러스의 화성과 대위적인 복잡한 선율로 춤을 구성하기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 세 곡 외에도 모든 곡의 반주는 미디 작업(컴퓨터로 음원을 찍어서 연주 효과를 내는)을 거치지 않고, 실제 연주를 녹음하여 즉흥적인 연주의 느낌을 강조하였다. 몇 가지 효과음과 건반 스트링, 기타, 클래식 솔로 악기들의 대선율, 코러스 등은 후 더빙으로 보충하였다.



이 뮤지컬 주제가 격인 노래로는 여주인공 에스더의 솔로곡 ‘언제쯤 오실까’다. 처음 이 곡 가사를 받았을 때는 내용이 조금 달랐다. 극 내용에 따른 가사였는데, 작사가(김영임 자매)에게 조금 더 일반적인 내용으로 고쳐달라고 의뢰해서 지금의 훌륭한 가사가 완성되었다.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중 하나인 ‘캣츠’의 ‘메모리’와 같이 서정적이면서 고전적인 가냘픈 여성의 맑고 높은 목소리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원래 의도했던 F 메이저(major)보다 장3도 낮은 Db 메이저로 연주하였고, 그나마 그것도 에스더 역 가수에게 높아 한 키 더 낮추어 3기 공연 때는 C 메이저로 연주하였다. 의도한 바와는 조금씩 다르게 진행하였으나 나름대로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중창곡 중 ‘Jesus army(지저스 아미)’가 전형적인 록 발라드 형식을 띠고 있어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편안하게 다가왔다. 여러 가지 극 중 솔로들은 그 상황에 맞게 감정과 분위기를 표현하였고 그 중 태수와 인섭, 정 목사의 각 솔로 아리아가 주목할 만하다.

2011년 3기 공연에서 또 한 번 전폭적인 수정이 있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이전 몇 곡이 빠지고 새로 7곡을 추가했다. 그 중 중창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핍박의 시대’는 연출자의 요구에 따라 뮤지컬 ‘파리의 노트르담’ 삽입곡 ‘대성당들의 시대’와 같은 분위기를 의도했다. 작곡가에게 구체적인 곡을 예로 들며 분위기를 내달라는 요구는 때로는 창작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하는데, 이 곡이 그런 경우였다. 공연 날짜가 임박해서야 곡이 나올 수 있었다. 그밖에 정 목사 설교 장면 솔로, 태수 갈등 솔로와 앙상블, 태수와 에스더 이중창, 핍박 장면에서 에스더의 ‘주님 사랑해요’ 등 3기 공연에서 추가한 곡들이 의도한 것 이상으로 결과가 나와서 감사하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였고 독일에서 유학할 때에도 현대음악(전위예술, 실험음악에 가까운)을 공부하였다. 한때 극음악에 관심이 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궁극적인 전공분야는 아니었다. 특히 뮤지컬 곡들의 주된 장르인 팝과 록, 재즈는 듣기에 부담 없긴 했지만 한 번도 내가 작곡할 분야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오페라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뮤지컬 ‘그날’을 통해 음악적으로, 신앙적으로 나에게 많은 경험과 발전이 있었고, 뮤지컬 분야에서 아마추어인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믿고 써주심에 감사하다.
앞으로 계속되는 기독교 창작 뮤지컬을 통해 복음이 전해지는 곳에 내 재능이 쓰이기를 원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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