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6-01 11:58:00 ]
음악에 조국 핀란드 정서 물씬 풍겨
국민악파라고 하여 음악사에서 한 부류를 차지하는 음악가들이 있는데, 그중 시벨리우스(사진, 1865~1957)라는 작곡가를 소개한다.
시벨리우스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것은 아마도 교향시 ‘핀란디아(Finlandia)일 것이다(교향시는 낭만파 이후에 생긴 장르로 단악장짜리 관현악곡으로 주로 문학적 요소를 띤다). 제목에서 이미 유추할 수 있듯, 그는 핀란드 출신 작곡가다. 핀란드는 북유럽에 있는 춥고 겨울이 긴 나라인데, 지금은 잘 사는 나라지만 시벨리우스가 활동할 당시는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던 암울한 때였다. 그런 민족의 서러움과 한탄 그리고 종국의 승리에 대한 염원을 음악으로 나타낸 것이 핀란디아다.
국민악파 또는 민족주의 악파는 이렇듯 독일·오스트리아의 기악과 이탈리아의 오페라가 주는 지배적인 영향력을 벗어나서 자기 나라의 민족적 특색을 예술 음악 속에 살리는 것이다.
국민악파에 속하는 다른 작곡가로는 글린카(Mikhail Glinka 1804~1857), 무소륵스키(Modest Petrovich Musorgskii, 1839~1881) 등 러시아 출신,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 1841~1904) 등 체코 출신이 지금까지도 클래식 애호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벨리우스의 다른 작품 중 걸작으로 꼽는 것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d minor)과 교향곡 7곡 중 특히 제2번(Symphony No.2 D Major Op.43)이다.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을 고르라면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우선 역사상 최고 작곡가 베토벤(L.V Beethoven)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들고, 그 다음으로 차이콥스키(P. Tchaikovsky)의 바이올린협주곡 그리고 마지막 하나를 놓고 아마도 브람스(J. Brahms)와 시벨리우스가 경합을 벌일 것이다.
필자 역시 두 작품 다 무척 좋아해서 선택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작품의 독특함 때문에라도 시벨리우스를 선택하고 싶다. 솔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엮이는 관계가 다른 어느 작품과 달리 특이하면서도 완성도가 높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에 특별한 제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케스트라의 독특한 색채가 나타나며 북유럽 특유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특히, 두텁고 어둡고 느린 저음악기들의 움직임은 겨울이 길고 햇볕이 귀한 핀란드에서 그 국민이 추구하는 바가 음악의 음색으로 드러나는 듯하다. 바순(Bassoon, 목관악기 중 가장 저음부를 맡는 악기)의 독특한 깊고 애절한 음색을 살려 시벨리우스만의 색채를 풍기고, 트롬본(Trombone, 트럼펫보다 더 저음악기)과 튜바(Tuba, 가장 저음 금관악기)의 음색 또한 두텁고 참 특이하다.
일 년 중 대부분이 추운 이 나라에서는 음악도 이렇게 두텁고 따뜻한 음색을 추구하게 되나 보다. 필자가 독일에 있을 때 핀란드 사람을 두 명 정도 만나 본 적이 있다. 한 명은 당시 집에 초대하여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 내가 만나본 핀란드 사람의 특징은 말수가 적고 조용하고 목소리가 작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이야기할 때는 정말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들을 수가 없을 정도다.
인구 500만 명에 불과한 이 나라, 분명히 나라 전체가 조용할 것 같다. 그러나 그 속엔 나라 사랑의 열정과 뜨거움이 있고, 그 모습이 밖으로 표출될 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이 그렇다. 음악에서도 이렇듯 국민의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국민적 특성뿐 아니라 개인적 특성과 그의 색채와 향기가 묻어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다.
나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내게서 나타나는 색채는 과연 무엇인가, 내게서 나오는 향기는 어떤 것인가, 과연 크리스천으로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묻어나오는지 생각해 본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