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6-15 09:23:36 ]
대표작 <다윗과 골리앗> 등 다수작 남겨
날카롭고 힘찬 붓 터치와 색채 대비 풍부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 가운데 다윗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 또 있을까. 그는 이새의 여덟째 아들로 태어난 양치기 목동이었으며, 사무엘 선지자를 통해 기름 부음을 받은 자였고,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용맹스러운 장수이자 이스라엘을 40년간 통치한 통일왕국의 왕이었다.
또 악기연주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사울 왕을 괴롭히던 악신을 쫓아낸 음악치료사였고, 시편의 아름답고 섬세한 시를 지어 수없이 노래한 시인이었으며, 그의 가문을 통해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했다.
다윗은 목동으로서 넓고 푸른 초장에서 들짐승과 이리 떼로부터 양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을 성실하게 완수했다. 그는 사자와 곰이 양 떼를 공격해 올 때에 그 입에서 양의 새끼를 건져내었고 목숨을 다해 짐승과 싸워 이겼다. 다윗의 이런 성품을 하나님께서는 ‘내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고 인정하셨다.
<사진설명> 게르치노 자신을 그린 초상화
하지만 다윗의 생애에 항상 영광과 승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울 왕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어 목숨의 위협을 피해 도망 다니는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 또 이스라엘 왕이 된 후 부귀와 영화를 누리던 다윗은 한순간 방심으로 밧세바를 범하는 죄악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로 말미암아 고통과 파멸의 위기를 겪어야 했고 다윗 집안은 자식들의 끊임없는 분쟁과 왕위 찬탈로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다윗의 일생 중에서도 가장 위대하고 영광스러웠던 업적을 꼽는다면 골리앗과 싸워 이긴 사건일 것이다. 여섯 규빗(2.9m) 키에 5000세겔(57㎏)짜리 갑옷과 600세겔(7㎏) 단창으로 무장한 거인 골리앗 앞에 선 소년 다윗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가진 무기라곤 오직 돌멩이 다섯 개와 물매뿐이었는데도 말이다.
하나님의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지혜가 있다. 모든 사람은 “골리앗은 너무나 커서 그를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다(too big to hit)”라고 생각했으나, 다윗의 믿음은 “골리앗은 너무나 커서 나의 돌팔매가 빗나가지 못할 것이다(too big to miss)”였다. 이런 그의 용기는 하나님에게서 공급된 것이었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가노라…(중략)…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붙이시리라”(삼상17:45~47).
이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미켈란젤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스트로치 등, 많은 화가의 작품 소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17세기에 이르러 이탈리아 화가 게르치노(Guercino: 1591~1666)가 그린 <다윗과 골리앗>은 다윗이 물맷돌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직후 칼을 빼내어 골리앗의 목을 치려는 긴박한 순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날카롭고 힘찬 붓 터치와 색채 대비가 풍부하다.
<사진설명> 게르치노(Guercino: 1591~1666) 작 <다윗과 골리앗>(1650년, 120×102㎝, 런던 트라팔가 미술관 소장)
파란색 하늘을 배경으로 다윗의 붉은색 옷이 대조를 이루고, 비스듬히 뻗어 나간 회색빛 구름은 화면 전체에 긴장감을 고조한다. 다윗의 거침없는 파죽지세의 몸짓과 최후를 맞이하는 골리앗의 두려움에 싸인 표정이 대조를 이루면서 극적인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게르치노의 또 다른 작품 중 루도비시 저택 천장에 그린 <오로라>는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해 건물 천장 위로 오로라 마차가 날아가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통곡하는 마리아>, <나사로의 부활>, <삼손과 데릴라>, <하갈과 이스마엘을 쫓아내는 아브라함> 등, 많은 종교화를 남겼으며, 로마 전성기 바로크 미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준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4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