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11-22 15:54:44 ]
혼성 합창의 아름다움은 각기 다른 음의 조화에 있어
교회 안에서도 사랑으로, 감사로, 섬김으로 하나 돼야
우리 교회 세 성가대는 모두 혼성 4부 합창인 연주 형태를 갖추고 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이 네 성부(聲部)가 각기 다른 음을 부르지만, 그것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알토와 테너, 베이스는 파트 연습을 할 때 들어보면, 얼핏 그 찬양이 멜로디와 상관없게도 들리고, 주된 선율에 비해서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다. 하지만 멜로디 파트 혼자 연주할 때의 그 빈약한 음색을, 나머지 세 파트가 두텁게 채워줌으로 실제 예배 찬양 때는 풍부한 음색을 가진 찬양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하나의 주된 멜로디에 여러 파트가 각기 다른 음을 채워 부르는 것에는 음악 이론상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화성음악(和聲音樂, homophony) 이라 하여 한 멜로디에 나머지 파트들이 화음을 채우는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다성음악(多聲音樂, polyphony)으로, 주된 멜로디에 부가하는 멜로디들을 함께 채워주는, 바흐 음악으로 대표하는 양식이 있다.
중세시대를 지나면서 악보를 적는 기보법이 발달했다. 덕분에 그 시절 음악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로마가톨릭 미사 순서에, 단성(單聲) 멜로디에 교창(交唱)과 응창(應唱) 형식으로 불린 노래들을 암브로시우스와 그레고리우스가 집대성해 지금까지 내려온다.
이런 단성부 멜로디가 점차 세월이 지나며 4도 위 음으로 계속하여 병진행하며 한 성부가 더 해지는 것을 ‘오르가눔’이라고 한다. 독립적인 성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해온 화성음악에 다른 하나의 성부가 더해진 것이다.
후에 3도, 6도 관계 음으로 병진행하는 ‘디스칸투스’가 생겨나고,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거치며 바흐에 이르러 대위법으로 총칭하는 다성음악이 절정에 달한다.
이후 이른바 로코코 시대로 분류하는 바로크와 고전시대 중간시기를 거치면서 복잡한 다성음악에서 명료한 화성음악으로 주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고전시대(18세기 후반~19세기 초)에는 형식미와 구조를 중요시하는 화성음악 시대가 된다. 이제까지 해온 다성음악에서 음 대 음 관계가 중요시되었다면, 이제는 가장 두드러지는 한 선율에 다른 선율이 화성을 채워주는 종속적인 관계의 성부 구조가 이루어진다.
다성음악과 화성음악은 음악적 주제를 다루는 상반하는 양식인 셈인데, 그 모습을 가만 보니 우리 그리스도인이 닮으면 좋을 것이 있다. 여러 사람이 협력하여 주의 일을 할 때에, 어떤 주된 일에 속한 사람들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 마치 화성음악(homophony)과 같다면,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주된 목적을 잃지 않으며 함께 일하는 모습이 다성음악(polyphony)을 연상케 한다.
다성음악의 진행을 보면, 모든 선율이 각기 다른 것을 연주하는 듯 하나 자세히 들어보면 주제의 발전, 변주, 확대, 축소 등 기법으로 주제를 떠나지 않으며 돕는 역할을 한다.
두 양식 모두 하나의 곡에 각 성부가 녹아내릴 때에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듯이, 교회 안에서 사랑으로, 기쁨으로, 감사로, 섬김으로 하나 되어야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것을 본다. 때로는 묵묵히, 때로는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모습으로 움직이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목적을 잃지 않고 사랑으로 협력할 때에 그 아름다운 하모니가 주님께 어떤 화음보다 아름답게 들리지 않을까.
위 글은 교회신문 <26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