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12-06 13:43:36 ]
중독으로 말미암은 정신적 폐해 등 부작용 발생
문명의 이기들은 편리하지만, 자칫 중독에 빠지면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겪을 수 있다. 한국정보화 진흥원 조사를 따르면 우리나라 19~39세 성인 인터넷 중독자는 약 96만 6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실업이나 가정불화 등 현실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인터넷 게임이나 채팅에 몰두하는데, 과도한 중독으로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시에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을 하던 김 모(27) 씨가 게임을 하던 중 두 살 난 아들이 방바닥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인터넷 중독으로 말미암아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동안 뇌 상태를 분석해보면, 두뇌에서 감성을 담당하는 영역은 활성화하지만 지각과 판단을 담당하는 부분은 활동을 멈추기 때문에 점차 두뇌의 충동조절능력이 퇴보한다. 또 자극적 영상 때문에 뇌파가 불안정해지고 과도한 긴장이 생기면 도파민 같은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어 뇌의 균형이 깨진다.
오래 게임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거나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성인도 그 피해가 심각하지만, 특히 미성숙한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면 판단과 정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퇴화하여 동물의 뇌처럼 바뀐다고 한다.
또 한 포털사이트의 실태 조사로는 우리나라 대학생 37.3%가 스마트폰에 중독된 걸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멀리하면 공황 상태에 빠지고, 수업을 듣거나 심지어 친구를 만나면서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에 접속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만지다 보면 주의력이 허트러질 뿐 아니라 당연히 현재 일이나 눈앞의 사람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도 떨어진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 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이 습관화하면 장기적으로 주의력 결핍현상과 불안장애가 심화할 수 있다. 중독의 위험을 안다면 의식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디지털 치매와 정신건강의 피해
인터넷과 디지털 정보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를 단순화하고 분절화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정보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종합해 판단하기보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표면적 의미만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멀티미디어의 고유한 속성이기도 하다.
예컨대 화려한 그래픽과 소리를 곁들여 어떤 정보를 제공하면 우리 두뇌는 전체 내용보다 키워드와 영상에 더 집중한다. 파워포인트나 전자신문이 칠판 판서나 종이 책보다 전달력이 떨어지고, 길게 쓰인 인터넷 기사에서 사진이나 제목만 기억에 남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또 디지털 매체는 저장과 복제를 쉽게 해주기 때문에 애써 정보를 기억하거나 분류하려고 하지 않고 이런 과정에서 건망증이 심화하고 기억력이 감퇴한다. 이렇게 두뇌 기능이 퇴보하는 현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부르는데 이는 새로운 질병이다. 예전에 전화번호를 많이 외우던 사람이 자기 번호조차 가끔 망각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멀티미디어에 익숙해지면 어지간한 자극에는 둔해진다. 그리고 느리게 변하는 실제 현실에 무감각해지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데 이것을 ‘팝콘 브레인’이라 한다. 즉 팝콘처럼 톡톡 튀는 장면에만 반응을 보이는데 이것은 특히 성장기 아동에게 치명적이다.
국외에서는 아동의 TV 시청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ADHD(주의력 결핍 행동장애) 발생 위험이 10%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ADHD 진료 환자 수가 최근 6년간 약 세 배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좋은 콘텐츠가 있다고 어린아이에게 무턱대고 스마트폰을 쥐여 주거나 교육용 목적으로 텔레비전을 자주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오히려 같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전통적 교육이 아이의 창의력과 사고력 발달은 물론, 정서안정에 도움이 된다.
불량 정보의 팽창과 사생활 침해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 같지만, 실상 기업들의 상업적 목적이 더 크게 작용하여 개인을 예속한다.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되자 현대인들은 오히려 과잉 정보에 노출돼 판단력을 잃고 있으며, 인스턴트식품처럼 쉽게 유통하는 피상적 지식에만 익숙해진다.
대부분 사람이 선정적 보도나 오락 프로그램에 더 빠져들고, 책을 읽거나 자신의 취미를 찾기보다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이런 가운데 성(性)이나 폭력 사이트도 갈수록 증가한다. 이러다 보니 아도르노의 말처럼 점차 이성이 도구화하여 또 다른 획일화를 조장한다.
또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행정편리와 마케팅을 위한 정보수집이 일상화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쉽게 침해되고 신상털기와 사이버 폭력 등 여러 부작용도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정보사회는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며 관음증적 욕구를 충족하는 새로운 통제사회가 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혁명은 새로운 소통과 정보의 확산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의 지평을 넓힌 긍정성도 있지만 여러 부작용도 많다. 정보사회를 사는 바른 지혜와 삶의 태도를 먼저 정립하지 않으면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 삶과 영혼을 망치는 가장 치명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26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