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12-27 13:45:57 ]
‘페테르 파울 루벤스’ 벨기에 화가 작품 세계
강렬한 색채 표현으로 ‘예수 탄생과 죽음’ 알려
벨기에 플랑드르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년)는 17세기 바로크 양식을 가장 잘 구현한 화가로 알려졌다.
루벤스는 청년 시절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르네상스 거장들의 화풍과 바로크 화가들의 작품을 연구했으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만들어갔다. 루벤스의 화풍은 기존 르네상스 시대의 우아하고 절제한 형식을 탈피해 빛나는 색채와 과도한 근육질 몸매, 역동적이며 관능적인 인체 표현으로 관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의 작품이 점차 세상에 알려지면서 당대 화가로서 최고 명성을 누리게 된 루벤스는 수많은 이에게 그림 주문을 받았고, 그의 공방에는 많은 수습생과 조수가 함께했다. 그는 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뛰어난 학식과 교양을 갖춘 지식인이었고, 여러 나라 언어에 능통하여 외교관으로서도 활약했으며, 유럽 전역의 왕실과 귀족을 상대로 교류하며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도 했다.
화려하고 웅장하며 극적 묘사와 생동감으로 바로크 시대를 풍미한 미술 화풍은 루벤스 외에도 강렬한 명암법과 극적 장면을 적절히 사용한 카라바조, 빛의 화가 렘브란트, 초상화가로 유명한 반다이크에 의해 발전해 나갔다.
루벤스의 걸작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1611~1614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성당 소장 420×310㎝) 는 아동문학 『플란다스의 개』에도 등장한다. 화가가 되고 싶어 하던 가난한 소년 네로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애견 파트라슈와 함께 죽기 직전 마지막 소원으로 성당에 가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보고 그 앞에서 숨진다는 내용으로 어린이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사진설명>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1611~1614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성당 420×310㎝)
이 그림은 예수를 따르던 여인들과 제자들이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장면을 소재로 삼아 기존 성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내용을 담았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의 시신을 내릴 때 사용한 흰 천은 예수의 신성함을 나타내는 광채를 대신하고 있다. 화면 왼쪽에서 긴 수염에 붉은 모자를 쓴 이는 자기 소유의 무덤에 예수의 시신을 모시고자 한 아리마대 요셉이다. 그 아래에는 비애와 숭고함으로 예수를 바라보는 마리아와 예수의 발을 어깨에 받히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가 서 있다. 예수의 몸을 정면에서 받들고 있는 사람은 제자 요한이다.
색채 대비가 강렬한 요한의 붉은 옷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물과 피를 쏟으시고 고통당하신 것을 상기해 준다. 십자가 맨 위에서 천을 입에 물고 예수를 붙들고 있는 인부와 바로 옆에서 위태롭게 사다리에 매달려 허리를 굽히고 시신을 옮기는 또 다른 인부의 모습은 작품 속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엄숙하고 비장함 속에서도 다시 살아나실 예수를 소망하는 듯 그의 시신이 조금도 훼손되지 않게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 화면 전체에 나타난다.
<사진설명> <목자들의 경배>(1608년, 이탈리아 페르모 시립미술관 300×192㎝)
<목자들의 경배>(1608년, 이탈리아 페르모 시립미술관 300×192㎝)는 구세주가 나신 소식을 천사에게 전해 들은 목자들이 아기 예수께 찾아와 경이로워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아기 예수에게 비친 환한 빛과 어두운 배경의 대조, 목자들의 다양한 표정 속에 담긴 극적 표현기법 등은 강렬한 명암효과와 극적 묘사를 즐겨 사용한 카라바조의 화풍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주가 나신 이 밤은 하나님의 아들이 인류를 구원하려는 뜻을 품고 이 땅에 탄생하신 날이었으며,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고독한 쓴 잔을 홀로 마시기로 한 약속을 이루시려고 첫 고고성(呱呱聲)을 울린 밤이었다.
하지만 그는 창조주 하나님의 아들답게 이 세상에 화려하게 오신 것이 아니었다.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려면 피 흘릴 육신이 있어야만 하기에 그 크신 하나님의 아들이 옹알거리는 아기의 모습으로 불편한 육신을 입고 누추한 마구간에 오신 것이다.
이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듯 예수 탄생의 목적은 세상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되었으나 그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구원을 완성하신 후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복음의 비밀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는 인류 구원의 목적을 다 이루시고 십자가에서 내려오시는 예수를 충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런 면에서 예수 성탄의 비밀은 루벤스의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 있기에 성탄절을 오해하여 산타클로스의 날로, 유흥의 날로 생각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성탄절의 참된 의미를 바로 알도록 일깨워 주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7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