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상임지휘자의 역할과 보람에 대해

등록날짜 [ 2012-03-13 16:47:30 ]

기업으로 따지면 ‘CEO’와 비슷한 위치

지난해 12월에 하나님의 은혜로 22년 역사를 자랑하는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공개 모집에 응시해 최종 합격자로 선출됐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시(市)나 도(道)에서 관리.운영하는 시.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는 소위 높은 분들을 통해 그들의 인맥이나 주관적 판단으로 임명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공주시와 충청남도가 동시에 운영하는 충남교향악단에서는 이번에 그런 관례를 뒤엎고 공개적이고 공정한 채용으로 상임지휘자를 선출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전국에서 전문지휘자 25명이 응시해 1차 서류심사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5명을 우선 뽑고,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이들만 2차 실기고사를 치러 그 중 최고점수자 2명을 다시 뽑았으며, 3차 면접 심사는 공주 시장이 직접 주관하여 최종 합격자를 가려냈다.

이 과정에서 음악계에서는 내정자가 있다느니, 서로 누가 누구를 민다느니 하며 별의별 소문과 억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젊은 신예 지휘자인 내가 선출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 전체에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지난 1월 9일에는 여러 사람의 관심과 주목 그리고 여러 우려 속에 공주시장에게 정식 임명을 받고 충남교향악단 제4대 지휘자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또 독일에서 전문지휘자로서 7년을 수학하며 독일이 인정하는 콘체르트엑자멘이라는 최고과정을 마쳤지만, 상임지휘자로서는 그야말로 초자 중 초자인 나는 이 새로운 직책이 주는 혜택과 아울러 의무에 관해 배운 대로 그리고 이번에 직접 느낀 대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상임(常任) 지휘자라는 말을 우리나라 말로 의미를 풀어보면, 그저 교향악단에 상주(常主)하는 지휘자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영어로는 ‘Chief conductor’, 독일어로는 ‘Chef Dirigent’로서 그 교향악단의 대표다. 사업체로 치면 최고경영자(CEO)로 풀어 해석하면 적당할 듯하다.

상임지휘자는 당연히 음악적으로 단원을 통솔할 수 있는 절대적 카리스마와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음악 연습을 총괄하며, 연중 교향악단 전체 프로그램을 관리하여 교향악단에 가장 좋은 곡을 발굴하여 연마하는 동시에 관객과도 잘 소통해야 한다.

또 수십 차례가 넘는 연주의 협연자를 일일이 선정해야 하기에 때로는 이런저런 유혹의 손길도 올 수 있어 그것들을 지혜롭게 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부족한 파트의 인원을 충원하는 단원 모집을 주관하고, 기존 단원의 능력치를 최대로 유지할 수 있게 당근과 채찍을 잘 사용하여야 한다. 이처럼 상임지휘자는 단순히 음악적으로만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외적인 분야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자리다.

내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충남교향악단은 우리나라 최초로 도청(道廳)에서 설립한 도립 교향악단으로, 올해로 22주년에 빛나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명실상부 충청남도를 대표하는 문화 단체다.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서 나는 올해 연주 20회를 직접 준비하여 지휘해야 하며, 10회가량은 직접 지휘하든지 다른 지휘자를 초빙하여 연주해야 한다.

특히 오는 4월 2일에는 24주년을 맞는 우리나라 음악계 최고, 최대의 축제인 서울 예술의 전당 주최 교향악축제에 초대되어 연주한다. 작년에는 상임지휘자가 없어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거는 기대가 교향악단 안팎에서 매우 크다.

한 단체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와 보람이 있는 일이다.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나는 무엇보다도 충남도민을 음악으로 섬길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어 좋다. 또 그 지역의 문화적 위상을 높임으로 내가 섬기는 주의 이름을 높일 기회가 있어 더욱 좋다. 상임지휘자로 열심히 일할 모든 의무와 혜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28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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