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9-25 16:32:49 ]
스페인 최고 초상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
피카소도 인정한 ‘진정한 리얼리티 화가’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가이자 궁정화가인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년)는 17세기 유럽 회화의 거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벨라스케스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열일곱 살에는 미술 장인시험에 합격하여 화가로서 인정받았으며, 스물네 살에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에게 발탁돼 궁정화가 자리에 올랐다.
벨라스케스는 인물의 초상을 묘사할 때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사람 표정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과 성격까지 담아낼 만큼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많은 사람에게 칭송을 받았다. 윤곽선을 그려서 인물을 표현한 기존 회화 기법과는 달리, 빛과 색채의 섬세한 조화를 통한 정교한 터치로 인물을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
파블로 피카소는 벨라스케스에 대하여 “그는 진정한 리얼리티의 화가다”라고 경의를 표했고, 인상주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는 그를 “화가 중의 화가”라고 불렀다.
벨라스케스는 바로크 미술 대표 화가이자 벨기에 외교사절단으로서 스페인을 방문한 루벤스와 만남을 계기로 루벤스가 그린 작품과 화풍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와 카라바조 두 사람의 작품에도 관심을 두었다.
벨라스케스 활동 초기 작품에는 17세기 초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카라바조 화풍의 영향을 받아 연극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극적인 묘사와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인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듯한 명암법이 나타난다. 벨라스케스는 자신의 작품 속에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 넣거나, 거울을 그려 놓고 거울 안에 또 다른 그림 소재를 그려 넣음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재미있는 상상력을 유발하도록 독특한 아이디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벨라스케스의 걸작 <시녀들>(1965년, 마드리드 파르도 미술관, 318×276㎝)은 완벽한 구도와 공간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림의 시점이 화가 중심의 시선이 아닌, 그림 속 등장인물의 시선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상한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선이 제각각인 것과 치밀한 공간배치 때문에 서양 미술사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작품이다.
<사진설명> <요셉의 피 묻은 옷을 받는 야곱>(디에고 벨라스케스 作 1630년, 엘 에스코리알 산 로렌초 수도원, 223×250㎝)
<요셉의 피 묻은 옷을 받는 야곱>(1630년, 엘 에스코리알 산 로렌초 수도원, 223×250㎝)은 요셉을 시기하고 질투한 형들이 그를 노예로 팔아버린 후 아버지 야곱에게 찾아가 거짓을 알리는 장면이다. 피가 묻은 옷이 요셉의 것이라고 보여주는 아들들의 속임수에 놀란 야곱이 망연자실한 채 슬퍼하는 극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야곱은 피 묻은 옷을 보자 당황한 나머지 요셉이 짐승에게 물려 죽은 것이라고 황급히 결론지어 버렸다. 요셉을 매우 사랑한 야곱은 어디서 옷을 발견했으며, 어떻게 된 일인지 이치적인 정황을 따져볼 여유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야곱의 옆에 서 있는 이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고 화면 뒤쪽에서 모자를 쓰고 서 있는 이는 아버지를 속이는 형제들의 거짓말이 성사될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강아지만이 낯선 짐승의 피를 알아차리고 경계하는 몸짓으로 사납게 짓고 있다. 오래전 형 에서의 옷을 입고 아버지 이삭을 속여 장자의 축복을 빼앗은 야곱은 결국 요셉의 옷으로 거짓을 꾸민 자기 아들들에게 속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애굽으로 팔려간 요셉은 이때부터 파란만장한 인생의 역경이 시작되었다. 꿈의 사람 요셉은 고통과 어려움이 올 때마다 원망하고 자포자기하며 살아가기보다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믿음을 잃지 않았다.
형제들에게 버림받고 인신매매로 낯선 이국땅 애굽으로 끌려가는 참혹한 일들을 당했을 때도, 보디발의 집에 팔려가 노예생활을 하던 중 보디발의 아내에게 겁탈당할 뻔하고도, 오히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죄수의 몸으로 살게 되었을 때에도 요셉은 삶을 비관하거나 낙망하지 않았다. 요셉은 연속되는 고난에서도 꿈을 주신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었기에 어떠한 역경이라도 낙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요셉은 단지 꿈을 성취하고자 참아온 삶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닥쳐온 어려운 상황들을 주 안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며 하나님을 놓지 않는 겸손한 신앙의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 감옥에 갇힌 죄수의 신분에서 애굽 나라 총리대신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보게 된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꿈은 우리가 그 소망을 포기하지 않고 주님을 끝까지 신뢰하는 한 반드시 이루어진다.
“요셉이 다시 꿈을 꾸고 그 형들에게 고하여 가로되 내가 또 꿈을 꾼즉 해와 달과 열한 별이 내게 절하더이다 하니라”(창37:9).
/문준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0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