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삶의 답안지, 주님 말씀대로 작성하기를

등록날짜 [ 2012-11-13 13:27:16 ]

중요한 것은 뒤로하고 엉뚱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천국을 향한 우리의 준비가 넉넉한 수준이 되기를 기도

바야흐로 입시철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거치는 열아홉 수험생 때가 내게도 있었던 것을 돌아보니 손에 잡힐 듯 눈에 선하다.20년 전 내가 대학입학시험을 볼 때와 요즘 입시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음악대학 입학시험은 뚜렷하게 달라진 점이 많지 않은 듯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그 해 시험에 전기와 후기 두 학교만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수시와 정시모집을 통해 조금 더 여러 학교에 지원해 시험을 볼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

음악대학 입학시험은 대강 이렇다. 대학교마다 음악대학이 단과대학으로 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교육대학이나 예술대학 안에 음악과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은 전공을 크게 성악, 기악, 작곡으로 나눈다. 요즘은 많은 학교가 성악과 안에 뮤지컬 전공도 함께 모집하는 추세다. 기악과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악기를 주로 하여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피아노 전공생을 모집한다. 작곡과는 작곡실기, 작곡이론, 합창지휘, 오케스트라 지휘 등을 한 분야로 묶어서 모집하기도 한다.

나도 작곡과에 지원해 시험을 치르던 수험생 시절이 있었고, 그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어느덧 가르치는 선생의 위치에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대학 강사 생활을 하며 학생들 몇 명과 함께 대학 입시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몇 년을 준비하다 보니 나 나름대로 당락을 가늠할 잣대가 생겼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실력에 부응하려 하면 그 실력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입시요강에 명시한 것 이상으로 넉넉한 실력을 준비하고 있어야만 합격하는 것을 본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었다. 특히 수능을 마치고 실기 시험을 보는 1월까지 하는 집중적인 실기 훈련은 그동안 해온 수고를 알찬 열매로 만들기도 하고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비단 입학시험에서만이 아니다. 대학교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문제를 내는 처지가 되고 보니 학생들이 시험에 대처하는 모습들을 바라볼 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시험 범위가 넓다 해도 시험 문제를 내는 사람에게는 시험에 낼 수밖에 없는 것이 뻔하게 보인다. 시험지와 답안지를 나눠주기 직전에 엉뚱한 것을 외우려 애쓰는 학생들을 보면 슬쩍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들이 내 강의를 좀 더 집중해서 들었으면 시험 준비를 쉽게 할 수 있었을 텐데. 평소에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한 것에서 시험 문제를 내는데도 묻는 것과 상관없는 자신의 지식을 나열하거나 빈 답안지를 제출한다. 심지어 맨 앞에 앉아 열심히 눈 맞춰가며 강의를 들은 학생마저도 신통치 않은 답안을 내 실망하기도 한다.

몇 가지 시험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 나는 주님 앞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수업에 출석은 했지만 맨 뒤에 앉아서 아예 엎드려 자는 모습일까? 맨 앞에 앉아 열심히 들었지만 주님 심정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내 생각만 하는 모습일까, 아니면 수업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교수가 말하려는 바와 강조하는 것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일까?

이번에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생각건대, 내 일생을 마치는 날에 좋은 답안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고 싶다. 좋은 것을 주기 원하시는 그 마음을 저버리지 않고 애타게 말씀하시는 그 심정을 받아들여 나도 그 마음을 똑같이 지닐 수 있기를 바란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분량을 갖추고, 시험 요강을 마지막까지 열심히 준비하여 아슬아슬하게 기준만 넘기려는 수준이 아닌 넉넉한 수준으로 준비하여 합격의 기쁜 소식을 안고 천국에 입성하기를 소망해 본다.

위 글은 교회신문 <31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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