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

등록날짜 [ 2012-11-28 15:44:34 ]

<최후의 만찬> 4차원적 세계에서 표현
작품에 신비감 더해… 비현실성 아쉬워

20세기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는 뾰족한 콧수염을 한 독특한 외모에 기이한 표정과 과대 망상적 행동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치지 않는 기괴한 발상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쏟아낸 달리의 작품들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스로 ‘천재’라 부르며 자신감이 넘쳤던 달리는 항상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을 과시하기를 좋아했다.

어느 기자 회견 때, 머리에 삶은 가재를 쓰고 나와 회중을 놀라게 한 일화는 평소 파격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아하던 달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달리는 이런 자신의 광기 넘치는 행동에 대하여 “나와 광인(狂人)의 유일한 차이는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하고 해명했다고 한다.

초현실주의 화풍은 현실을 초월한 세계, 즉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환상, 꿈속, 무의식과 같은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예술 사조(思潮)다. 달리는 꿈과 같은 무의식 세계를 사실적인 기법으로 사진처럼 매우 선명하게 표현하였으나 그 내용은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또 개개 사물을 연관성 없이 나열해 놓고 그림 전체를 조합해 보면 또 다른 모양을 담는 중의적인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세간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달리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그의 예술작품이 점차 상업화하면서 세속으로 치우치자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들의 모임에서 달리를 추방했다.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간 달리는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입술 모양을 본 떠 만든 소파는 불티나게 팔려나갈 만큼 호황을 누렸다.

달리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여인이 있는데, 달리가 숭배에 가까울 만큼 사랑한 아내 갈라다. 달리의 불안한 정서를 잠재워 주고 예술작품에 영감을 불어넣어 준 유일한 사람이다. 갈라는 달리 인생의 정신적 지주이자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달리의 그림 속에서 여신처럼 표현될 만큼 갈라의 존재는 특별했으나 달리의 나이 78세에 먼저 세상을 떠나자, 달리는 외로움에 방황하며 영양실조와 정신착란증, 파킨슨병에 시달리다가 85세에 사망했다.

달리는 한때 밀레의 그림 <만종>에 깊이 매혹되어 원작을 재구성하여 그린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 <밀레의 건축학적 ‘만종’>, <원뿔 모양의 괴물이 들이닥치기 직전 갈라와 밀레의 ‘삼종기도’>, <황혼의 격세유전> 등 많은 연작을 남겼다.

달리의 작품 <최후의 만찬>(1955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 166.7×267)은 예수와 제자 12명이 모여 마지막 만찬을 나누는 모습을 담았다. 예수께서 자신이 십자가에 달려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언하는 예지력에 놀란 제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절대적인 권능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그렸다.

 
<사진설명>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作 <최후의 만찬>(1955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 166.7×267)

마가 다락방에서 행해진 만찬과 달리 4차원적 세계의 환상적인 공간에서 치러지는 만찬은 작품 전체에 신비감을 더한다. 달리는 예수를 초능력자와 같은 절대 능력으로 부각하려 했으나 가시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에서 못 박혀 물과 피를 다 쏟으며 고난당하실 예수의 모습은 간과했다. 모욕을 당하고 불명예와 죄의 누명으로 잔인하게 죽임당해야 하는 십자가 사건을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가 초월적 능력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달리는 초현실주의식으로 하나님이 행하실 구원의 섭리를 이해하려 한 것 같다. 그러나 베드로가 십자가를 지실 예수를 만류하다가 꾸짖음을 받았던 것처럼 하나님은 인간의 상식으로 헤아려지는 분이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약속하신 말씀 안에서 만나 주시는 공의의 하나님이시다.

/문준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1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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