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꿈의 오케스트라, 꿈을 연주하다

등록날짜 [ 2013-03-05 14:02:30 ]

음악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 지방에서 140여 명 선발
2년간 연습하여 수준급 연주… 땀 흘린 대가 느껴


<사진설명> 지난 2월 19일(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 공연 장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년간 진행해 온 한국형 엘 시스테마(El Sistema Korea)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의 성과로 지난 2월 19일(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13년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엘 시스테마란, ‘시스템’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인데, 1975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아브레우 박사와 비올라 연주자 프랑크 디 폴로가 빈민가 청소년 11명에게 악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음악교육을 한 것이 첫출발이었다. 마약, 범죄, 총기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미래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협동·이해·질서·소속감·책임감 등 가치를 심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미국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역대 최연소 단원 에릭슨 루이스 등 빼어난 음악가를 다수 배출해 음악 교육의 모범사례로 꼽히며, 지금은 남미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사회 개혁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인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난 2012년부터 전국 19개 지역 거점기관에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에게 무상으로 음악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 혜택에 취약한 계층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음악 교육을 시행하고 아이들이 예술 감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게 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단순히 악기 연주 능력을 키우는 기능 교육이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연주하며 존중과 예의를 배우고, 공동체 일원으로서 소통 능력도 키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음악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성취하는 기쁨을 일깨워주고 이로 말미암아 자아존중과 자기 성장의 기회도 제공한다.

문화부는 앞으로 ‘꿈의 오케스트라’ 교육기관을 30개 지역으로 확대하려 한다. 그중 하나인 부천문화재단 ‘놀라운 오케스트라’는 올 3월에 초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까지 신입단원을 확대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이번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연주에 클라리넷 강사로 처음 참가했는데, 사실 준비하기에 앞서 아이들보다 강사들이 더 염려했다. 배운 지 2년밖에 안 되는 데다, 집중력도 부족하고 악보 보는 것도 더딘 아이들이 과연 베토벤 교향곡 <운명>, 케텔비의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베니스의 사육제 변주곡>,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잘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표, 리듬, 음정 등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걱정을 뒤로하고 강사와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두 차례 2박 3일 리허설 캠프를 진행해 곡을 완전히 습득하였는데, 연주는 눈물이 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물론 개개인으로 보면 완벽하진 않지만, 같이 연주하니 서로 협력하여 좋은 연주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함께하니 놀라운 힘이 발휘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기본적으로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함께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악, 관악, 타악기 등 내 소리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는 인내심과 협동심이 길러질 뿐 아니라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자존감도 키워진다.

삶의 목적과 꿈이 희미한 아이들이 ‘꿈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얼마나 귀한 성취감을 맛보게 될 것이며, 앞으로 삶에서도 얼마나 많은 인내와 도전을 가능하게 할 것인지 기대되는 바다.

우리 교회는 지난 성탄절 때 5000명 찬양대로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 드렸다. 평소 청년회 부장이나 교사 직분을 감당하느라 함께 연주하지 못한 오케스트라 단원도 그날만큼은 함께 모여 찬양했다. 사실 모두 다 훈련된 성악가나 프로 연주자들은 아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새 생명을 얻은 주의 백성이 “찬양 받으려고 지었다”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많은 영혼 살리시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꿈’을 이루는 1만 명 찬양대 오케스트라가 되길 소망한다.

“나팔 소리로 찬양하며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할찌어다 소고 치며 춤 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할찌어다 큰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하며 높은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할찌어다... 할렐루야”(시편 150:3~6).


/손영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졸
부천문화재단 놀라운오케스트라 주강사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32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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