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3-20 15:56:49 ]
드라마틱한 전개로 사랑만이 용서할 수 있음을 표현
<사진 설명>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중 한 장면.
올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전 세계 음악계에서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가 작곡한 오페라 공연이 한창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오페라 단체에서도 5월 17~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을 공연합니다. 베르디는 한국 오페라 역사에도 큰 흐름을 남긴 작곡가인데, 성악가인 저로서도 꼭 공연하고 싶은 작품인 <운명의 힘>을 공연 전에 미리 지면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탈리아 북부 론콜레(Roncole)에서 출생한 베르디는 교회 오르간 연주자에게 처음으로 음악 교육을 받고, 이후에 부세트와 밀라노에서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해 <리골레토> <아이다> <오텔로> 등 19세기 이탈리아에서 걸작으로 손꼽는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은 운명으로 얽힌 세 사람이 모두 파멸하는 비극적인 오페라입니다. 스페인 작가 앙헬의 희곡 <운명의 힘>을 토대로 한 이 오페라는 러시아 궁정의 의뢰로 186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에서 초연했습니다.
이 오페라는 특히 서곡이 유명합니다. 금관악기가 운명의 타격을 표현하듯이 장중한 음으로 곡을 열면, 현악기들이 휘몰아치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그려내고, 뒤이어 목관악기가 남자주인공 돈 알바로의 구슬픈 주제곡을 연주합니다. 이어지는 현악기의 가늘고 규칙적인 연주는 여주인공 레오노라의 간절한 기도와 비극적 운명을 표현합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곡은 점점 박진감이 넘치고 팀파니와 심벌즈 등 타악기까지 가세해 밝고 힘찬 분위기로 전진하지만, 결국 이 모든 역동성과 박력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운명의 힘이 승리함을 말해 줍니다.
<운명의 힘>에서 스페인 후작의 딸 레오노라는 돈 알바로와 연인 사이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하자 야반도주하다가 그만 알바로가 잘못 쏜 권총에 아버지가 맞아 죽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두 사람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에서는 오페라에 흔치 않은 소프라노와 테너의 드라마틱한 팽팽한 대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레오노라의 오빠 돈 카를로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고 도망친 동생 레오노라와 알바로를 찾으러 다닙니다.
2막에서 레오노라는 바위산 속 수도원을 찾습니다. 여기서 레오노라가 부르는 아리아와 수도자들의 합창이 어우러져 교회음악의 장중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목숨처럼 사랑하던 사람과 생이별한 채 수도의 길에 들어선 여주인공의 고통과 상처가 관객을 전율케 합니다.
3막에서는 이탈리아 전쟁에 참전한 알바로와 레오노라의 오빠 카를로가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른 채 전우로서 영원한 우정을 맹세합니다. 하지만 결국 알바로의 정체를 알게 된 카를로는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고, 알바로는 수도원으로 들어갑니다.
4막에서 알바로를 찾아낸 카를로가 레오노라가 기도하는 바위동굴 앞에서 결투를 청합니다. 알바로에게 찔린 카를로는 죽어가고, 레오노라는 알바로와 죽어가는 카를로를 함께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카를로는 저주를 퍼부으며 여동생을 칼로 찌르지만, 레오노라는 오빠를 용서하고 알바로에게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뒤 세상을 떠납니다.
이 오페라는 가장 드라마틱한 곡들로 짜였으며, 아름다운 음악들이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주님 앞에서 우리가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아무 유익이 없다는 교훈을 세 남녀의 비극으로 보여줍니다. 성경에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요일3:16)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 피로 구원받아 한 형제가 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하여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운명의 힘’을 넘을 수 있습니다.
/박창석
(주)일성 음악감독
연세중앙교회 헬몬찬양대 지휘자
위 글은 교회신문 <33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