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언어라는 위대한 찬양의 도구

등록날짜 [ 2013-04-23 10:40:36 ]

목적 없는 찬양은 중언부언하는 기도와 같아
확실하고 분명한 내용으로 영광 올려 드려야

연세중앙교회는 ‘전 교인 40일 작정기도 그리고 10일’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피조물 중 유일하게 ‘언어’를 주시고, “구하라 주실 것이요”(마7:7)라는 약속을 붙들고 기도하라 하셨다. 기도와 마찬가지로 찬양 역시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언어와 음률을 주시고, “찬양하라” 명령하셔서 생겼다. 인간에게 전해진 이 말씀으로 전 인류가 하나님께 감사할 길이 열렸다.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악기
하나님께서는 찬양받으시려고 인간을 지으셨다(사43:21).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피 값을 지불해 구원해 주신 분명한 이유와 감사로 찬양하라 하셨다.

사실 사람 목소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이며 가장 귀한 악기다. 그래서 교회에서도 오랜 시간 사람 목소리로만 찬양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사람 목소리야말로 하나님을 찬양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이 만든 악기는 하찮게 여겼다. 중세 시대에는 사람이 만든 악기는 신성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는데, 이러한 음악관은 성악곡을 우월한 장르로 인식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덕분에 오르간을 제외한 다른 악기 연주자들이 교회 성악곡에 참여하는 데에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한편, 육성은 언어로서 음악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기에 더욱 각광받았다. 얼마 전 연세중앙교회에서 부활주일에 올려 드린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도 헨델이 찰스 젠넨스 목사에게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부활이라는 내용을 다룬 대본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제1부는 ‘예언과 탄생’, 제2부는 ‘수난과 속죄’, 제3부는 ‘부활과 영생’을 음악 속에 담아 잘 전달하고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은 표제음악
그렇다면 관현악만으로 연주되는 곡에는 이야기가 없을까? 누구나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상상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음악을 공부할 때 음악을 좀 더 유연하게 들을 수 있게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본 기억이 난다.

이렇듯 어떤 이야기나 자연 풍경과 같이 ‘음악 외적인 것’을 음악과 관련하여 표현한 음악을 일컬어 ‘표제음악(Program Music)’이라 한다. 표제음악 속에 어떤 가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나 시, 혹은 단어 등 표제가 음악 속의 특정 부분과 관련해 있다.

19세기 독일에서는 표제음악의 대표적인 장르인 교향시(Symphonic Poem)가 나타났는데, 이는 교향곡(Symphony)과 시(Poem)의 합성어로 시적인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교향시를 비롯한 표제 관현악곡의 원조는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들 수 있다.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의 악보를 보면 악장마다 전원에서 느끼는 감정과 풍경에 관한 글귀가 적혀 있다. 이를테면 1악장은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 4악장은 ‘폭풍’과 같은 식이다.

그중 시냇가 정경을 담은 2악장에서는 시냇물 소리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2악장 마지막 부분에 베토벤은 새 세 마리를 등장시키는데, 새를 구체적인 악기로 지정해 놓았다. 먼저 플루트가 나이팅게일 소리를 연주하면, 메추라기 소리를 묘사한 오보에와 뻐꾸기 소리를 내는 클라리넷이 끼어든다. 이때 메추라기 소리의 끝 음과 뻐꾸기의 첫 음이 겹쳐져서 마치 뻐꾸기가 딸꾹질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나님의 이야기가 담긴 찬양
우리가 부르는 찬양도 살아 계신 하나님을 주제로 담아 노래한다. 찬양 속에 하나님이 없다면 응답할 대상과 목적 없이 중언부언하는 기도와 같다. 또 우리가 언어로 찬양하건, 악기로 찬양하건 하나님을 겨냥하지 않는 찬양은 죽은 찬양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받아 마시고, 살을 받아 먹어 영원한 생명 얻어 천국을 소유한 자들이여, 하나님을 찬양하자! 더 좋은 목소리로, 더 좋은 악기로, 손바닥을 힘껏 치며 감사로 하나님을 겨냥한 찬양을 하자.


/손영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졸
부천문화재단 놀라운오케스트라 주강사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33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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