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4-30 10:20:32 ]
예수 그리스도의 따사로운 사랑도 느낄 수 있기를
5월은 계절의 여왕이자 신록의 계절로 불리는, 왕성한 생명이 넘치는 달이다. 유난히 길었던 지난겨울, 봄이라는 계절이 무색했던 3월과 4월이 지나가고, 드디어 햇살 가득한 5월을 맞이한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을 통해 소중한 가족과 고마운 사람들을 돌아보는 훈훈한 가정의 달로 보내기도 한다.
꽃들이 만개하고 따스한 5월 문턱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봄이 왔음이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의 느낌일까? 올해 이렇게 춥고 긴 겨울과 흐리고 쌀쌀한 4월을 지내니 문득 유학시절 독일에서 보낸 5월이 떠오른다. 독일에서 11월부터 4월까지 뼛속까지 시린 겨울을 보내고 찾아온 5월의 따사로움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독일의 겨울은 꽤 길어서 5월이 되어야 일제히 꽃이 피고 봄이 왔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봄’ 하면 떠오르는 음악에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멘델스존의 무언가(Songs without Words) 중 ‘봄의 노래’와 같이 대체로 생기 있고 발랄한 곡이 있다. 또 우리나라 가곡에도 ‘봄처녀’ ‘목련화’ ‘봄이 오면’ ‘보리밭’ 등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봄 노래는 독일 유학 시절 아련한 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슈만(R.Schumann)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중 ‘아름다운 5월에(Im wunderschonen Monat Mai)’다. 이 곡은 독일인에게 ‘5월’ 하면 생각나는 소위 국민가곡이다.
독일이 낳은 대표적인 낭만 시대 작곡가 중 한 명인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은 독일시인 하이네(H.Heine)의 시가집에 수록된 시 66편 중에서 16편에 곡을 붙여 시 내용을 따라 자유로운 구성으로 진행되는 곡이다. 곡마다 형식미를 추구하기보다 시가 표현하는 내용과 느낌을 충실히 전달한다. ‘아름다운 5월에’는 연가곡 ‘시인의 사랑’ 첫 곡으로, 슈만의 가곡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아름답게 시작하는 이 노래는, 고전과 낭만 음악의 주종을 이루는 기능화성과 연결하기는 어렵다. 화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으뜸화음으로 시작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다. 화성이 분석하기도 어렵고, 시대를 앞선 과감성도 돋보인다. 하지만 눈을 감고 감상할 때는 한없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다. 독일어를 알지 못해도 이 곡을 들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운 마음과 소원, 기다림과 반가움, 또 기대감이 가득 찬 선율과 화성이 한 음 한 음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노래를 음반으로 낸 음악가로는 가곡을 즐겨 부른 독일인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와 36세에 요절한 전설적인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Fritz Wunderlich)가 유명하다. 라이브 공연은 성악 리사이틀에서 5월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화창한 날씨가 뭇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5월이다.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일기라 할 수 있을 텐데, 춥고 더우며, 흐리다가 개고, 눈보라와 비바람이 불다가도 화창한 일기에서 인생을 읽어본다.
내 인생의 5월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 시작되어 지금도 한창 설레는 봄날이다. 날빛보다 더 밝은 곳, 천국에 가기까지 주님과 함께 언제나 아름다운 5월이고만 싶다면 큰 욕심일까? 욕심이라 해도 좋다. 예수 그리스도의 따스한 사랑과 함께 내 인생의 5월에 감사하고 만끽하며 내 사랑하는 부모님도, 남편도, 자녀도, 형제도, 이웃도 항상 아름다운 5월을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추은희 집사
작곡가, 연세대 강사
위 글은 교회신문 <33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