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5-21 10:35:37 ]
조셉 길모어(J. H. Gilmore)작사/ 윌리엄 브래드버리(W. B. Bradbury)작곡
<사진설명> 조셉 길모어.
찬송가 444장 ‘예수가 거느리시니’를 작사한 조셉 길모어(Joseph Henry Gilmore, 1834~1918) 목사는 1834년 4월 29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그는 기독교계와 교육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28세에 지은 이 찬송가의 작사가로 더욱 유명하다.
교육계에서도 인정받았던 목사
길모어 목사는 명문 브라운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으나,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신학에 관심이 생겨 뉴턴신학교에 입학했다. 27세가 되던 1861년에는 신학교 과정을 모두 마치고 졸업하여 침례교 목사가 되었다. 신학교를 졸업한 길모어 목사는 1863년부터 2년간 뉴햄프셔(New Hampshire)의 주지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비서로 일했고, 일간신문에서 편집인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초청집회가 있을 때 목회자로서 설교 말씀을 전했다.
그 후 1865년 뉴욕 로체스터에 있는 제이침례교회(Second Baptist Church)에 부임했고, 뉴햄프셔와 피셔빌(Fisherville) 등지에서 목회했다. 길모어 목사는 34세에서 77세까지 로체스터대학에서 논리학, 수사학, 영문학을 가르쳤을 정도로 학식이 뛰어났고, 『표현의 예술』, 『영미문학개요』 등 대학 교과서를 저술했다.
시편 23편 말씀으로 설교하다
1862년 길모어 목사가 막 신학교를 졸업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길모어 목사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제일침례교회에서 두 주간 여러 설교자가 연이어 말씀을 전하는 집회에 설교자로 초청받았는데, 다른 목회자들과 함께 설교한다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른 목회자에 비해 설교 경험도 부족하여 성도에게 말씀을 잘 전할 수 있을지 염려했다. 길모어 목사는 여러 날 동안 준비한 설교를 읽고 또 읽었다.
길모어 목사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시편 23편 말씀으로 설교를 준비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강단에 올랐다. 준비한 설교 말씀으로 설교하는 도중,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나 같은 자가 이런 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 하나님의 은혜다. 내 능력과 힘이 아니라 주께서 나와 함께하셔서 가능한 일이다.’
길모어 목사는 주님께서 주신 은혜를 생각하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눈물을 글썽이며 설교를 이어 나갔다. 울먹이며 말씀을 전하는 길모어 목사의 진실한 설교는 집회에 모인 성도의 심령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집회를 마친 길모어 목사는 제일침례교회를 섬기는 왓슨 집사의 집에서 쉬게 되었다. 왓슨 집사의 집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그날 있었던 집회에서 받은 은혜를 나누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왓슨 집사의 집에 모인 여러 성도는 주님이 자신의 삶에서 늘 함께하여 주셨다는 간증을 나누기 시작했고, 길모어 목사는 각 성도가 말한 간증을 듣고 메모했다. 그날 밤 메모해 둔 간증을 시 한 편으로 정리했는데, 이 시가 바로 찬송가 ‘예수가 거느리시니’의 가사로 사용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길모어 목사는 아내에게 설교 도중 받은 감동을 이야기하며 시를 보여 주었다. 찬송시를 보고 감동 받은 아내는 남편 몰래 기독교 잡지사에 찬송시를 보냈고, 『파수꾼과 반사경(Watchman and Reflector)』이라는 잡지에 찬송시가 실려 유명해졌다. ‘예수 사랑하심은’ ‘이 몸에 소망 무엔가’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윌리엄 브래드버리(William Bradbury)가 잡지에서 이 찬송시를 보고 멜로디를 만들어 지금의 찬송가를 완성했다.
많은 성도에게 사랑받는 찬송이 되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865년, 길모어 목사는 뉴욕 주의 로체스터에 있는 제이침례교회에 신임목사 후보자로 부임받았다. 목사직을 받고 처음으로 시무하게 된 터라 긴장하며 예배당에 들어갔다. 전 성도는 예배 시작 전 매우 뜨겁게 찬양을 하고 있었고, 길모어 목사는 모두가 정성을 다해 찬양하는 모습을 보고 큰 은혜를 받았다. 그리고 예배 전에 부른 찬양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한 성도에게 “방금 부른 찬송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성도는 찬송집을 펼쳐서 보여 주었는데, 놀랍게도 ‘예수가 거느리시니(He Leadeth Me)’라는 찬송곡 작사가에 길모어 목사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찬송가는 근대에 만들어진 다른 찬송가들에 비해 많은 언어로 번역해 보급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남태평양의 어느 작은 섬에서까지 이 찬송가를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라고 한다.
이 찬송은 구한말 언더우드 선교사가 번역하여 집필한 『찬양가(1894)』에 수록되어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거느리시네’라는 우리말은 ‘손아랫사람을 데리고 있다’는 뜻도 있지만, ‘함께한다’는 뜻이 있다. ‘예수가 거느리시네’라는 가사에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는 시편 23편 말씀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다.
<예수가 거느리시니>
(1절) 예수가 거느리시니 즐겁고 평안하구나
주야에 자고 깨는 것 예수가 거느리시네
(2절) 때때로 괴롬당하면 때때로 기쁨 누리네
풍파 중에 거느리고 평안할 때 거느리네
(3절) 내 주의 손을 붙잡고 천국에 올라가겠네
괴로우나 즐거우나 예수가 거느리시네
(4절) 이 세상 이별할 때에 지옥의 권세 이기네
천국에 있을 때에도 예수가 거느리시네
(후렴) 주 날 항상 돌보시고 날 친히 거느리시네
주 날 항상 돌보시고 날 친히 거느리시네
위 글은 교회신문 <33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