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6-05 17:11:38 ]
16세기 ‘피테르 브뤼헐’작품에서 보이는 독창적 화법
최대한 많은 것을 담으려는 화가의 노력 곳곳에 보여
<사진설명> -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피테르 브뤼헐 作, 1564년).
피테르 브뤼헐(1525년경~1569년)은 16세기에 활동한 플랑드르 화가로 알려져 있다. 농민의 일상생활을 사실대로 표현한 그림을 즐겨 그려 ‘농민 브뤼헐’이라 불렸고, 자연과 풍경을 독창적인 화법으로 묘사해 ‘풍경 브뤼헐’이라고도 불렸다.
중세시대 회화는 종교적 주제에 관심을 두어서 자연 경관이나 풍경은 그림의 부수적인 배경으로 다뤘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문화와 예술은 현세와 인간 중심으로 발전했고 자연과 사물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자 미술 분야에서 풍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풍경화는 당시 개신교에 영향을 많이 받은 플랑드르 지방 화가들이 그리기 시작하였으며, 브뤼헐 시대에 더욱 발전했다. 브뤼헐은 넓은 자연 경관을 표현하려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멀리 보이는 구도를 자주 사용했다. 원근법 발달과 함께 브뤼헐의 풍경화는 관람자들에게 예술 분야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것을 보여 주려는 화풍
<사진설명> - <바벨탑> (피테르 브뤼헐 作, 1563년).
브뤼헐은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작품 속에 많은 사람을 그려 넣었다. ‘어린아이들의 놀이’(1560년, 빈 미술사박물관 소장, 116×161㎝)에서는 굴렁쇠를 굴리는 어린이, 팽이치기, 술래잡기, 말뚝박기, 공기놀이하는 어린이 등 무려 250여 명이 넘는 어린이가 등장한다. 컴퓨터 게임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현세대 아이들과는 달리 마을로 뛰어다니며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당시 아이들의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브뤼헐은 단순히 동심의 세계를 해학적으로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처럼 노는 것에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네덜란드의 속담’(1559년, 베를린 달렘 국립미술관 소장, 117.5×163.5㎝)은 마을 안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등장하여 각자 일상에서 무엇인지 분주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있으나 그 속에는 개인의 상황 하나하나가 속담, 격언, 성경 교훈 등 110가지가 넘는 이야기를 연출하고 있다.
땅에 엎질러진 죽을 담고 있는 듯한 모습은 ‘엎질러진 물’이라는 속담을 연상케 하면서 그르친 일은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는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돌담에 머리를 박고 있는 사람은 무모한 일을 도모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돼지에게 꽃을 뿌리는 사람은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7:6)는 성경 말씀을 생각나게 한다. 이 작품은 ‘속담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며 높은 곳에서 마을을 전망하는 구도를 사용해 넓은 공간에서 많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게 했고 당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아들들도 화가로 유명
피테르 브뤼헐의 아들들도 아버지를 이어 유명한 화가로 활동했다. 첫째 아들 소(小)피테르 브뤼헐(피테르 브뤼헐 2세)은 어두운 이미지를 자주 그려 ‘지옥의 브뤼헐’이라 불렸고, 둘째 아들 얀 브뤼헐은 화초나 꽃과 같은 정물화에 능통하여 ‘꽃의 브뤼헐’이라는 말을 들었다.
얀 브뤼헐의 ‘요나를 토해 내는 물고기’는 거대한 물고기가 요나를 그 입에서 토해 내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바다에 빠져 큰 물고기에게 삼켜진 요나가 사흘 동안 불순종한 죄를 회개한 후 물고기 뱃속에서 육지로 나오는 장면을 담고 있다.
요나는 “니느웨로 가서 말씀을 외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다시스로 도피했다. 앗수르의 수도 니느웨가 회개하여 구원받을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요나는 우상숭배가 만연하고 이스라엘의 원수인 앗수르가 멸망해 마땅하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의 마음은 달랐다. 요나가 죽음의 문턱, 스올의 뱃속에서 사흘 동안 밤낮을 부르짖어 회개할 때에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들으셨다. 요나는 고통과 절망의 심연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열방의 모든 민족을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분임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불순종한 요나를 용서하시고 다시 일으켜 세우셔서 니느웨를 구원하게 하셨다.
하나님은 지금도 죄악으로 멸망할 민족과 열방을 향해 주님의 심정을 전해 줄 자를 찾고 계신다.
“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은즉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그때에 내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6:8).
/문준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4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