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음악의 목적은 ‘하나님 찬양’에 있다

등록날짜 [ 2013-06-26 09:56:18 ]

많은 크리스천이 아름다운 소리와 훌륭한 연주로
오직 주님만을 기쁘시게 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길



서양음악은 19세기 말엽 기독교 전파와 함께 이 땅에 들어왔다. 선교사가 찬송가를 보급했고, 학교에서 신교육 체제를 설립해 서양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는 한국 정신의 암흑기, 민족음악의 정체기였지만, 서양음악은 오히려 성장기였다.

서양에서 수세기에 걸쳐 발전한 서양음악이 한국에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확산하고 자리 잡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음악을 즐길지라도 직업 음악인이 될 수 없다는 유교 사고가 국악에는 통용됐어도 신문화인 서양음악에는 통용되지 않아 음악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생겼다.

또 국악이 소규모 가내(家內) 도제(徒弟) 교육에만 의존한 데 비해, 서양음악은 학교에서 집단으로 교육해 양적 수확이 컸다. 게다가 일본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음악인들이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결국 20세기 전반기 근대 한국음악은 국악의 정체와 서양음악의 성장으로 나타났다.

서양음악이 한국에 들어온 지 어느덧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 서양음악은 장르를 세분화하고 전문분야를 다양화하며 발전을 거듭해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하고 있다. 한국은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음악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학과를 운영하는 대학교가 늘어나 매년 많은 대학에서 음악학과 인원을 적지 않게 모집한다. 그뿐 아니라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 공교육 기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음악을 배운다. 음악의 공급과 수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다.

한국 음악계는 크게 클래식, 국악, 팝으로 나눌 수 있다. 분야마다 악기 연주, 보컬, 작곡이나 지휘 등 전공이 세부적으로 나뉜다. 각 대학에서는 음악 인재를 길러 내고자 음악대학 또는 예술대학을 운영한다.

실용음악은 대학에서 정규 교육으로 자리매김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지난 2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예술대학이 있는 대학은 물론, 그렇지 않은 대학들조차 실용음악 전공을 배치하려고 노력한다. 대학 응시 인원 역시 클래식이나 국악 전공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히 많다.

음악인의 직업 역시 예전처럼 열악하지 않다. 전문 연주가로 활동할 수도 있고, 교육계에 몸담아 대학교수, 강사, 음악 교사, 방과후 특기 교사, 전문 레슨가, 음악 학원 강사가 될 수도 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여 가수가 되거나, 밴드에서 연주를 하거나, 작곡을 담당할 수도 있다.

좀 더 현실적으로 보자면 음악 관련 관공서나 사설 업체 사무직에서도 음악 전공자들을 많이 필요로 한다. 방송국이나 각종 공연 시설 엔지니어와 스텝, 음악치료사, 오케스트라 연주자, 합창단 단원, 오페라단 가수처럼 다양한 직업이 있어서 얼마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이처럼 음악의 수요와 공급이 계속 늘어나며 한국의 음악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음악 시장이 지금과는 달랐다. 음악을 전공하려 할 때 선뜻 허락해 주는 부모가 좀처럼 없었다. 또 음악을 하는 목적도 지금보다는 순수했다.

필자가 대학 시절에 대위법을 배울 때, 『대위법 연구』-요한 요제프 푹스(Johann Joseph Fux, 1660~1741) 저(著)-라는 교재로 공부했다. 이 책은 스승과 제자가 나눈 질문과 대답을 엮어 16세기 대위법을 대화 형식으로 소개한 것이다. 도입부에 스승인 알로이시우스가 제자인 푹스에게 말한다.

“부(富)나 재물을 얻고자 한다면 음악보다는 다른 길을 택하라.” 이 말에 무척이나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약 4세기 전 사제(師弟) 간에 나눈 대화에서 그 시대 음악가의 마음가짐을 보고 요즘 음악계와 음악교육은 어떠한지 그리고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음악인은 과연 무엇을 성취하려고 음악을 할까? 부와 명예를 위해서, 음악을 통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부와 명예를 바랄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후학을 양성하는 보람을 위해서 음악인으로 살아갈까?

수많은 음악이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음악이 될까. 아름다운 소리와 훌륭한 테크닉으로 오직 주님만을 기쁘시게 하는 음악인이 이 땅에 많이 생겨나, 주님을 기쁘시게 해드렸으면 하는 생각을 살포시 해 본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한국 음악계에 하나님을 찬양하여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는 진실한 크리스천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추은희 집사
작곡가
수원여대 외래교수

위 글은 교회신문 <34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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