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12-18 08:55:01 ]
세속적 타락은 결국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 경고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천국’ 메시지 전해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는 지옥의 참혹함을 그림으로 실감 나게 표현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지옥은 인간의 상상력을 총동원해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끔찍하고 처참하게 묘사되었다. 마치 지옥 세계를 직접 목격하고 그린 듯하다. 흉악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을 마구 괴롭히거나 잔혹하게 고문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무섭고 고통스러운 지옥을 구체적으로 사실감 있게 나타냈다.
<건초 마차>, <지상 쾌락의 정원>, <최후의 심판> 등 보스가 그린 지옥 묘사도들은 500년 전 중세시대에 그린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독특한 화법을 사용해 자유분방하고 그로테스크한 초현실주의적인 화풍을 표현했다.
보스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기록은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매우 열악한 상태다. 보스는 자신의 그림에 서명과 날짜조차 기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수수께끼 같은 작품은 여러 학자에 의해 다양한 해석과 비평이 시도되었다.
그를 둘러싼 평가 중에는 일부 작품에 내포된 주제의 모호성 때문에 이단종파의 추종자로까지 추측하는 사람도 있으나 보스의 그림은 죄를 경계하고 바른 신앙을 권면하는 성경적 교훈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기독 신앙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건초 마차>(엘 에스코리알 산로렌초 수도원 소장 147×232㎝). 삼면 패널화 중 가운데 그림.
이 작품은 세 가지 그림으로 구성된 삼면 패널화다. 그림 왼쪽에는 타락한 천사의 추방, 아담과 하와 창조, 뱀의 유혹,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의 내용이 담겼다. 그림 오른편에는 지옥에 떨어진 죄인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마귀들과 한쪽에서는 계속 늘어나는 죄인들을 수용할 건물을 짓는 모습이다. 대조를 이루는 두 그림 사이에 있는 가운데 패널은 커다란 건초 마차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건초는 헛된 재물과 덧없는 세상을 의미한다.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건초를 차지하려고 분쟁과 살인, 사기와 속임수를 서슴없이 저지른다.
건초더미 위에는 푸른색 옷을 입은 마귀의 음악에 미혹되어 세상 향락에 빠진 사람들, 다른 한쪽에서는 구름 위 예수를 향해 홀로 기도하는 천사의 모습이 보인다. 건초더미에 정신이 팔린 세상 사람들은 하늘 위에 계신 예수를 바라볼 겨를조차 없는 모양이다. 수레 앞쪽에서 건초더미를 끌고 가는 기괴한 동물들은 오른쪽 지옥이 있는 그림을 향해 가고 있는 마귀들이다. 헛된 세상을 좇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이 그림은 세속적 타락과 탐욕의 결과가 결국은 지옥 형벌임을 경고한다.
<7가지 치명적 죄악과 4가지 최후의 사건이 그려진 테이블 상판>(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120×150㎝)
이 그림은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7가지 죄악과 최후에 맞이할 네 가지 사건을 묘사했다. 그림 중심에는 옆구리에 창 자국이 난 예수가 서 있으며 그 밑에는 “주의하라 주의하라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원은 하나님의 눈을 나타내고 있으며 예수가 있는 작은 동심원은 눈의 동공을 표현한 것이다. 하나님의 눈을 둘러싼 7가지 죄악으로는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식탐의 죄악, 기도하기를 잊고 잠들어 버린 태만의 죄악, 남녀 호색의 죄악, 한없이 거울을 보며 허영에 빠진 자만의 죄악, 살인으로 치달은 분노의 죄악, 남이 가진 것을 시기하는 질투의 죄악, 뇌물을 좋아하는 탐욕의 죄악을 표현했다. 그림 네 모서리에는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과 이 세상의 마지막에는 ‘최후의 심판’이 있다는 것과 ‘영원한 천국’과 ‘고통의 지옥’이 있음을 상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하나님이 항상 지켜보고 계신 바를 깨달아 죄를 멀리하고 천국을 향해 경건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보스는 인간이 세속적으로 타락한다면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는 주제를 그의 작품에서 자주 반복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지옥, 심판, 형벌과 같은 염세주의적인 그림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동방박사의 경배>,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하늘로 올라가는 사람들>, <낙원> 같은 작품을 남겨 그의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천국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사명을 잊지 않았다.
문준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6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