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북한 지하교회 현실을 참혹하게 그려

등록날짜 [ 2014-02-25 09:09:10 ]

영화 속 어두움과 폭력 이루 말할 수 없도록 처참하지만
지금 누리는 이 평범한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돼

20세기 초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린 평양. 하지만 이곳을 지배하는 ‘신’은 집집이 사진이 걸린 김일성 부자다. 예수는 없다. 희망이 없고 내일이 보이지 않는 동토(凍土)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가 개봉됐다. 상영 5일 만에 12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하기 전부터 떠들썩했던 ‘신이 보낸 사람’은 실화를 바탕으로 북한 지하교회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시종 어둡고 슬프게 진행되는 이 영화는 ‘북한에 과연 기독교가 존재할까?’라고 질문하는 자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던져 준다.

영화는 시작부터 고문, 폭력, 공개총살 같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들로 관객에게 충격을 안겨 준다. 북한에서 예수 믿는 사람은 발견 즉시 처형되거나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된 노동과 학대 속에 살아간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장면들이 처절하게 펼쳐진다. 탈북자들이 생생하게 증언해 빚어진 이 영화는 핏빛 폭력으로 얼룩진 북한 지하교회의 참혹한 현실을 증언한다.

김진무 감독은 “북한 지하교회뿐만 아니라 탈북자들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우리가 반성하고 성찰하기를 촉구한다”며 “불편한 영화지만 그중에서 희망을 봐 주시길 바란다”고 연출 배경을 전했다.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사실 지하교회 교인을 다루기는 했지만 기독교 영화라기보다는 기독교를 소재로 한 북한 인권 영화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그만큼 성경적인 색채가 약하다. 무서운 분위기와 성경에 맞지 않는 장면들이 약간 거북하지만 그만큼 북한 인권을 두고 비극과 처참한 실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생각된다.

영화에서는 자유로이 신앙생활 하면서도 불평불만 하는 한국 신앙인과, 자유가 없어 마음껏 예수를 믿을 수 없는 북한 신앙인의 모습을 명확히 대비한다. ‘신이 보낸 사람’은 숨 쉴 수 있고, 마음껏 부르짖어 기도할 수 있고, 자유롭게 예배하는 현실에 감사하게 한다.



이 영화는 편안함 속에서 신앙생활 하는 우리에게 예수 몰라 지옥 가는 이들에게 목숨 걸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을 남겨 준다. 또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평화 통일을 두고 한국교회가 애절하게 기도해야 한다고 일러 준다.

예수 믿을 자유가 없는 그곳에서 신앙인으로 사는 일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영화를 상영하는 내내 처참하게 펼쳐지는 장면들은 순교 상황을 미리 경험하게 하고 죽음을 목전에 둔 그들과 같은 심정을 품게 한다. 신앙을 지키려고 온갖 고통을 견디지만, 정작 죽음 앞에서 비겁해지는 영화 속 인물이 바로 내 모습 같았다.

살얼음 위를 벗어날 방법이 없는 저들의 희망 없는 삶에, 온통 가시덤불 속에서 가시에 찔려 죽어 가는 첨예한 삶에, 또 예수를 몰라 영원한 지옥불 고통 속으로 내던져진다는 사실에 심장이 멎어버릴 듯이 아팠다.

영화 속 지하교회 한 성도가 묻는다.

“남조선이 가나안 땅입니까?”

잊지 말자.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삶이 그들에게는 가나안의 젖과 꿀이 흐르는 생명의 빛줄기처럼 사모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박찬미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74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