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욥의 견고한 신앙을 그림으로 승화

등록날짜 [ 2014-03-11 09:28:16 ]

욥과 세 친구의 논쟁을 그린 장 푸케 <거름 위의 욥>
사람을 보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도록 교훈 줘



프랑스 궁정화가 장 푸케(Jean Fouquet, 1420~1481)는 15세기 프랑스 르네상스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화가다. 로마를 여행한 젊은 시절,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력으로 프랑스 왕 샤를 7세의 총애를 받았고 왕실과 귀족을 대상으로 활동했다. 예배당 장식을 비롯해 초상화, 삽화 같은 여러 분야에 걸쳐 작품을 남겼으며 『에티엔 슈발리에의 기도서』와 『프랑스왕 연대기』에서 그린 삽화는 풍부한 묘사력과 강렬하고 절제된 푸른 색채를 사용해 최고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의 작품 <거름 위의 욥>(사진, 1450년, 에티엔 슈발리에의 기도서 세밀화, 샹티 콩데 미술관 소장)은 온몸에 악창이 나 잿더미 위에 앉아 있는 욥과 그를 위로하려고 찾아온 세 친구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 속 세 친구는 욥이 당하는 고난이 죄의 대가라고 단정한 듯 냉담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잿더미 속에서 누더기를 걸친 욥과 풍채 나는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대조를 이루어 욥의 몰락한 상황을 더욱 부각한다. 욥을 방문한 세 인물은 데만 사람 엘리바스, 수아 사람 빌닷, 나아마 사람 소발이다. 욥을 처음 방문할 때는 곤고한 욥의 처지를 위로하는 듯했으나 욥과 논쟁을 벌이는 중에 욥이 당하는 고통의 원인이 죄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열 자식을 낳으며 함께 살아온 욥의 아내조차 독설을 퍼붓고 저주했다.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순전을 굳게 지키느뇨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욥2:9).

하지만 욥은 아내의 말에 동조하지 않았고 입술로도 하나님께 범죄하지 않았다.

욥은 본래 동방 사람 중에서 가장 큰 자라 일컬음을 받을 만큼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양 칠천 마리와 약대 삼천 마리, 소 오백 겨리와 암나귀 오백 마리를 소유한 거부였으며, 수많은 종을 거느린 당시 최고 부자였다.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두고 다복하게 살던 욥은 자식의 생일이 돌아오면 잔치를 베풀어 함께 먹고 마셨는데 그다음 날 아침에는 잔치하는 동안 하나님께 죄지은 일이 있을까 하여 자녀의 수대로 번제를 드려 하나님과 화목하기를 항상 힘썼다. 이런 욥을 가리켜 하나님께서는 “그와 같이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가 세상에 없느니라”(욥1:8)고 칭찬하셨다.

이토록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받으며 살던 욥의 가정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배후에는 사단의 영적 개입이 있었다. 사단은 욥을 하나님 앞에 참소하여 시험에 빠뜨리기로 작정했다.

“욥이 어찌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리이까 주께서 그와 그 집과 그 모든 소유물을 산울로 두르심이 아니니이까… 이제 주의 손을 펴서 그 모든 소유물을 치소서 그리하시면 정녕 대면하여 주를 욕하리이다”(욥1:9~11).

평화로운 욥의 집안에 재앙을 몰고 온 장본인은 사단이었다. 욥처럼 아무리 순전하고 악에서 떠난 자일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단, 마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마귀는 끊임없이 인간의 약점과 틈을 이용해서 기회만 있으면 죽이고 멸망시키려 한다. 오죽하면 죄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에게 찾아와 세 가지 시험으로 넘어뜨리려 하지 않았던가.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라는 친구들과 논쟁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욥은 결국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도 의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욥은 자기 의를 주장하며 신앙의 한계를 드러낸 잘못을 인정하고 창조자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에 순종하지 못한 죄를 회개하며 나아갔을 때 비로소 고난의 늪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다.

욥은 고난과 시련을 통해서 더욱 견고한 신앙의 성숙함으로 하나님을 경험했고 진정한 회개를 통해 잃어버린 재산과 자녀를 얻는 축복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회개는 죄의 결박을 푸는 능력이며 생명을 얻게 하는 축복의 통로다.

/문준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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