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무언가’ 중 ‘봄의 노래’, 슈만 교향곡 1번 ‘봄’
각각 피아노 곡과 관현악 곡으로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본격적인 봄, 4월이다. 산천이 꽁꽁 얼어붙던 겨울이 가고 곳곳에 개나리, 목련, 벚꽃이 활짝 폈다. 왠지 모를 설렘 때문일까. 봄에는 교향악축제, 통영국제음악제 같은 음악 축제가 많이 열린다.

우리가 잘 아는 비발디의 ‘사계’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이르기까지 봄과 관련한 음악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봄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 주는 곡을 꼽으라면 단연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봄의 노래’가 아닐까 싶다.

1844년 작곡된 피아노 독주 작품집 ‘무언가(Lieder ohne Worte)’ 중 5번째 곡인 ‘봄의 노래’는 멘델스존이 자기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단순한 형식이지만 아름다운 장식을 적절히 배치했으며, 봄을 맞이하는 신선하고 설레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 원래 피아노곡이지만 현대에는 바이올린, 클라리넷 같은 솔로 악기용으로도 편곡하여 즐겨 연주한다.

멘델스존이 지은 ‘무언가’가 듣기에 쉽고 연주하기도 편해 보이나 간단히 대할 수만은 없다. 가벼운 터치, 뛰어난 정음, 감각적이고 섬세한 프레이징(phrasing, 율의 구조를 파악하고 형성하는 방법), 뛰어난 음악적 균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멘델스존은 음악 역사상 가장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다. 또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로 다재다능했다. 멘델스존이 지은 음악에서는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풍부한 감성과 균형, 조화가 잘 잡힌 따뜻한 작품이 특징이다.

멘델스존과 동시대 인물인 슈만의 교향곡 1번에도 ‘봄’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두 음악가는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멘델스존이 1809년생, 슈만이 1810년생이니 나이도 비슷하다. 슈만의 교향곡 1번 초연 지휘자가 멘델스존이었으니 두 사람이 맺은 우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다.

슈만이 교향곡 1번 ‘봄’을 쓴 시기는 그의 나이 31세. 1841년, 클라라와 결혼한 이듬해였다. 알려졌다시피 클라라는 슈만이 스승으로 모신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이다. 스승의 반대로 어렵게 결혼에 성공했으니 슈만이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간다. 이듬해 작곡한 ‘봄’에는 ‘신혼이란 단꿈에 부푼 슈만의 행복감’ ‘봄날의 생동하는 분위기’라는 해석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주제는 같지만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가 피아노 곡이라는 특징과 달리 슈만의 교향곡 ‘봄’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관현악 곡이라 더욱 스케일이 크다. 또 전곡에 넘치는 행복감은 슈만의 생애 중 가장 좋은 시기를 상기하게 하지만, 따사로운 느낌만으로 충만하지는 않다. ‘봄’이라는 표제와 달리 어둡고 광폭하며, 여전히 한풍이 몰아치는 듯한 악상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슈만이 지닌 강박증과 우울증이 곳곳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1841년 1월 슈만은 교향곡 1번 스케치를 나흘 만에 완성했고, 이후 한 달 만에 전체 악보를 완성했다. 이 시기에 슈만은 라이프치히에 살았고 클라라는 첫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다시 말해 기대감으로 충만한 시기였다. 단지 한 달 만에 이런 대곡을 작곡했다 하니 그에게 봄은 ‘기대감’ 그 자체였던 듯하다. 훗날 슈만은 고백했다.

“1번 교향곡을 쓰는 동안 봄에 대한 강렬한 기대에 사로잡혀서 그런 마음이 곡에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희망했다.”
우리 교회가 맞을 봄도 기대감에 넘쳐흐른다. 함께 천국 갈 이웃을 교회에 초청하는 이웃초청주일을 비롯해 ‘40일 그리고 10일 작정 기도회’를 시작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허락하실 기도응답이 벌써 기대된다. 내 영혼이 먼저 영육 간에 행복하고, 전도하여 이웃 영혼 역시 행복한 천국 소망이 넘쳐흐르는 봄이 되길 기도해 본다.


/손영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졸
부천문화재단 놀라운오케스트라 주강사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38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