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5-13 10:34:34 ]
교향곡 ‘고별’, 연주자들 한 명씩 퇴장하며 음악 끝나
평생 순종적이면서도 따뜻한 감성과 유머감각도 지녀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799)은 이른바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것은 하이든이 당시로서는 대단히 장수한 나이인 67세를 사는 동안 100여 곡이 넘는 교향곡을 쓴 데도 기인한다.
또 한 가지는 하이든이 살던 18세기 당시까지 완성되지 못한 소나타 형식을 그가 집대성하고 완성하여 그를 뒤따르던 서유럽 음악의 대가들, 예컨대 모차르트를 비롯하여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에게 음악적인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리만큼 하이든이라는 음악의 거성이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음악을 전공한 필자만 하더라도 독일에서 유학하기 전까지는 하이든과 그의 작품을 그리 높이 평가하려 하지 않았다.
하이든이라는 인물은 그의 생애를 통해 나타나듯이 무척 순종적이고 자기 상사에게는 절대복종하는 성격이었다. 모차르트는 ‘아마데우스’라는 영화에서 비췄듯이-물론 거기에는 영화적 재미를 위한 허구가 다분하지만- 권위를 조롱하고 속박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자유로운 성격이었다. 베토벤은 그 인상에서 느껴지듯 다분히 도전적이며 격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이들에 비해 하이든은 참으로 따뜻한 감성에 유머감각까지 지닌 인물이었다. 게다가 인간관계도 원만하여 상사와 갈등이 별로 없이 좋은 유대 관계 속에서 자기 뜻을 관철해 나갔다.
이런 하이든의 성격을 음악가로서 카리스마가 떨어지고 재미없고 매력 없는 인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오케스트라 지휘를 직업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하이든의 작품은 몇 곡 연주해 보지 않았다.
오는 5월 15일(목), 필자가 상임지휘를 맡은 충남교향악단이 하이든의 교향곡 45번 ‘고별’을 공주문예회관 무대 위에 올린다. 고별이라는 주제가 왠지 슬픈 분위기를 자아낼 듯한데, 사실 이 안에 담긴 일화는 다소 우스운 내용이다. 이 곡 끝 악장인 4악장은 빠른 속도인 프레스토(Presto)로 시작하다가 갑자기 느린 3박자로 바뀌면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연주자가 한 명씩 퇴장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대부분 연주자가 퇴장하고 바이올린 담당 두 명이 남아 외롭게 연주를 마친 후, 그들도 퇴장하는 것으로 음악이 끝난다.
이는 당시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베르사유를 본뜬 호화로운 새 궁전을 지었는데, 거기서 일하는 하인과 악단원은 가족과 함께 살 수도 없고 휴가도 허가되지 않았다. 하이든은 이런 제도로 말미암은 악단의 불만을 이 곡에 우의적으로 담아 표현한 것이다. 하이든의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니콜라우스 후작은 연주회 이튿날 하인과 악단 전원에게 휴가를 주었다. 그 후로 이 곡은 연주자가 하나씩 떠난다 하여 ‘고별’이라는 별명이 붙어 오늘날까지 연주되고 있다.
하이든은 이 외에도 교향곡에서 번뜩이는 위트가 묻어 있는 재미난 곡을 많이 썼다. 예컨대 ‘놀람 교향곡’ ‘군대 교향곡’ ‘시계 교향곡’ ‘큰 북 연타 교향곡’ 등 별명이 붙은 곡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놀람 교향곡’은 음악회장에서 화려한 의상에만 신경 쓰고 정작 연주할 때는 잘 조는 런던 귀부인들을 놀라게 하려고 지어진 곡이다. 제2장에서 주제(主題)를 피아노~피아니시모(p~pp, 여리게~아주 여리게)로 조용히 진행하다가 별안간 팀파니가 곁든 포르티시모(ff, 가장 강하게)라는 화음을 강하게 울려 퍼지게 했다.
또 하이든은 헨델의 메시아를 무척 좋아해서 평생 자신도 그런 찬양 곡을 써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성경에 그 바탕을 둔 ‘천지창조’라는 오라토리오를 써서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윤승업
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찬양대 상임지휘자
위 글은 교회신문 <38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