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6-24 11:30:15 ]
실제 악기와 똑같이 종이로 악기 만들며 호기심 유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긍정적 효과도 매우 커
매년 5월 넷째 주는 세계문화예술 주간이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국이 제안하여 201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그 3회째를 맞아 올해는 ‘일상을 일으키는 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주제로 행사를 진행했다. 일반시민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프로그램은 물론, 문화예술교육계 전문가들을 위한 논의의 장도 마련되었는데 그중 인상적인 워크숍이 있어 소개한다.
바로 종이악기 교육이다. 종이악기가 무슨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까?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자르고 붙일 때 생기는 협동심이나 친밀감을 형성하려는 목적일까? 실제 워크숍을 참석하여 종이악기를 보자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잘못인지 알았다.
실제 악기와 생김새도 매우 비슷했고, 악기를 만질 때 느낌 역시 그렇다. 특히 호스로 만든 호른은 마우스피스만 끼우면 소리까지 난다. 종이악기가 매우 훌륭하여 악기를 지도하는 강사로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경우는 브릿지 위치나 높이를 최대한 흡사하게 만들어 보잉(활쓰기) 연습을 도왔다. 관악기의 경우 PVC 파이프로 만들어 분리할 수도 있고, 구멍의 위치에 단추를 붙였는데 그 위치나 쥘 때 느낌이 실제 악기와 매우 흡사하였다. 단순히 찢어 붙이는 미술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싶어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 워크숍은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에서 빈민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본떠 만들었다. 현재 전국 32개 기관에서 1700여 명이 참가한다.
이번 워크숍을 위해 초청한 캐나다의 시스테마 뉴브런즈윅(Sistema NB)의 캔 맥크라우드, 에런 맥파렌, 케이티 베스바터는 캐나다 현지의 ‘종이악기’ 시스템 도입 사례가 가져오는 교육적 효과에 관해 조언했다. 최초로 종이악기 교육을 시도한 베네수엘라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도입했으나 캐나다의 경우 아이들이 악기를 더욱 소중히 여기게 하고, 악기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줄이는 교육의 일환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 교육 여건도 이와 유사하기 때문에 이들의 조언이 종이악기 워크숍 활용 방식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로 다가왔다.
엘 시스테마의 수혜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을 위시한 사회 소외계층이어서 아이들이 처음 악기를 접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또, 이들은 오케스트라를 실제로 본 적도 없고, 오케스트라 단원의 역할이나 행동 양식에 관한 지식도 없다. 그러기에 엘 시스테마 사업 기관들은 악기 파손이나 악기를 통해 일어나는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안고 있다. 종이악기와 종이악기 교육은 이 문제에 놀라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종이악기는 만드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직접 만든 악기에 애착심을 갖게 된다. 또 진짜 악기를 소유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 종이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면 실제 악기를 다룰 때 생길 파손 우려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종이악기를 다루며 악기를 존중하게 된다. 또 악기를 들고 활을 쥐는 방법, 지휘자에게 집중하는 습관이나 보면대 위치 등 오케스트라에 대한 사전 교육까지, 소리 내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종이악기로 배운다.
시스테마 뉴브런즈윅에서는 종이악기 과정을 총 6주간 수료한 아이에게만 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연주회에서 많은 청중에게 음악가로 인정받고, 진짜 악기를 수여받는다. 이는 비록 종이악기이지만 꼬마 단원에게 꿈과 희망이 되고 나아가 공동체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손영령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졸
부천문화재단 놀라운오케스트라 주강사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위 글은 교회신문 <39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