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8-19 16:42:37 ]
음악가 중 유별나게 개성 강한 사람들이 많아
문화와 인생, 성격 등 그들만의 특징 묻어나와
‘개성(個性)’:[명사]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
사람은 누구나 그만의 고유한 성격과 특징을 지닌다. 개성이 남보다 강하고 독특해서 세상 말로 ‘튀는 사람’이라 불리는 이도 있을 테고, 그와 반대로 무난하고 평범해서 남들과 구별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직업군 중에서도 음악가는 개성이 강한 사람이 유별나게 많은 것 같다. ‘소리’라는 어쩌면 가장 예민하면서도 뚜렷하게 인식하기 어려운 소재로 예술을 해야 하기 때문일까. 특히 한 시대를 주름잡던 대작곡가들은 더더욱 개성이 강했다. 그들이 지닌 독특한 개성이 작품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 음악을 알고 이해하는 데 상당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는 바로크 시대의 대가로서 수많은 교회 음악과 기악곡, 성악곡을 썼다. 바흐는 음악가로서, 교회 찬양대 지휘자로서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남편으로서도 참으로 성실하고 부지런하였는데, 바흐의 자녀는 스무 명이나 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기에 “생육하고 번성하여 이 땅에 충만하라”는 하나님 말씀 또한 성실히 잘 이행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바흐의 부지런한 성격은 그가 쓴 수많은 푸가(하나의 주제가 각 성부 또는 각 악기에 의해 정기적이며 규율적으로 모방, 반복되면서 특정한 조성 법칙이 지켜지는 악곡)에서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보면 24개의 모든 조성으로 프렐류드(전주곡)와 푸가를 만들었는데 곡조 하나하나가 정밀한 모직과도 같아 치밀하기까지 한 성실한 성격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교향곡의 아버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1732~1809)의 성격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유머스럽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이든 역시 성실해서 평생에 걸쳐 교향곡을 총 108개나 작곡했다. 하이든의 성격은 교향곡에서 잘 나타난다. 하이든의 모든 곡이 다 재미있고 농을 치는 듯한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그가 작곡한 작품 대부분에 그의 독특한 성격이 남아 있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하이든의 교향곡 45번 ‘고별’을 들어보면 마지막 악장에서 연주 단원이 한 명씩 퇴장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당시 그가 악장으로 섬기던 니콜라우스 에르테르하지 후작이 단원들에게 오랫동안 휴가를 주지 않아서 그 불만을 표현하려고 이런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머러스한 교향곡을 소개하면 94번 교향곡 ‘놀람’이다. 이 곡은 느린 2악장만 되면 습관적으로 조는 귀부인들을 놀라게 해 주려는 의도로 지은 듯하다. 여느 교향곡처럼 몇몇 악기가 아주 작은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로 연주하다가 갑자기 포르티시모(매우 세게)로 전체 연주를 함으로써 청중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곡이다.
역사상 둘도 없는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는 그의 모든 작품이 천재성을 띠고 있지만, 작품 성격을 말하자면 귀족적인 고급스러움과 서민적인 투박함을 동시에 지닌 양면성이 있다.
모차르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그의 누이와 함께 유럽 전역을 돌며 연주여행을 하였다. 모차르트를 초청한 이들은 당시 문화의 최고 수준을 누리던 귀족과 왕족들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높은 사람들을 자주 접해야 했고, 그러려면 그들의 수준 높은 매너를 몸에 익혀야 했다.
동시에 왕궁과 귀족 사회에서 그 시대 가장 수준 높은 예술들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반대로 마차 여행을 오래 해야 했기에, 이동 중에 여러 곳에 머물러야 했고 거기서 서민들과 어울려서 그들과 같이 먹고 이야기하며 서민이 즐기는 음악을 듣고 즐겼다.
모차르트가 경험한 극과 극의 문화와 예술이 그의 작품에 용광로처럼 녹아 스며들어 있다. 모차르트가 베토벤이나 하이든, 슈베르트와는 달리, 수많은 주옥같은 오페라를 쓸 수 있었던 이유도 어쩌면 이러한 다양한 문화 체험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렇듯 작곡가가 겪은 문화와 인생, 철학에 그의 성격이 합해져 한 음악가만의 독특한 개성이 되고 그런 개성이 자기 작품에서 발현된다. 마치 박 씨 집안에선 박 씨만 낳듯, 한 작곡가가 지은 작품의 통일된 음악적 개성을 찾는 일도 음악을 하는 재미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윤승업
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세중앙교회 찬양대 상임지휘자
위 글은 교회신문 <398호> 기사입니다.